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희
최숙희 작가의 그림책은 꽤 유명하다.
책육아를 하든 안하든 그냥 유명하고
특가가 뜨면 품절은 아주 순식간이다.
하지만 난 관심이 없었다.
모바일이 점령한 이 시대에도
종이책은 넘쳐나고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도 넘쳐나니
굳이 관심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풍문에 따르면
성인 종이책보다
아이들 종이책이 더 잘팔린다하니
점점 더 애들책은 많아지고..
덕분에 우리집에도 소전집 대전집을 막론하고
책이 많고 해서 더더더더더욱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러던 내가 그냥 샀다.
뭐를? 최숙희 작가의 "너는 기적이야"를.
이유는 단순했다.
다온이에게 늘 사랑한다고 말해주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수시로 과물로 변해서
그런지 다온이의 마음에 와닿지 않는거 같아서,
책으로 읽어주면 더 와닿지 않을까 해서
평소에도 책 내용은 잘 기억하고 믿는 편이라서.
책을 처음 읽었을땐 참 따뜻하단 느낌이 들었다.
그림체도 문체도 다 따뜻하다.
빙하 한가운데서 건네받은 손난로처럼.
하지만 결론은 대 실패.
정말 책이 일상이 다온이가..
책을 굳이 권하지 않는 내가 몇번이나 권했음에도
보는둥 마는둥.
더 충격인건 다온이가 좋아하는 동물이 잔뜩
그려져 있는데도 실패.
엄마랑 똑같이 오글거림이 딱 질색인 성향이라 그런걸까.
사실 이 책이 따뜻은 하지만
무뚝뚝하고 로맨스보단 수사물을 더 좋아하는 엄마라면
손가락 발가락 다 없어지는 느낌을 좀 받을정도의 오글거림을
내포하고 있다.
사실, 맞다.
딱 내 마음을 표현해주고 있다. 모든 글귀가.
아니,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라면 다 똑같은 마음일테고
작가는 그걸 글로 아주 따뜻하고 아름답게 잘 표현했다.
그런데 왜 아이는 보지 않는걸까.
다온이는.
내가 특히나 저 페이지를 찍은건
가장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모든페이지가 딱 내 마음이지만
내가 요새 다온이를 키우며 가장 느끼는게 바로 저 장면이다.
아이는..나를 위로한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내가 미안하다하면
자기도 자기가 잘못한걸 미안하다 한다.
오늘도 열한시가 넘도록 잠을 안자는 아이에게
왜 안자냐고 추궁한 끝에 꼭 이렇게 화를 내야 자냐고
한소리 한후 마음이 안좋아서 엄마가 화내서 미안하다고 하니
자기가 잠을 안자서 미안하단다.
아이는.. 정말 말은 쉽게 하지만
죽어도 인정하기 싫었던..
누가 아이고 누가 엄마인지 모르겠다는
누군가의 말을 때때로 인정하게 한다.
그리고 다온이는 곧 유치원에 간다.
어? 하면 학교에 갈것만 같다.
아이가 학교에 가면 기분이 어떨까.
이 그림책에서 말하는 겻 처럼 정말 행복하기만 할까.
걱정이 앞서는건 내가 이런엄마라서 그런걸까.
아니면 자연스러운 걸까.
참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책이다.
여튼 두돌쯤 산책이지만 38개월이 되도록 다온이의
관심을 못받고 있는,
하지만 엄마로서 모든것이 때때로 회의적으로 느껴질때
엄마인 내가 들춰볼 책이다.
두번째는 엄마가 화났다.
이건 몇주전에 사서 야심차게 엊그제 꺼낸 책이다.
다온이의 반응은?
음....평타정도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읽으면서 느낀게
아이를 위한 그림책이 아니라
모든 엄마들을 저격한 그림책이다.
타겟도 아닌 저격이다. 정말 저격.
모든 엄마들 반성하라고.
제대로 안하냐고.
마치 아주 좋은말로 포장해서 엄마들 마음에 대못박는.
확인사살하는.
물론 작가가 그런 의도로 쓴 책은 아닐꺼란걸
나도 안다. 하지만 요새 멘탈이 수시로 부셔지고
머리 좀 큰 다온이가 벅차게 느껴질때면,
아이를 사랑과 포용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협박과 윽박으로 통제하는 엄마괴물의 모습을
스스로 자각하고 마주할때면,
이런책은 사실 내일은 더 잘해줘야지 하는 다짐보다는
한번 더 내가 얼마나 못나고 부족하고 나쁜엄마였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다온이는 엄마의 마음을 꿰뚫기라도 하는듯
이 책을 읽고 난후 내가 꼭 껴안고
다온이는 엄마가 화내면 어떠냐고 물어보니
마음이 꿀떡꿀떡하다고 한다.
(책 속 표현을 외우지 못한 다온이만의 표현이다.)
나도 안다.
내가 소리를 지를 때면 초점없이 멍해진 그 눈빛이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너무 잘 보여주기 때문에.
...
산이와 조금은 동병상련을 느꼈는지
오늘 두번 읽어달라고 한 이 책.
구매를 결정할 때 사실 이정도는 각오 했는데도
아이에게 화를 낸 후 읽어주니 다시 무너진다.
나를, 아니 엄마로서의 나를 들었다놨다 하는 책.
너는 기적이야. 엄마가 화났다.
모든엄마들이 다 한번쯤 읽었으면 하지만
멘탈이 순두부 같다면 굳이 읽으라고 하지 않겠다.
이 장면들이..뇌리에서 안잊혀질테니까.
근데 이 책이..좀 정감갔던 이유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다.
뭐랄까 그림책만의 둥글둥글한 예쁜 그림체로
어쩜 이리 현실적일까. 작가는 역시 작가다.
다듬지 못한 머리, 화장끼 없는 얼굴,
맨발에 대충 걸친 옷들.
내가 나중에 최숙희 작가의 책을
또 사게 된다면, 그건 아이의 요청과 과제를 제외한
내가 정말 멘탈이 단단해 진 후일것이다.
산것을 후회하진 않지만
읽고나면 항상 한숨이 단전끝에서부터 끌어올려지는 책들.
최숙희 작가의
너는 기적이야, 엄마가 화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