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19

by JA

내 인생이 잿빛이 된것 같다.


결혼전에는 은은한 회색이었는데

결혼하고 다온이를 임신하고

점점 짙은 회색이 되더니

다온이를 낳고나서 검은색이 되었다.


아주 검고 검은 검은색.

아이의 빛남도

환한 미소도

존재자체만으로도 축복인것도

다 덮어버리고도 모자라

나 자신을 파괴해버린 암흑.


그리고 라온이가 태어나고

남편의 상황이 바뀌고

친정엄마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시어머니의 간섭이 사라지면서

점점 옅은 검은색이 되더니

얼룩덜룩 지저분해졌다.


두 아이의 미소에

잠시 마음이 환해져 찍힌

하얀 발도장.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아이의 말에

잠시 따뜻해져 찍힌

노란 손자국.


그 밖에도 행복한 순간들이

남긴 아름다운 알록달록 자국에도

불구하고 군데군데 남은 검은색들은

나를 아주 자주, 너무 자주

미치게 만든다.


나 자신의 약간의 실수에도

아이의 조그만한 떼와 고집에도

아기의 확실한 의사 표현에도

석유에 불을 붙인듯

분노가 폭주한다.


이어폰을 귀에 끼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들을정도로

소리를 크게해도

미친년처럼 딸과 아들에게

그리고 남편에서 소리를 질러도

가시지 않는 이 분노와 슬픔과 절망은

대체 어디서 온걸까.


나를 비난하는 말들.

엄마가 왜저래.

애가 뭘보고 배우겠냐.

니가 문제다.


내 숨통을 끊임없이 조여오는

날 찾는 아이의 목소리.

날 찾는 아이의 울음소리.

엄마는 나한테 화만낸다는 아이의 말.

엄마가 날 사랑하는줄 알았는데

안사랑한다는 아이의 말.


나를 너무나도 두렵게 하는

내 분노로인해 아이가 받은 상처.

받았을 상처. 받고있을 상처.

그리고 가늠이 안되는 상처.

그리고 아이가 느낄 죄책감과 불안감.


쏟아지는 비난과 죄임과 두려움에

쌓여만 가는 분노가 더 나를

나의 아이들을 불행으로 처박을것을 알면서도

벗어날수도, 벗어날 생각조차도 못하게 된

내 자신을 나는 어쩌면 좋을까.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밝은 정서를 위해

곧은 심성을 위해

따뜻핸 마음을 위해


그리고 먼 훗날

지금보다 더 큰 후회을 안하기 위해

더 큰 자책을 안하기 위해

나는 또 참고참고 울고울고

폭발하고 불행을 느껴야 하는걸까.


시간은 모든걸 다 가져간다던데

지금 이순간 내가 어떤 선택을 해도

나를 기다리고 있는건

그 어떤 미련과 자책과 후회라는 사실에

더 커져만 가는 암흑.


내가 아무리 화를 내도

소리를 질러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 나이때의 밝음을 지키며

곧고 바르게 자라는 아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에는 너무 어린 나의 아이들.


그리고 내가 원하는대로 알아서 척척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정리도 잘 하는 아이는

너무 일찍 철이 든것같아 짠하고 안쓰러울까봐

그런 소망조차 갖지 못하는

나의 모순. 그 속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행한 나.


아이가 너무 일찍 철이드는것도 싫고

끊임없이 일을 저지르고 반항하는 것도 싫고

그 중간 어디에 서있기를 바라는

나의 무모한 바램이 자초한 내 불행.


나는 어쩌면 좋을까.


거리를 두면 거리가 생길까 무섭고

거리를 안두니 내 자신이 없어져 불행한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누가 무슨말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아니 누가 억지로라도 나를 끌어내주면 좋겠다.


집안에서 아이들과 뱅뱅 도는 이 삶이

나를 돌게하고 우리 아이들을 돌게하는것만 같다.


귀청이 떠나가도록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시원해지던 은은한 회색빛의

내 삶이 그립다.


눈물을 펑펑 쏟으면 그래도

다음날의 서러움을 견딜 힘이 생기던

그 순간들이 그립다.


지금의 나는 이 불행을 벗어나

더 큰 불행을 맞이할까 두려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는 점점 더 검어지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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