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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Oct 21. 2020

아홉명의 완벽한 타인들

항상 어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다 읽을때까지 마음의 짐처럼 남아있다.

퇴근해서 육아하고 애들 자면 핸드폰도 만지고 싶고 텔레비전도 보고 싶은데

소파에 놓여있는 읽다만 책이 자꾸 눈에 띄는 것이다.


오늘 기록할 이 책도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너무 심신이 지쳐서 찔끔찔끔 읽다가

하루 날 잡고 드디어 다 읽었다. 아마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두껍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는 꽤나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그 인물들의 사연이 각각 다른데

참 신기했던건 그럼에도 하나도 헛갈리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번에 다 읽은것도 아니고 굉장히 여러날을 들여 읽었는데도 다시 책을 잡으면

각각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머릿속에 착착 떠오르는 느낌이랄까. 작가의 능력인걸까.


전체적으로 나는 괜찮았다. 두꺼운 책 치고는 술술 넘어가고 읽다가 긴장이 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결말이 너무 허무했다. 시작은 웅대하고 클라이막스도 훌륭했는데

마무리가 너무 빈약한 느낌이랄까. 물론 살짝 예상치 못한 내용의 전개도 있긴 했지만....

끝맛이 참 씁쓸했다.


그래도 이 정도 굵기의 책을 그 많은 등장인물들을 끌고 써내려간 작가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아마 결혼안한 사람보다 나처럼 결혼도 하고 애들도 있는 분들이 읽으면 여러모로 더 몰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는 자녀와 관련된 처절히 슬픈 사연들이 넘쳐난다. 끔찍하지만 아차 하는 사이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마주한 사람들의 몸부림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운이 엄청나게 깊게 남는 책은 아니었다. 그전에 읽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한동안 인간에 대한 회의감으로 그냥 문득문득 떠올라 깊은 한숨이 났는데, 이 책은 완전 순수 소설이라

괜찮았다. 가볍게, 하지만 몰입해서 읽을 책이 필요한 분들께 추천한다.


아! 그리고 이상하게 작가사진을 봐서 그런지 등장인물들중에 프랜시스라는 인물만 나오면

작가가 왠지 이런 사람일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랜시스의 사연이나 번뇌 이런게 아니라

읽으면 읽을 수록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가 책 겉표지에서 본 작가사진과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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