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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ul 20. 2020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31.

욕심

마음이 안좋다.

나는 쿨하고 이기적인 엄마라 아이들한테 화낸것도

다 금방 잊어버릴줄 알았는데 라온이가 클 수록 .. 돌 전에 이유식 안먹는다고

구박했던것이 자꾸 떠올라 나를 괴롭힌다. 왜 그랬을까.. 하긴 분명 나도 그때는

두 아이 다 데리고 있으면서 힘들어서 .. 그냥 힘든데 둘 다 어지간히 안먹어서

그래서 화내고 푸념했을텐데 .. 그랬을텐데 왜 라온이가 14개월이 된 지금,

밥을 너무나도 잘먹는 지금 그때의 기억이 꾸역꾸역 올라와 나를 괴롭히는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 먼 훗날 또 나를 괴롭게 할 기억을 나 스스로 만들고야 말았다.

후회할것을 뻔히 알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게 아니라고 이게 아니라고 각성하면서도

결국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 냈다. 우리 다온이에게.


문제의 시발점은 바로 글레스데코.

사실 옛날에 얼초할때부터 우리 다온이에게 미적감각이 없다는건 알고 있었음에도

나도 엄마라 그런지 기대가 있었나보다, 처음에는 처음하는거니까....

한번 알려줘볼까? 하고 설명도 해주고, 반복되는 설명에도 제대로 하질 못하니까

시범한번 보여줘볼까? 해서 하나 만들어줘도 여전히 엉망진창....


흠, 다시봐도 참 어이가 없다, 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래도 컸다고 저기 틀안에 채우는것만으로도 만족해야했던걸까.

왜 나는 그 순간 화가 차오른걸까. 반성한다, 오늘도 못난 다온애미....


나는 스스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다온이 주변에서 아무리 사교육을 시켜도 마음은 초조했지만 결국 나만의 책 육아를

끝까지 고집했고 지금도 책만 열심히 읽어주고 있었기에. 그런데 오늘의 일을 되돌아보며

느낀건 난 욕심없는 엄마가 아니라 한껏만족하고 있는 엄마였다, 못나게도..


말이 일찍트인 다온이. 그래서 말을 잘하고 발음도 정확한 다온이.

인지가빠른 다온이. 41-2개월무렵부터 한글에 관심을 보여 지금은 우리가족이름과

엄마라는 단어도 쓰는 다온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엄마들과 아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내 아이가 내가 살고있는 동네에서는 어딜가나 말잘한다 똑똑하다

야무지다 끼가있다 라는 소리를 듣다보니 굳이 내가 나서서 욕심부릴 필요가 없었던거다.


그러다가 오늘 아이가 못하는 부분을 마음의 준비없이 직면하니, 게다가 아이의 친구는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결국 내 욕심의 민낯이 드러나버린거다. 하...다온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재밌자고 시작한건데 엄마의 구박으로 끝이나서. 아이의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게 하다니..

나는 정말 못난엄마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다시한번 마음을 잡아본다. 욕심내지 말자고.

겨우 세돌지나 아직 네돌에도 못 이른아이가 아닌가. 정신을 차려야겠다.

내일은 다온이와 저 작품(?)들을 보며 한가득 칭찬을 해줘야겠다. 자신감도 심어주고.

다시한번 정신차리자. 다온애미.


오전에는 온 가족이 키즈카페를 갔다.

사람이 많은 시간은 피하고 싶어서 딱 오픈시간에 맞춰서 갔더니

정말 몇사람 없었다. 정말 넓고 넓은 키즈카페에 몇 안되는 팀이 뿔뿔이 흩어지니

마치 대관한 느낌.


이런데 오면 또 소소하게 돈을 쓰는게 재미지. 굳이 넓은 방방과 블록장 볼풀장 에어바운스를 두고

이 작은 반짝이는 물건에 홀려버린 다온이와 라온이. 두번 연달아 타고서야 만족. ㅋㅋㅋㅋㅋㅋ

이것뿐이면 양호한데, 우리 아이들은 양호하지 않았다. 아빠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다온이의 신세계영접.

이것은 바로 브이알! 한글로쓰니까 뭔가 이상하다. VR을 이용해 썰매타기.

다온아빠가 나도 같이 해보랬는데 한번에 3000원이라 나는 과감하게 포기.

게다가 사실 어린애들이 줄줄이 하는데 내가 타기에는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다온이도 처음에는 뭔지도 모르는데 앉으라니까 긴장하더니 막상 시작하니까

아주 여유롭게 다 타고 또 타고 싶어했지만 애미가 방방으로 유도..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사실 다온이 또래에게는 저 기기가 너무 커서 다온이가 타는 내내 저 기기를 잡고 타야했다.


그 옛날 어디선가 VR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수도권에는 VR을 테마로 한

오락실(?)..아닌데, 테마파크가 있었다고 한거 같은데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고 다온이 라온이가

조금 더 크면 가봐야겠다.


자 이제 소소하게 돈쓰는 기계들을 지나 본격적으로 키즈카페 탐험 시작.


방방타기. 이 키즈카페는 진짜 방방이 어마어마하게 컸는데 도착해서 거의 3-40분은 사람이 거의 없어서

다온이 라온이가 마치 대관한듯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방방 트라우마가 있는 다온이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 너무나도 신나했고(다온이가 어린시절 동네 키즈카페에서 방방을 뛰다가 어떤 아이와 부딪혀서 넘어졌는데 걷지를 못해서 병원에 갔더니 고관절에 물이찼다고..그래서 2주를 앉아서 생활했다. 그 이후로 방방에는 들어가지도 못하더니 조금 크고나서는 뛰긴하는데 한사람이라도 누군가 들어오면 바로 도망간다.ㅜㅜ..안쓰러운 다온이...)


라온이는 처음에는 중심도 못잡고 자꾸 넘어져서 무서워하더니 나중에는 여유가 생겼다.ㅎㅎㅎ귀요미.


11시쯤부터 사람들이 슬슬 들어오더니 초등학생들로 보이는 애들도 꽤 들어와서 다온이가 잔뜩 겁먹어서

유아용 방방에가서 뛰는데, 마음이 속상했다. 유아용에도 자기보다 어린애들이 와서 뛰면 피하기 급한 다온이.

큰 방방에서 뛰고 있는데 갑자기 네살짜리 여자아이가 다온이 옆으로 다가오니 다온이가 급하게 다른 라인으로 피했는데 그 아이는 다온이랑 놀고싶었는지 따라오고 다온이는 도망가고 그 아이는 따라오고 결국 서러워진

다온이가 나에게 다가와서 하소연을 해서 내가 네살짜리에게 (언니가 방방에서 다친 기억이 있어서 같이 뛰지 못할것같아) 라고 설명하는데 이게 뭔가...싶었다. 정말 트라우마라는것은 무서운것 같다. 이 어린아이에게도

이렇게 오래도록 남아있으니.


그런데 더 웃긴건 그 아이가 내 말을 이해 못했는지 다온이를 자꾸 따라다니니 결국 폭발한 다온이가

(언니가 다친 기억이 있어서 그렇다고!) 하고 질러버렸다. ㅎㅎㅎ 다온이가 의사표현이 확실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게 그 아이는 갔다. ㅎㅎㅎㅎㅎㅎ


블럭쌓기. 처음엔 자기 몸집보다 큰 블럭들에 당황해서 무서웠던 라온이. 놀라고 내려놓으니 아빠에게

저돌적으로 돌격. ㅎㅎㅎ 애미는 안보이니? 이 아빠돌이. ㅋㅋㅋㅋ라온이가 돌 지나서 나에게오는 횟수가 많아지긴 했지만 확실히 아빠에게 더 많이 의지한다. 졸릴때나 무서울때 내가 안아주면 계속울다가 아빠가 안아주면 어깨에 착 기대는...ㅎㅎㅎ다온아빠도 돌지나면 나한테 갈꺼라고 그렇게 호언장담하더니 ㅋㅋㅋㅋㅋㅋ영 신통치 않으니까 두돌로 말 바꾸는....그런데 내 직감상 라온이는 아빠돌이일것 같다. 뭐...아니려나? 크면 엄마려나?ㅎㅎ


여튼간에 좀 탐색후 편해진 라온이. 블럭을 들려고 용도 써보고 아빠가 쌓아준 블럭 무너트리면서 신났다.

애미한테 마음을 덜줘서 이 녀석에게 살짝 서운하기도 한데 너무너무 귀엽고 진짜 사랑스러워서 정말 늘 깨물어주고 싶다, 이 사랑둥이.


다온이는 블럭쌓기 삼매경. 사실 이건 중간쯤에 찍은거고 이 앞에 하늘색, 빨간색, 노란색으로 한참 더 쌓았다.

우연이 겹쳤는지 다행히 우리가 이렇게 성을 쌓을때는 다른아이들이 이곳에 오지 않고 딱 한팀만 옆에서

또 다른 성을 쌓고 있어서 다온이가 혹시나 누가 무너트리진 않을까 하는 초조함 없이 잘 쌓고 놀았다.

그런데 옆에 있던 다른 가족은 아이 한명에 아빠 엄마가 같이 놀아주고 있었는데 한참 잘 놀던 다온이가

그 가족을 빤히 보았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빠엄마가 한 아이에게만 관심을 쏟아주는게 부러웠던걸까.

자상한 아빠모습이 눈에 띄었던걸까. (다온아빠는 아이들을 엄청 사랑하긴 하지만 다정하진 않다. 되레 엄한편이랄까..엄하고 짖궂은 아빠..) 다온이는 어딘가 가면 주변 가족들을 갑자기 빤히 바라볼때가 종종 있는데

무슨생각을 하는건지 .. 정말 궁금하다. 가끔은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부족한 점을 딱 알맞게 채워주고 싶다.


실컷놀고나니 점심시간.

점심은 어머님댁에서 먹기로해 간단히 과자로 요기하기.

애기의자에 나란히 앉아 아기쌀과자 나눠먹으며 행복한 다라남매.

핑크로 맞춰입히려던건 아닌데 둘다 너무 잘어울린다.

행복했던 키즈카페 나들이. 거의 반년넘게 못오다가 큰맘먹고 왔는데 넓고 사람도 많이 없어서

맘 편히 놀고왔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행복했던 시간.


다온아 라온아

부족하고 늘 후회만하는 엄마지만 엄마는 너희들을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해.

엄마가 더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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