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말은 시어머님 생신이셨다.
몸도 무겁고 그동안 쭉 나가서 밥 한끼 같이 먹고 용돈 드리는게
다 였다는 남편의 말에 그렇게 지나갈까 싶다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잡채랑 미역국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말했더니 적극 도와주겠다고 했다.
어쩌면 너무 쉽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결혼하고 식용유 한통을 거의 다 쓸정도로 요리 좀 해봤다고
(요리 무식자에게 식용유 한통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다.)
잡채에 들어가는 재료들 대충 데치고 기름에 볶고 당면 삶고 해서
슥슥 섞어주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하하하하..
일단 목이버섯 부터가 난관이었다. 내 생전 목이버섯을 먹어보기만 했지,
사서 불려서 다듬어 보기는 처음. 게다가 이 녀석이 불리면 미역같이 양이 어마어마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당면이 워낙 양이 많아서 목이 버섯이
그렇게 많은 티가 나진 않았지만 ㅋㅋㅋㅋ 으 ㅋㅋㅋㅋ 정말 ㅜㅜ
게다가 불려지기 전 건목이버섯은 생긴게 너무 징그럽다 ㅜㅜ
그래서 다 불려진 목이버섯의 딱딱한 부분 제거는 남편이 해주었지..ㅋㅋ
물론 남편이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게 된 이유는 바로 내가 야채 채를 썰다가 손을 베었기 때문이다.
근래에 감자볶음 한다고 감자며 당근이며 양파며 수시로 채를 썰어왔건만
(더군다나 티비보면서 했어도 다치지 않았던 나였는데 ㅜㅜ)
마음이 급했는지 당근 채를 썰다가 내 손가락도 채 썰뻔 했다 ㅜㅜ 이건 무슨 공포영화도 아니고..
그래도 금방 지혈하고 후시딘 바르고 밴드도 붙이니 상처가 금방 아물어서 지금은 자세히 안보면 티도 안난다.
그런데 남편은 그걸보고 화가잔뜩나서 물묻는 일은 자기가 다 하겠다고..ㅋㅋ역시 애처가 남편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목이버섯, 당근, 양파, 시금치, 돼지고기, 당면을 다 손질하고
볶기만 하면 되는데..여기서 또 한번 나의 고민이 시작된다.
물론 시금치를 삶아보는 것도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생각보다 잘 익어서 패스.
문제는 당근이었다. 당당당당 근근근근.
항상 당근은 익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야채를 볶을 때 가장 먼저 넣는데
문제는 대체 얼마나 볶아야 폭 익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적당히 볶고나서 먹어보면 익은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조금 더 볶고나서 숟가락 같은걸로 눌러보면 잘 쪼개지는 것이 익은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하고 찝찝한 채로 다른 야채 투하!
여튼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모든 과정이 끝나고 이제 당면이랑 섞기만 하면 되는데
나의 체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미 임산부의 몸으로 두시간 가까운 시간을
씨름 한 자체가 무리였다. ㅜㅜ
그래서 거실 주방에 대자로 누워버렸고 섞는건 남편이 했다. 조물조물 ㅋㅋㅋㅋ
간장으로 간도 하고 조물조물..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야할 미역국 이라는 또다른 산이 ㅜㅜ
그래도 미역국은 나름 간단했다. 미역 불리고 먹기좋게 잘라서 간좀 하고
후라이팬에 볶고 물 넣고 끓이다가 바지락 넣고 또 끓이고 소금이랑 국간장으로
마무리 간하면 끝! 왜 바지락이 생각났을까. 소고기도 아니고.
아마 친정엄마 생각이 나서 그랬을꺼다. 우리엄마 생일에는 잡채도 해준적 없는데 ㅜㅜ
내년 엄마생신에는 미역국에 잡채에 소불고기도 해서 가야지. 엄마한테 미안했다. ㅜㅜ
사실 당일날 한것도 아니라서 하루동안 냉장고 넣어두었다 가져다 드려서
모냥새는 좀 볼품없었지만 노력과 정성을 아셨겠지? 음 ..
이렇게 임산부의 첫 시어머니 생신은 무사히 지나갔다.
이제 곧 다가오는 남편 친가 행사..에혀.
법으로 모든 임신부들은 임신기간내내 단축근무 시켜주고
집안 행사에 빠지고 싶으면 빠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ㅎㅎ
가뜩이나 출산율도 저조한 우리나라에서. 너무 터무니 없나? 뭐 그래도.
시간이 흘러흘러 이 찜통더위의 여름도 후딱지나가고 .. 시댁행사도 지나가고.
제주교육원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있고 싶다! 떠나요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