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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un 16. 2020

나는 서기다. 15

아마 신규때였던것 같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말을 해주었다. 


아무리 별거 없어보이는 상사라도

그 자리에 가기위해 한자리를 꾸준히 지켰다는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대단한거라고.


당시의 나는 정말 힘들다힘들다 하는 

취업의 문을 정말 간신히 열고 들어온

새내기였기 때문에 그 말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합격만 한다면 진짜 죽어서도 그 자리를 

지킬수 있을듯한 열정과 의욕이 넘쳐나는

말그대로 [신규]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경력 7년에 가까워지고 있는 나는

요새 누군가의 저 말이 마음에 참 와닿는다.


한자리를 10년, 20년, 30년을 지킨다는게

정말 쉽지 않다는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실무자일때는 일과 사람에 치여서

관리자일때는 책임과 외로움에 치여서

우리는 모두 다 힘들고 지친다.


나는 여전히 늘 반복되는 업무와

생판 모르지만 해야하는 업무와

정말 혜성같이 나타나는 돌발상황들에

이리뛰고 저리뛰고 가슴을 졸이는 실무자이지만,


지나온 세월만큼 

조금은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는지

요새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보인다.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심심한지.

그리고 혹은 얼마나 바쁜지.


또 누군가는 그랬다.

나이가 들고 직급이 높아질수록

누가 챙기지 않으면 간식하나 못얻어먹는게

현실이라고. 간식도시락 챙겨다녀야할 판이라고.


요즘말로 웃픈일이다.

사무실 분위기와 직원들 기분을

쥐락펴락하는 권위를 가졌음에도

직원들 사이에서 어울리기가 어려워

괜히 근무지바깥만 빙빙도는 관리자분들의 뒷모습이

가끔 짠하게 보일때가 제일 쫄따구인 나에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재를 올릴때마다

오탈자는 없는지, 수식이 틀리진 않았는지, 합계가 틀리진 않았는지

띄어쓰기와 문서양식이 틀리진 않았는지 눈빠지게 봐도

늘 어디에선가는 삐걱거려 혼나는 실무자들은

그래도 관리자가 자리를 비울때면 우리들끼리 모여

하하호호 떠들기도하고 상사를 뒷담화도 하며

그렇게 하루를 버티는데,


관리자들은 어떤 원동력으로 하루를 버틸까.

가끔은 궁금해진다. 


진실은 관리자가 되면 알겠지.

언제나 관리자가 될까.

언젠가는 되겠지.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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