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 Jun 18. 2020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27

나를 위한 삶이 어딘가에 쳐박힌 느낌이다.


모든 워킹맘이 다 그렇겠지.

회사에서는 상사 눈치보면서 맡은 업무 하느라 죽어나고

집에와서는 동시다발적으로 너무 많은것을 요구하는 아이들때문에

죽어나고.


유치원에 4개월째 다니고 있는 다온이는

다행히 아주 잘 적응하고 다니고 있다.

물론 아직도 잊을만 하면 팬티에 쉬를 해서

여분옷 보내기 바쁘고,

이 문제로 애를 혼내기도 이해시켜보기도 했지만

아직도 큰 변화는 없다.


내가 늘 신경쓰는 만큼 다온이도 스트레스를 받는지

가끔 하원시키러 가면 나 팬티에 쉬 안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다온이.

마음이 복잡했다.


거의 자동반사적으로 잘했다고 칭찬해줬지만

내가 너무 아이를 추궁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개월수가 느린걸 감안해도 어쨌든 다섯살이고 유치원생이고

벌써 올한해도 반이 지나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소변실수를

할지...걱정도 되고. 정말 뭐하나 쉬운게 없다.


그래도 역시나 우리딸은 유치원에서도

똑똑하다는 말과 말잘한다는 말을 들으며

똑순이의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머리도 단발로 스타일을 확 바꿨다.

그런데 단발이 너무 잘어울려서 애미가 깜짝놀랐다. 이 매력쟁이.

요새 스노우로 사진찍는데 재미들린 다온이.

어쩜 포즈도 척척. 정말 사랑스럽다.


유치원생이 된 다온이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반말이다. 사실 다온이는 엄마아빠에게 존댓말을 쭉 썼는데

(나는 다온이에게 반말 존댓말을 섞어썼다.)

어느날 부터 나에게 하는 말투가 꼭 친구에게 하는 말투처럼 변한것이다.


예를 들면 다온이~부르면 네, 하던 다온이가 어~라고 대답하고

가위 주세요 라고 하던 다온이가 엄마 가위 좀 줘 ㅡㅡ라고..

사실 나도 친정엄마에게 반말을 쓰기때문에 어쩌면 본보기가 안되서

다온이가 그러는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다온애미는 아직도 다온이의 반말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가끔 기분 별로 안좋을때 다온이 말투가 너무 당돌하게 느껴지면

이쁘게 이쁘게 하면서 존댓말을 유도하는데, 하면서도 이게 잘하는것인가 싶다.

정말 뭐하나 쉬운게 없다.


우리 라온이는 이제 13개월인데 뛰어다닌다.

허허, 머리스타일 하나 바꿨을뿐인데 우리 아들이 진짜 아들이 됐다.

그 동안은 딸이냐고 늘 오해받던 우리 아들 ㅜㅜ

얼집선생님마저 담임말고는 항상 여자애같다고 했던 우리아들...


이렇게 인물이 훤한걸 애미가 미안하다 ㅜㅜㅋㅋㅋㅋ


우리 라온이는 눈치도 빠르고 말도 거진 다 알아듣고

밥도 정말 잘먹고, 요새는 밥도 잘먹고 분유도 잘 먹어서 정말 이쁜데

점점 떼쟁이가 되어간다.


뭔가 뜻대로 안되면 우선 오만상찌뿌리며 울고

그 다음엔 발을 동동 구르고 그것도 안통하면

애미애비 얼굴을 때린다..이녀석이! ㅡㅡ!


오늘 간만에 혼자 두아이 보는데 진짜 계속 라온이가 안아서

이리가라 저리가라 이거줘라 저거줘라 해서 정말 너무 힘들었다.


안해주면 울고 계속 안고있자니 허리가 나갈것같고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언제나 어딘가에 처박혀 먼지쌓여가고 있을 나를 위한 삶을

꺼낼수 있을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내 인생을 챙기고 싶은 마음이

욕심이라고 말하는 이 세상에서.


나는 여전히 아이들때문에 힘들고 지치고

하지만 너무 행복하고 감격스럽고

내 인생이 조금은 뒤로 밀리는것 같아서

우울하고 진이빠져도 어느정도 수긍하고

체념도 하면서 살고 있다.


살아야하니까.

너무 사랑하니까.


작가의 이전글 나는 서기다. 1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