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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May 23. 2020

나는 서기다. 12

월요일.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집 근처 병원에 갔는데

열체크를 귓등에서 하는것도 모자라

저만치 멀리에서 내 목안이 보였을까?

흘깃 보더니 인후염이란다.


처방받은 약을 가지고 귀가.

저녁복용.


화요일. 아침에 38.1도.

출근을 못했다.

학교에 근무하는 나는 37.5도가 넘으면

들어갈수가 없다. 병가를 내고 해열제를 먹고

집에 방치. 처방받은 약은 시간에 맞춰 열심히 먹었다.


수요일. 아침 39.6도.

또 출근을 못했다.

먹고있는 약이 효과가 없는것 같아

다른 병원에 갔다.

이차저차 설명을 하자 바로 선별진료소 얘기를 한다.

이 병원은 의사가 아예 진료를 봐줄 생각도 없었다.

앞으로 다시는 안갈 예정이다.


항생제 처방해줄테니 이틀먹어보란다.

집에와서 생각해보니 이렇게 병원 갈 때마다

찬밥신세 당할바에야 진짜 코로나검사 받아보는게

낫겠다 싶어서 선별진료소로 갔다.


이때도 해열제를 먹었음에도

37.9도. 굉장히 삭막할것 같았던 선별진료소는

모든 직원분들이 너무 친절했고 정말 힘들어보였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우주복같은 작업복에 고글에 마스크에

장갑에 장화에....


의사선생님과 면담을 하고 폐사진 찍고

코로나 검사하고 수납하고 귀가.


목요일. 아침8시. 코로나 음성 판정.

그러나 이미 새벽 5-6시에 또 39.1도까지

열이 올라 해열제를 먹은 상태라 출근 불가.

해열제 덕분에 38도까지 떨어졌으나

계속 몸이 뜨거운 상태.


학교에 전화하고 밤새 오한으로 못자서

한숨자고 일어난다는게 몸이 타는것 같은 느낌에

깨보니 오후 2시.

본능적으로 체온계를 찾아 재보니 39.2도..

목이 아파서 제대로 먹지도 못한상태.


정말....직감적으로 이러다 큰일나겠다 싶어서

엄마에게 전화, 하지만 이런 긴급상황에 너무 먼 친정.

그래서 눌렀다. 119.

내가 진짜 살면서 내 손으로 나 때문에 119를 부를 줄이야.

우리 엄마보다 늦게 도착한 구급차를 타고 코로나 검사를 한 그 병원 응급실로 입성.


온몸을 무장했지만 예쁨을 감추지 못한 구급대원이

코로나 검사해서 병원에서 받아주는 거라고

아니면 음압병동에서 결과 나올때까지(9시간) 꼼짝없이 갇혀있어야한다고.


응급실에서 해열주사 맞고 수액맞고

독감검사하고 피검사한결과 난 너무 깨끗하단다.

하하하, 열은 왜나지?

결국 다시 이비인후과.


코로나 검사 덕분에 열난지 4일만에

제대로 진료받기. 서럽고 서러웠던 순간.

편도염이란다. 편도염. 편도염을 두고

4일간 39도를 웃도는 열로 나는 왜이렇게 고생을 했던가..


편도염약과 함께 해열제를 처방받고

집에와서 저녁먹고 약먹고 진짜 4일만에

오한없는 밤을 보냈다. 진짜...너무 평온했던 밤.


그리고 정신차린 첫날, 오늘.

이번주를 돌아보니 참..서럽다.

코로나가 무서운건 알겠지만

누군가는 나처럼 금방 진단받을 수 있는 병을 가지고

너무 빙빙돌아 고생을 하겠지.


고단했던 한 주.

아프지 말아야겠다.

코로나가 지나가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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