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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pr 05. 2020

나는 서기다. 9

복직

복직을 했다. 4.1.자 고등학교로.

고등학교..


나는 그동안 중학교 교육지원청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에 있었는데

이번엔 말로만 듣던, 무언가 로망이 있던 고등학교로 발령이 난 것이다.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고등학교였는데

하필 지금이라니. 아이들이 어릴때.

일에 집중해야하지만 사무실에 있는 순간순간 아이들이 보고싶고

모니터에 자주자주 아이들의 얼굴이 지나가는..

하.. 이 시기에.


그러나 어쩌나.

내가 울며불며 원했던 복직에

이미 나버린 발령인데.


그러고 나서 나는 결국 출근 3일차에

울어버렸다.


사람좋고 착한데 정리안되는 전임자도

갑자기 쏟아진 어마어마한 양의 업무도

나를 답답하고 화나게 만들었지만

내가 금요일밤,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서

어린애처럼 엎드려 펑펑 운 이유는 결국 나였다.


숫자울렁증이 있는 나.

숫자를 오래보다보면 속도 안좋아서 구역질 날것같은 기분에

밥도 제대로 못먹는 나.

무엇보다도 어떤일을 딱 보면 완전히 이해하기까지

한참이 걸리는 나.

내가 나를 믿지못해 항상 해오던 일도

반복해서 반복해서 확인하고도 결재올리고나서도

불안해 하는 나.


이런 나의 모습에 견딜 수 없는 답답함과 속상함,

그리고 숫자울렁증 덕에 재발한 편두통까지.

정말 다 울고나서도 마음이 해결이 안됐다.

3일만에 복직 후회.


나도 남들처럼 정말 일 돌아가는 원리가

팍팍 이해가서 근무시간에 열심히 일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퇴근해서 우리 아이들과 저녁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현실은 해매고 해매고 길을 잃고 초첨도 잃고

한숨만 쉬다 결국 퇴근도 못하는 지경.


집에오면 아이들은 잠들어 있고

아침에는 아침인사 하기가 바쁘게

내가 가장먼저 집밖을 나선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내 선택에 대한 후회와

내일에 대한 걱정으로

꿈속에서도 허우적허우적.


왜이렇게 된걸까?


같이 근무했던 누군가는

아이들 어릴때는 이모님께 맡기고

월급은 이모님께 다 갖다주면서도 일했다고 하던데

내가 엄살인걸까.


왜 그래야 하는걸까.

왜 이래야만 하는걸까.


한번의 회의감이 휘몰아친 후

마음을 다잡은 이 순간에도.


나는 공무원이지만 엄마라서

항상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

나의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까?

웃으며 마주하게 될까?


후회하지 않기위해

미소라도 짓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지.


다시 울게 되더라도

출근길이 지옥이 되더라도.

최소한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힘내자 다온이라온이 엄마.

힘내자. 워킹맘.

나는 공무원이다.


그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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