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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ul 27. 2020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32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까.


회식을 마치고 난 후 기분좋게 들어온 집에서 남편이 꺼낸말은 충격적이었다.

"다온이가 친구들이 안놀아준대"

"......."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랄까. 두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랄까.

결국 엄마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내 딸에게는 가장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일어나고야 만것인가. 그래도 나는 대학에 입학하고나서부터는

많이 벗어나 지금 근무지에서는 (밝음의 아이콘)인데, ㅎㅎㅎ


마음이 초조해졌다. 당장이라도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리고 싶었지만

이미 열시. 밤 열시. 담임 번호도 모를뿐만 아니라 안다고 해도 전화드리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마음이 불안했다. 나는 현재 내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들을 나름

잘 이끌고 간다고 생각했고, (마음 깊은곳에는 물론 학창시절의 오랜 상처들이

아직도 내재되어 있긴 하지만) 그것이 나의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초조해서 선잠으로 가득채운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결국 불안함을 견디지 못한 나는

다온이를 데려다주는 길에 담임을 찾아갔다. 출근하자마자 나를 본 담임은 무슨생각을 했을까.

사실 나는 통화를 하고 싶어서 언제 가능하시냐고 물으려고 간건데, 출근버스를 놓치면 안되니까.

담임이 지금 얘기하라고 안그래도 전화하려고 했다고.


".......?"


"다온이가 아이들이 안놀아준다고 하더라구요."

"아 그런얘기는 새싹반 애들 전부가 합니다. 가장 많이하는 말이구요. 오늘은 이친구랑 놀았다가

어제는 저친구랑 놀면 오늘 논 이친구가 어제는 안놀아준게 되니까요."

"아..."

"제가 전화를 드리려고 했던건 다온이가 자꾸 선생님노릇을 합니다."


".......?"


"다온이가 수준이 높아요. 말도 그렇고, 가끔 만들기 하는거 보면 저도 깜짝놀라요.그런데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있어요. 그걸 자꾸 지적하더라구요."


"......."


"그리고 좋은마음인건 알겠는데 친구들이 뭘 못하고 있으면 가장먼저 나서서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는데

해주려고 해서 친구들이 안좋아할때도 있어요."


"........! "


"학기 초반에는 자기도 당근 안먹으면서 당근 안먹는 아이들에게 당근은 몸에 좋다면서

왜 당근안먹냐고 하더라구요"


"....... (속한숨)"


"제가 계속 타일러주니까 많이 좋아지고 있긴한데 집에서도 지도가 필요한거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면 누가 안놀아주고 한다는건 애들이 다 수시로 하는얘기니까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네..."


예상밖으로 길어진 얘기에 나는 결국 버스를 놓쳤다. 다행히 내가 타는 버스는 자주 있는 편이라

그 다음 버스를 탔고 지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복잡한 머릿속...내가 너무 걱정하니 남편이 지인에게

털어놓고 들은말을 전해주었으나 사실 1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수준높은 애들이 다 한번씩 겪고 가는 과정이래, 아직 어리니까 그 부분만 잡고 넘어가면

된대, 너무 걱정하지마."


나는 너무 방심하고 있었다. 다온이가 어린이집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았고

놀이터에서든 키즈카페든 낯선 아이들과도 잘 따라다니면서 잘 놀아서 어느순간 부터

대인관계가 아니라 이 아이를 어떻게 하면 똑똑하게 키울 수 있을것인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풀어가봐야겠다.)


사실 나는 다온이에게 짠한 마음이 많다. 라온이가 태어난 이후로 더 그렇다.

라온이도 둘째라서 안쓰러운 부분이 있지만 이상하게 다온이가 더 짠하다.

어딜가나 라온이는 애기라서 주목을 받고 어떤 사소한 행동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박수를 받으나, 그 순간 다온이는 그런 라온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나라도 우리 다온이에게 더 관심을 주려고 애를 쓴다.


이런 상황에서 나에게 다온이를 향해 제재를 가하라고 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담임선생님이 가정지도를 부탁한다고 했을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바로..


'유치원에서도 제재를 받는데 집에서도 제재를 해야하나,

아이가 나쁜 마음도 아닌데 ... 제재만 한다고 해결될 일인가'


그래서 속이 상했다. 하지만 속이 상한다고 그냥 넘어갈수도 없었다.


그래서 가장먼저 남편과 협의를 했다.아무래도 집에서 우리가 다온이에게

지적을 많이 하니까 그걸 배운면도 없지 않을테니 사소한건 그냥 넘어가보자.


우리가 다온이에게 주로 지적하는건 이렇다,


-다온아 자리앉아서 밥먹어, 밥먹고 움직여, 혼자 먹어야지

-다온아 아이스크림(과자) 한자리에 앉아서 먹어, 돌아다니면서 먹으면 다 흘리잖아

-다온아 가위는 위험하니까 라온이가 만질수도 있으니까 식탁위에 올려놔

-다온아 아이스크림은 하루에 한개만 먹어야지

-다온아 하나 가지고 놀고나서 치운다음에 다른거 가지고 놀아

-다온아 징징대면서 울면서 말하면 엄마 못알아들으니까 똑바로 말해


등등등. 엄마의 입장에선 솔직히 다 필요한것 같다. 아니 다 필요하다.


그렇다면 뭘 어떻게 해야할까. 정말 머리 터지게 고민한 결과 책 읽는 시간에

문제가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보통 다온이는 책읽을때 집중해서 듣는 편이었는데

내가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그림을 지목하면서 말을 많이 해주었는데 ..

이 방법이 문제였다.


"다온아 토끼는 다리가 짧다.ㅋㅋㅋㅋㅋㅋ왜이렇게 다리가 짧은거야~~~"라고 하면

다온이도 "ㅋㅋㅋㅋㅋㅋㅋ다리가 왜이렇게 짧아 ㅋㅋㅋㅋㅋㅋㅋㅋ"하고 웃곤 했는데

다온이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대로 말하고 웃는것 뿐이었지만 이걸 실제 생활에 대입해보니

정말 중대한 실수였다.


엄마랑 책 읽으면서 눈에 보이는걸 말하며 웃는기억이 좋아서 친구들한테도 한거였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누군가의 단점을 혹은 약점을 굳이 입으로 말하면서 비웃은 꼴인것이다.

아......이럴수가. 아이가 책을 멀리하지 않게 하기위해, 독서의 재미를 알게 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아이에게 독이 되다니.... 후회스럽다...


그래서 어제부터 나의 태도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그전과는 다르게 다온이도 책 읽는 시간에 자기 의견도 얘기하고 하니

그것에 집중하고 저 독이되는 말투와 대화는 하지 않았다.

다온이도 처음에는 좀 낯설어 하더니 자기가 꺼낸 말에 집중해서 대화를 이어가니

더 신난듯한 느낌을받았다. 차근차근 바꿔야겠다.


그리고 더불어 다온이에게 (도움은 친구가 요청할때만 주는거야)라고

틈틈히 얘기해주고 있는데 ...다온이의 말에...또 속상했다.


"다온아, 도움은 친구가 요청했을때만 하는거야, 친구는 천천히 하고 싶을 수도 있는데

다온이가 먼저 나서서 도와주면 친구는 자기가 할 수 있는데 해줘서 기분이 안좋을 수도 있어"


"엄마 그런데 **이랑 **이랑 **이랑 **이랑만 우유를 딸 수 있고

다른 애들은 못해서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도와줬대요~~~!"


그 표정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애들이 잘 못해서 자기가 도와줄수 밖에 없었다는 듯한

뿌듯해하는 표정...! 그 표정에 대놓고 나는 말했다.


"아이들이 다온이에게 도와달라고 했어?"

"응 도와달라고 했대요"

"선생님한테 도와달라고 한거 아니고?"

"선생님한테 도와달라고 했........근데....."


아이의 말이 끊어졌다. 나는 또 가슴이 철렁했다. 아이가 친구를 도와줄때는

친구들을 깎아내리거나 비하하고자 하는것이 아니고, 혹은 자기를 뽐내고 인정받고싶어서가 아니라

나는 되는데 친구는 안되서, 진짜 친구를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도와준건데

자꾸 제재를 당하니...아이의 기분은 어떨까.


나는 말했다. "다온이가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은 너무 예쁜데,

친구는 선생님한테 도와달라고 했으니까 그럴때는 다온이가 도와주는거 아니야,

다온이가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했는데 아빠가 오면 어때?"


"......"


아이는 또 말이 없다. 알고있는듯 하지만 자기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 마음들이 그 작은 마음속에서 엉켜.. 있는듯 했다.

마음이 아팠다. 세상은 이상적이지 않기에. 순수한 마음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앞으로 더 많아질것이기에. 벌써 시작된것 같아서..


오늘 등원하는 아이에게 미션을 주었다.


"오늘 친구들이 다온이에게 도와달라고 할 때만 도와주는거야,

다온이가 잘 지키면 엄마가 다온이 좋아하는 젤리 사줄게"


보상형 미션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번만큼은 통했으면 한다.

아이가 지켰는지 안지켰는지는 확인할방법이 없다.

그저 아이가 기억이라도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에게 계속해서 일러주고 나 역시 책읽기 시간에 계속 해서

다온이 말을 중심으로 대화를 이어나가 한달후쯤에 담임에게 다시 전화를 해볼 생각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첫 직면한난관.

아이는 첫 사회생활에서 맞딱드린 첫 시련.

잘 넘어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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