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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Mar 09. 2020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31

심리검사

다온이를 키우며 항상 하고 싶었던게 있었다.

바로 다온이 심리검사.


때때로 다온이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을때면

도대체 저 아이의 머릿속에, 혹은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마음이 들길레 저러는 걸까 하는

의문이 나를 숨막히게 하고 해소하고 싶은 욕구가

정말 솟구쳤지만 항상 시기를 놓쳤었다.


나는 워킹맘이었고

라온이 임신기간에도 워킹맘이었고

라온이 출산후에는 휴직을 했지만

다온이 혼자 있을때보다 정말 백배는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지고볶고 지지고볶고 하다보니

시간이 언제 그렇게 흘렀는지 다온이 40개월,

라온이 10개월. 아주 조금의 정말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물론 코로나 덕분에 갑작스럽게 두 아이를 다 가정보육하는바람에

멘붕이 왔으나 설연휴 이후로 자의반 타의반 몸으로 부딪히니

이것도 아주 조금, 약간은 익숙해졌다고 느꼈을 때 쯤.


정말 운명처럼 아는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36개월 이상 애기 심리검사 해준대)


두둥. 이건 운명이다.

이건 무조건 해야해!


그런데...막상 신청하려고 하니

망설여졌다. 왜냐면 이전에 다른 아는 엄마와 얘기하다가

심리검사 얘기가 나왔는데 지금 우리 아이들은 동생을 본지

채 1년이 안되었기때문에 심리가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는 우리만의

결론을 내고 둘째가 돌이 지나고 해보는게 더 좋을것 같다. 라는

합의아닌 합의를 봤기 때문이다.

(그 엄마도 둘째가 돌이 되기전에 나눈 이야기)


하지만 나는 했다.

이런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을것 같았다.

그것도 무료체험으로.


충북육아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나와있다.

오호 무료체험 기간이 연장이 되었네. 주위에 알려야겠다.

여튼간에 저 링크로 들어가니 나이에 맞는 지령이 나왔다.


다온이는 5살. 5살아이의 지령은 이거였다.

(스케치북을 아이에게 세로로 보여주고, 열두가지의 색의 색연필을 준비한 후

사람 한사람을 그리라고 하세요. 이외의 아이의 질문에는 네가 하고싶은대로 하라고 답변하세요.)


흠, 쉽지않군.

일단 스케치북을 다써버린 상황이라 스케치북부터 사야했고

색연필은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지 오래. 찾아야했다.


코로나때문에 유일하게 출퇴근을 이유로

바깥출입을 하는 남편에게 스케치북을 사오라고 하고

색연필 열두가지색 찾기 돌입.


두아이 가정보육덕분에 이틀만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드디어 다온이에게 지령을 내렸다.

다온아 엄마가 부탁하나만 할게. 한사람을 그려줄래?


다온이는 망설임 없이 그려나갔다.

ㅋㅋㅋㅋㅋ이게 나란다. 엄마. ㅋㅋㅋㅋㅋ

믿기 어렵겠지만 저 양볼에 빨간 세로줄들은 다온이만의 볼을 표현하는 방식이다.ㅋㅋㅋ

다온아 저 분홍색은 뭐야?

라온이란다. 어? 라온이...?


뭐지? 라온이가 왜 내 안에 있지?

아직 동생을 인정 못하는건가?

다시 뱃속으로 들어가라는건가?

헉, 온갖 생각이 교차했지만 아이에게 티는 안내고

아이그림에 접수를 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분명 결과가 나오려면 3-4일은 걸린댔는데

아주 그림 보내자마자 심장이 터질것 같았다.


그리고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아이그림에 직접 전화를 해서

저희 둘째는 이미 태어나서 9개월이라고

혹시 분석결과에 다른 영향을 미칠까봐 전화한거라고 하니

받으신 분이 참고하시겠다고 하셨다.


그제서야 맘이 놓인 다온애미.

두근두근.그렇게 긴장하며 기다린끝에

결과가 나왔다. 두둥,


아, 다온이 심리검사와 함께 내 육아스트레스 검사도 같이 했다.

설문지 형태로.


나의 결과는 어느정도 예상했던거고

다온이의 결과는 안심과 걱정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나는 걱정많은 애미라 .. 안좋은 점이 자꾸 눈에 띄었다.

(앞에 언급한 둘째있는 엄마는 다 좋은데 뭐가 걱정이냐고 했다. 관점의 차이..)


그 무엇보다도 나의 마음을 내려앉게 한 부분은

다른사람과의 관계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과 두려운마음이 공존한다는 부분.

사실 누구나 다 그럴테지만 아직 40개월밖에 안된아이가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벌써 느낀다니..속상했다.


특별히 더 속상했던 이유는 내가 인간관계에 두려움이 많기 때문에

그 심리적 불안함이 다온이에게 가지는 않았나.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아이들만큼은 나같지 않고 두루두루 다 잘지내고 속터놓는친구도 있고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랬는데

결국 나의 성향과 심리상태가 아이에게 나쁜영향을 미친것만 같아 미안하고 속상했다.


남편에게 이런 마음을 털어놓으니

그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으나

다온이는 잘할꺼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걱정이 된다..

하지만 걱정만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나는 그래서 오늘부터 다온이를 믿기로 했다.

더이상 다온이가 혹시 친구들과 못어울리면 어떡하지

인간관계의 일방적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지금껏 드러내지 않았지만 늘 마음 한켠 나를 불안하게 했던

걱정들을 조금씩 내려놓기로 했다.


물론 한번에 내려놓지는 못한다.

꽤나 오랜시간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기에.

하지만 내가 우리딸을 안믿어주면 누가 믿어주나.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스킨쉽..

나는 내가 안아주고 뽀뽀하는걸 좋아해서 많이 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라온이가 태어나면서 아무래도 그 비중이 라온이에게 몰리거나

나뉠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저런결과가 나온것 같은데

앞으로 더더더더더더 몸으로 애정표현을 많이 해줘야겠다.


경험...코로나야 지나가라!

에라이 ㅜㅜ코로나만 지나가고 라온이만 걸으면 주말마다 나갈테다!


이번 심리검사결과로 어느정도의 안심과 어느정도의 불안,

그리고 엄청나게 큰 다짐을 얻게되어 참 좋았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아이그림에게 너무 고맙고

이 좋은기회를 알려준 지인에게도 너무 고맙다.


나중에 라온이가 더 많이 커서

나에게 더 여유가 생기면

돈을 내고라도 다온이를 데리고

현장 심리검사를 받아보고 싶다.


#아이그림P9  #아동심리검사 #충북육아종합지원센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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