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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pr 14. 2020

나는 서기다. 10

나는 복직을 후회한다.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한다.


마음속에서 하루에도 열댓번씩

저런 마음이 들랑날랑한다.


정말 벅찬 이번주가 지나고

나름대로 매일 야근해가며

전임자가 남겨준 숙제를 최대한

해결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마감버튼을 누른 후에도

일단 끝났다라는 안도감은 아주 잠시,

또 뭐가 튀어나오진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계속 마음에 남아 불안하다.


요새는 계속 나의 전임지가

그리워진다. 생각이 난다.


분명 그때도 처음해보는 업무에

반복되는 실수에 참 많이 혼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런 순간들 보다는 즐거웠던 순간들

재밌었던 순간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래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나온건 아닐까.


야근을 하던 어느날은 정말 심한 편두통에

속까지 안좋아져 급하게 마무리하고 집에 갔다.

집에 가면서 그 언젠가 누군가가 나에게 해준말이

떠올랐다.


남들은 우리가 철밥통에 놀기만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자리가 제대로 아프지도 못하는 자리라고.

각자 자기 업무에 치여서 남의 업무를 대신 해주지도

못하고, 실제적으로는 내 업무말고는 잘 알지도 못하는게

현실이라고.


그러니 내가 아파 죽겠어도

스스로에 대한 애처로움과 걱정보다는

남아서 내 일까지 떠맡아야하는 누군가의 부담과

아픈걸 걱정해주는 것과는 별개로 공석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상사들의 한숨을 더 신경써야하는

비참한 현실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그 말을 직접들었을때는 사실 마음으로

와닿지 않았다. 나는 경력이 얼마 안되는

신참이었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애송이였기에.


물론 지금도 나는 쫄병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고

경력도 한자리수인 사회적 애송이이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저 말의 뜻을 알것같다.

근무지마다 환경이 다르고 상사마다 사람이 다르기에

저런 극단적인 경우가 모든 공무원에게 해당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전쟁같고 지옥같던

저번주가 지나니 이번주는 숨이 좀 쉬어진다.

물론 아직도 내가 모르는것들에 대한것들이

(인수인계 못받은 것들이)

불시에 튀어나와 가슴이 철렁할때도 있지만

어떻게 어떻게 해결이 되고

누군가가 도와주고 누군가가 알려주니

그저 다행이다.


내가 지금의 근무지에 얼마나 있게될까?

나는 승진할 수 있을까?

승진하면 어떻게 되는걸까?

개학은 하게될까?

수많은 질문이 늘 자기전, 출근길에

머릿속을 가득채우는 나날들.


부디 내가 어디에 있든

어떤 급수로 있든

실수만 안하길.

아니, 반복된 실수만 안하길 기도한다.


너무 위축되지도 말고

기죽지도 말고

그렇다고 너무 긴장을 놓지도 말고.


잘하자. 다온라온엄마.

잘하자.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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