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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an 03. 2019

나는 서기다. 6

나는 지방교육행정공무원이다. 5년차. 6년차라고 해야하나.


여튼 10월자로 만 5년차 공무원이 되었다. 아직 8급이지만, 언제나 승진하려나,


나이는 한살두살 먹어가는데. 여튼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아주 오랜만에


다온이 엄마가 아니라 서기로서 글을 쓰게 된건 최근 국민청원에 올라온


한 청원때문이다. 교원 41조 연수를 없애달라는 누군가의 청원.


어쩌면 오랜시간동안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지만 커다란 벽앞에 그 누구도 무너트릴 시도조차


못했던 적폐였을지도 모른다. 교원 41조 연수는 엄연히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교수용 자료를


수집하고 학습하기 위한 시간인데 왜 적폐냐고 묻는다면 말문이 막힐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록 짧은 시간 공직생활을 한 나이지만 과연 진짜 방학 그 한달남짓한 시간동안


41조연수를 쓰고 정말 저 취지를 시킨 교사가 몇명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냥 너무나도 당연시 41조 연수를 내고 해외를 다녀오고 결과보고서는 없다.


내가 어떤 교수학습자료를 수집해서 수업시간에 어떻게 활용해서 어떤 효과를 냈는지에 대해


그 누구도 이 문서행정이 만연한 이 세계에서 증명해내지 못했다. 아니 말을 조금 더 제대로 하자면


내가 존경하는 실장님이 늘 말씀하시듯이 우리뿐만 아니라, 즉 관계자 뿐만 아니라


이 바닥 생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제 3자가 봐도 인정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살짝살짝 내다가 죽어버린 목소리가 드디어 사회분위기를 타고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구호아래 터져나와버렸고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내고야 말았다.


나는 그렇게 엄청나게 정의로운 사람도 아니고 이 사회가 돌아가는것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은 사람도


아니어서 사실은 늘 방학때 급여작업을 하면서 정말 교사들은 좋겠다, 놀꺼 다 놀고 돈도 다받고,


정도까지만 혼자 궁시렁거렸지만 엄마가 되어서일까,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번에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어떤 걱정이냐면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시설을 못부셔서 안달인 바로 교육의 주인공인


학생들 걱정. 솔직히 말하면 선생님이고 교직원이고 다 똥으로 알고 나대는 학생들이 이쁜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교육은 백년지대계이고 특히나 공교육은 더이상 무너지면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공교육이 무너짐으로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면 나같이 흙수저인 서민가정이 아이하나 키워보겠다고


정말 끝도 없이 무너져야 한다는걸 알기 때문에.


41조 연수가 무턱대고 없어지면 어떨까...?


그동안 당연시 출근을 안했던 나날들인데 갑자기 출근을 하라고 한다면....?


과연 누가 넙죽 이 변화를 받아들일까?


나라도 싫을것 같은데, 그런데 생각보다 반발은 없는것 같다. 아니면 폭풍전야인가.


여튼 해결책은 필요하다. 결과보고서를 누가봐도 수긍할만큼 작성해서 대국민공개를 하던가


아니면 정말 41조가 없어지던가. 아니면 쉬는동안에는 임금을 받지 말던가.


누군가는 그랬다고 한다. 41조가 없어지면 아마 그동안 학사일정과 학생들을 위해서(?)


연가를 안쓰던 교사들이 이제 그런거 개의치 않고 막 써버릴거라고.


그 말을 듣는순간 크게보면 같은 교직원이고 작게보면 미래의 학부모가 될 나는


깊은 절망과 좌절감에 잠시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나라가 전세계적으로도 교원들의 복지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말을 들었던것도 생각이 났다. 혜택이 반복되면 권리화 된다고 했던가.


41조 연수는 그들의 권리였던걸까? 아무리 자본주의와 개인주의가 당연시된 사회라고는 하지만,


그래서 선생님들한테만 그 옛날처럼 사랑과 희생으로 일관하라고 강요할수는 없지만,


어떻게 저런 생각이....흠 참으로 걱정이다.


그리고 또하나 한때는 교원인사를 담당했고 지금은 급여를 담당하는 행정직으로서


교원들의 연가사용이 활성화되는것 자체에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로인해


업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특정업무와 그로인한 부작용도 나는 많은 걱정이 된다.


일단 교원대체직종 담당자와 더불어 그들의 수당을 담당하는 사람.


맡은 업무니까 그냥하라고 하면 할말은 없겠지만 솔직히 하나만 하면 되었던 똑같은 업무가


다섯개 여섯개로 늘어나면 누가 좋을까. 참 이부분도 걱정이다.


뭐 내가 걱정한다고 달라지는것도 없겠지만.. 모쪼록 모든게 순차적으로 천천히


그누구의 엄청난 반발이나 피해없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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