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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Dec 28. 2019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22

어제는 큰맘먹고 이유식 만드려다가

믹서기 조립이 잘못되었는지 육수가 다 줄줄 새서

결국 못만들고 남편에게 생 지랄. 다온이에게 생 지랄.


오늘은 역시나 밥상앞에서 제사지내고 있는

다온이에게 또 생지랄.


점점 나의 내적불행이 괴물이 되어

더이상 안에 갇혀있지도 않고

자꾸 분출되어 아이들을 힘들게만 하고 있다.


소리를 지르다 지르다

내 분노에 내가 잡아먹혀 침대에 대자로 눕고나니

그냥 눈물이 주룩주룩 났다.


후회와 슬픔 서글픔과 힘듦이

다 녹아있는 눈물이 흐르는 가운데

엄마가 우니까 마음이 슬프다는 다온이.


37개월의 아이는 원래 그렇다는

수많은 책육아 저자들의 말에도

나의 분노는 왜이렇게 사그러 들지 않는걸까.


정말 .. 후회와 분노의 나날들이다.


이렇게 어리고 사랑스러운 존재에게도 화를 내는 나는 정말 나쁜 엄마인가.

이제 이백일 넘었다고 꽤 안정적이게 앉아있는 라온이.

본격적으로 기기 시작했다.


이제 다온이와 라온이의 전쟁이 시작되는가.


감기에서 기관지염 그리고 폐렴에 이르기까지

이주가 넘는 시간동안 병원과 집을 오가며 수많은 약을 먹고

분유를 거부하고 악을쓰며 호흡기를 하며

라온이의 웃음이 한동안 사라졌었다.


남편과 나는 라온이가 컨디션이 안좋아서 그럴수도 있고

나의 분노가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고

항상 다온이를 혼내는 남편과 나의 날선목소리 때문에

그럴수도 있다고 추측했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괜찮아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난후

라온이의 웃음이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다온이는 날이면 날마다 밥제대로 안먹는다고

엄마에게 작살나게 혼나고

라온이도 분유를 찔끔찔끔먹어서 엄마한테 궁뎅이를 맞고 혼나서

... 또 언제나 사라질까.. 걱정이다.


입이 짧은 아이.

나는 다온이가 밥은 항상 자의반 타의반으로 먹지만

그래도 주는건 다 먹어서 밥을 잘먹는아이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나의 오산.


라온이도 분유 천씩 항상먹어서

정말 잘먹는아이인줄 알았다.

또 나의 오산.


이 둘은 .. 입이 짧은 아이들이었다.

입이 짧아 몸무게도 미달인 아이들.


내 새끼들이 ..

나는 키도 항상 크고 덩치도 산만했었는데.

체질까지 아빠 닮은 녀석들..


애미란 작자는 만날 소리만 지르는데

웃음이 참 해맑은 다온이 라온이, 고맙고 사랑한다. 내새끼들.


라온이를 키우면서 늘 생각나는 다온이의 라온이시절.

어쩜 남매아니랄까봐 자세도 똑같은지.

그래도 라온이가 이제 꽤나 남자애 같다.

실제로보면 피부가 하얘서 아직도 딸이냐는 소리 많이 듣지만.


그리고 그리워지는 홍다온 퉁퉁이 시절.

이때는 되레 비만이 될까 걱정했었는데 지금은 북한주민 소리 듣는 지경이라니..

마의 13키로는 언제 넘을 수 있을까.


내일은 밥상에서 제사 지내도 화 안내야지.

영유아 검진 결과에 너무 충격먹어서 밥먹여야한다고 요 며칠

너무 집착했더니 애한테 소리만 지르고 살은 안찌고.

밥만 먹이긴 했는데 억지로 먹인거라..더 안찌는가 싶고.


라온이도 입이 짧은걸 어쩌겠나.

이유식 주는대로 먹고 분유도 어느정도 돌아왔으니

마음을 내려놓아야겠다.


입이 짧은 아이들.

마른아이들.

내새끼들이 그렇다는걸 인정해야지.


속은 상하지만.

허탈하고 허무하지만.

인정해야지.

인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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