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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ug 18. 2020

아몬드

새 책을 주문할때면 항상 읽지 못한 책들이 마음에 걸린다.

이번에도 자율연수비로 책 17권을 시키고 나니 사놓고 안읽은 책들이

눈에 밟혀 급하게 한권을 골랐다.


바로 이 책이다. 사실 청소년문학은 잘 접하지 않는 분야라서

별 기대없이, 하지만 청소년 문학이라는 이유로 약간은 술술 읽힐것 같은 마음에

가볍게 집어들었다.


책은 내 기대를 빗나가지 않고 정말 단 몇시간안에 다 읽을 만큼 수월했고

이야기도 반전이나 엄청난 복잡함없이 흘러갔다.



하지만 읽는내내 마음이 무거웠던건 주인공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아주 조금, 아주 약간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한 때, 드라마를 보면서 왜 극중인물이 슬퍼하는지 궁금한적이 있었다.

내용의 맥락을 이해 못한것도 아니고 갑자기 중간부터 본것도 아닌데 주인공이 왜 우는지

도저히 이해가가지 않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그 주인공이 우는 이유는 명확한데(가족이 아프거나

사기를 당했거나) 그게 그렇게 까지 슬픈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경우가 한번은 아니었고 꽤나 여러번 있었는데 나의이런 의문들이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맘껏 표현하지도 못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한번정도 엄마에게 물은적이 있는데 명쾌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책의 주인공처럼 감정표현불능이라거나 공감능력제로라는것은 아니다.

공감의 폭이 조금 다를뿐이지. 지금은 금쪽같은 내새끼 보면서 울고 웃고 하는 그냥 평범한 아줌마다.


이 책은 청소년 문학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처절한 불행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비극들이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하고, 그 와중에 슬픔도 분노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깊은 한숨을 끌어올렸지만 결국 우정도 사랑도 그리고 가족까지

되찾은 이야기의 결말은 허무하면서도 안도감을 가져다 주었다.


사실 내용 자체가 잔인하고 어둡고 더불어 내용이 그렇게 막 엄청 새롭지 않아서

누구에게 추천하기도 선물하기도 조금 그렇지만 어쩌면 이 세상에 진짜 이런 아이들이

( 가족이 눈앞에서 살해를 당해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있을지도 모르니 읽을 기회가 있다면 읽어보면 좋을 책. 이것도 하나의 병이라 하니까.

(알렉시티미아 : 감정표현불능증)


ps. 휙휙 넘어가던 책장속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도라의 대답.

그래서 두번 세번 읽은 곳. "솔직히 그냥 살잖아, 살다가 좋은 일 있으면 웃고 나쁜 일 있으면 울고."

이게 진짜 정답아닐까. 삶이라는게 목적이 있다한들 그대로 되는게 아니니까.


ps.2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었는데 미리 사진을 찍어두지 않아 정확하진 않다.

"이 세상에 구해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구하려는 것을 포기하는 사람만 있을뿐" 대충 이런문구였다.

계속 의문이 들었다. 진짜 구해지지 않는 사람은 없는걸까? 아니면 작가의 희망사항일까?


정답은 없다. 그리고 나의 대답도 없다. 모르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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