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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Mar 30. 2020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24

홍다온

어제는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이제 복직까지 이틀.

내가 내린 선택인데, 나 살자고 울며불며 잡아당긴 결과인데

뭐가 이렇게 나를 심란하고 우울하게 만드는걸까.


시선은 티비에 가 있었지만

정신은 반쯤 나간상태로 이제 슬슬 자야겠다고

생각할때쯤 다온이가 부스스한모습으로 나왔다.


화장실에 가서 쉬하게 하고

목이 마르다는 아이에게 물을 주고

아이와 시선을 맞추니 다온이 얼굴이 보였다.

매일 보는 얼굴. 그런데 어찌나 마음이 찡하던지..


지금의 나는 다섯살이 되어 엄마랑 싸우기도 하고

장난도 치는 다온이를 보며 늘 생각한다.


언제 이렇게 많이 컸을까.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를 나는 왜 무서워 했을까.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다온이가 누워만있던 그 시절.

남편이 새벽 네시에 나갈때면 남편을 보내고

혼자 식탁의자에 웅크려 앉아 넋을 놓고 있던 순간들을.


그러다 다온이가 깨서 울기라도 하면

순간 온몸을 휘감는 공포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행여나 아기가 들을까 소리도 못내고

마음속 댐이 무너진듯 한꺼번에 차오르는 눈물을

이 작은 눈구멍 두개로 흘러내보내느라

정말 고통스러웠던 그 날들을.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까지

공포스럽고 슬프고 답답하고 우울했는지

의문이 들지만 다시 돌아가도

나는 그럴것같다는 확신엔 여전히 의심이 없다.


눈을 보고 코를 보고 입을 본다.

나에게 가장 큰 신체적 고통과

나에게 가장 큰 정신적 방황과

나에게 가장 큰 마음의 기쁨과

나에게 가장 큰 심리적 행복을 주었고

주고 있는 내 첫사랑 홍다온의 얼굴을 본다.


나를 하나도 안닮은 얼굴속에

내 마음속 가득찬 사랑을 쏟아붓는다.

이 아이는 내 마음을 알까.


걷잡을수 없는 분노가 가끔 나를

휘어잡고 마구잡이로 흔들어대도

결국 나를 정신차리게 하는건

자신이라는걸 다온이는 알까.


가장많은 생각도

가장많은 울음도

가장많은 사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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