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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ul 16. 2020

나는 서기다. 17

여러가지 생각

#. 다른직렬에 대한 생각

나는 지방교육행정직이다. 내가 근무하는 환경에는 정말 다양한 직종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교사가 있고 우리가 있다. 학교와 교육청을 대표하는 직종이다....라고 생각했지만 내 시야가 좁은것이었다. 교사와 우리를 제외하고도 정말 많은 직렬이 있다. 그동안 수많은 직종들을 상대해왔지만 인식하지 못했다. 나의 우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것이다.


시설직렬, 보건직렬, 전산직렬, 식품직렬, 사무직렬, 조리직렬..등등등 정말 많은 직렬들.


그중에서도 얼마전에 시설직렬 주무관님이 멋있어 보이던 순간이 있었다. 보편적으로 학교는 막내들이 시설을 담당하는데(사실 개인적으로 이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갓 들어오거나 경력 얼마 안되는 주무관들이 -나를포함- 시설에대해 알리가 없지 않은가. 시설은 고사하고 현재 내가 근무하는 곳의 배치도도 섭렵못하는경우가 다반사인데 거의 무조건적으로 업무분장에는 막내가 시설을 하게끔 되어있다. 물론 아닌곳도 있겠지. 내 생각에 시설은 그 학교에서 가장 오래있었거나 상대적으로 실무를 덜 하시는 관리자분들께서 차근차근 돌아보시며 담당하셔야 하지 않을까한다.) 아니나 다를까 경력7년차에도 내가 우리학교에서 막내였기 때문에 무슨 법칙이라도 있듯이 내 업무분장에 시설이 있었다. (물론 우리학교는 내 바로 윗자리 주사님이 많이 도와줘서 나는 세상편하게 시설을 담당하고 있다.복이다 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담당은 나이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시설주사님이 오셨을때 학교 여기저기를 따라다니며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 순간 눈이 틔였다. 나는 백일이 넘도록 왔다갔다 하면서도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탁탁 찝어내시면서 여기는 어떻게 하고 저기는 어떻게 하고, 이렇게 해야 예쁘고 저렇게 해야 효율적이며, 여기는 어떻게 하기에 좀 아깝고 조금 더 써도 될것같다는 말을 하시며 상황을 진두지휘하시는 부분이 어찌나 멋있던지.


더 멋있어보였던 포인트는 각분야의 전문가들(예를 들어 건축사, 설계사, 현장소장등등..)에게 뒤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나에게 시설업무란 그저 투박하고 어렵고 약간은 귀찮은 존재였는데 전문성을 가지고 하니 참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본인이 계획하고 본인이 주도하여 어떤 학교를, 혹은 교육청을 리모델링하고 수선하고 증축하고 신축해서 완성해 두면 엄청난 보람이 느껴질까? 하는 의문이었다.


나는 행정을 하는 사람이기에 살짝 엿본 그 모습이 멋있어보였지만, 그 분들한테는 일상이기에 그렇게 완성을 시켜놓고도 그냥 무덤덤할까? 답이 없는 물음이다. 어쨌든 공직생활 7년만에 처음 다른 직렬이 멋있어보이는 순간이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멋있어 보이는 교육행정직이 되고싶다.


#. 떠남을 준비하는 마음은 어떨까.


그 옛날, 그러니까 내가 공직생활을 시작하기전에 잠시 [영어회화전문강사]로 2년간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한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을 굳이 떠올리고 싶진 않지만,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거기서 만난 보건선생님의 한마디 떄문이다. 그 선생님께서는 이야기를 하실떄마다 항상 "우리학교"라는 말대신 "이 학교"라는 표현을 쓰셨다. 그 당시 나는 이 선생님이 학교에 참 애정이 없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내가 공직생활을 하다보니 그 선생님이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2-3년 간격으로 근무지를 바꾸고 선생님들은 3-5년 간격으로 근무지를 바꾸기 때문에 어느학교에 정말 특별한 일이 없는한 .. 그저 지금있는 학교는 수많은 근무지들 중에 하나일뿐이다. 나 조차도 벌써 5번째 근무지인걸.)


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같이 30년 35년을 근무해야하는 사람들 말고. 내가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건 우리학교에 계신 한 교직원분 때문이다. 내가 지금의 근무지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장 많이 도와준 사람. 내 얘기도 많이 들어주고 본인얘기도 해가면서 위로도 해줬던 분인데 정말 슬프게도 대체직이라 다음달이면 계약이 끝난다.


나는 정말 아쉬운데 본인은 덤덤하다. 덤덤하게 캐비넷을 정리하고 덤덤하게 떠날 준비를 한다. 떠남을 준비하는 마음은 어떨까. 후련할까 아쉬울까. 언젠가 그녀가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쉬는시간 없이 그렇게 계속 직장생활하는것이 대단하다고. 그 말을 듣는순간 아차 싶었다. 나는 왜 쉬지않고 직장생활을 하는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세상이 많이 변해서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고 한두해 빠짝벌어서 여행가고 또 빠짝벌어서 여행가는 사람들도 있고 한데..,내 우물에서 나올날이 있기나 할까. ㅎㅎ


그녀는 계약이 끝나면 쉬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나와 그녀가 나보다 훨씬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직업이 없는 삶의 공백기간이 주는 불안감을 견딜정도로 강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인연이 쭉 이어지기를 바라며, 그녀의 삶을 응원한다. 그녀가 나를 응원했듯이.


#. 누군가에게는 나 역시도.


공직생활 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생활에서 다 마찬가지일것 같다. 어떤 한사람을 두고 누군가는 좋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나쁘다 말한다. 나에대해서도 어떤사람은 성격도별로고 일도 못한다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성격도 발랄하고 눈치도 있고 일도 뭐 그정도면 괜찮다 할것이다.


얼마전에 내가 아는사람에 대한 극과 극인 말을 들었다. 누군가는 그 사람은 일도 안하고 술만 마신다고 하고 누군가는 자기가 모셨던 분중에 최고라고 했다. 누구의 말이 옳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분명 그 사람은 그 사람만의 고유함으로 A도 대하고 B도 대했을것인데 그걸 마주한 A와 B는 각각 다른 인격체이니 그 사람이 싫을수도 있고 좋을수도 있는거니까.


다만 내가 느낀건 남의 말을 할때는 정말 한번 더 생각하고 해야겠다는 것이다. 그 누군가에게 나 역시 최악의 사람일수도 있고 최고의 사람일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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