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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Oct 03. 2020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36

다시봐도 마음이 아려오는 82년생 김지영.

나도 기를 쓰고 복직하지 않았으면 결국 김지영처럼 되지 않았을까.

빙의가 되진 않았겠지만 감정조절기능이 아마 완전 망가졌을것이 분명하다.


그럼 나는 미친여자처럼 하루하루를 살았을테고

내 남편은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냈을테고

우리아이들은 내적불행이 점점 강해저 돌이킬 수 없게 되었겠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 밝은 미소를 아직까지 유지하는건 모순적이게도 내가 복직을 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명절 할머니댁 투어를 모두 마치고 오랜만에 어린이집엄마들을 만났다.

만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은 정말 훅훅 큰다. 아이들 네살때 만나서 벌써 다섯살의 끝을

달리고 있고, 엄마들을 처음만났을때 태아였던 라온이는 어느새 태어나서 17개월이되어 뛰어다닌다.


이 아이들이 이제 곧 여섯살이 되고 일곱살이 되고 학교를 간다고 하겠지.


동서네는 이제 아이가 한살(6개월)인데 그냥 아가가 이쁘다고만 생각했지 우리 다온이랑 네살이나

차이난다고는 인식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나이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네살이 생각보다

컸다. 지금당장은 한명은 애기고 한명은 꼬맹이라서 잘 모르겠는데 이 아이들이 커서 다온이가 스무살 어엿한

성인이 되었을때 동서네 애기는 중학생이라고 생각하니, 세상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온이를 키우면서 우울했을때는 내가 왜 신혼도 없이 계획도 없이 준비도 없이 이 아이를 만났을까.

하는 생각에 정말 자책도 많이 하고 원망도 많이 했었는데 그 시간들이 다 지나고 나니 지금은 그저

그 시간들을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보낸것이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신혼이 있었다고, 계획을 했다고,

준비를 했다고 달랐을까. 난 우울해하지 않고 자책하지 않고 그렇게 남편을 들들 볶지 않고 정말

소셜에서 볼수 있는 그런 육아를 할 수 있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온이 라온이가 찾아오지 않았을수도 있고 나이가 더 많았을테니

여기저기 더 아팠을것이고 더 힘에 부쳐서 더 큰 원망과 분노를 쏟아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다온이를 키우며 남편에게 다온이에게 쏟아낸 분노들이 이제는 미안함으로 마음에 강하게 남아

합리화 시키는 걸까. 그런데도 왜 나는 라온이에게도 똑같이 한걸까.


라온이를 볼때마다 나는 남모를 미안한 마음이 든다. 코로나로 라온이 다온이 둘다 데리고 있을때

다온이는 원래 밥을 안먹는 아이였는데 라온이까지 이유식을 안먹으면 둘다 똑같이 대한다는 명목으로

둘에게 똑같이 화를 냈었다. 그래도 다온이는 말을 알아듣는 나이였는데 라온이는 정말 그냥 본능에만

충실한 아기, 생명체였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낸걸까. 그 여린 생명체에게.


물론, 굳이항변을 하자면 라온이가 내가 만든 이유식을 안먹어서 ... 화가 난게 맞지만

지금 생각해보면..그게 뭐가 중요했나 싶기도 하고 그땐 정말 세상 전부였지 하는 생각도 든다.

복잡한 생각들중에 확실한건 단 하나다. 후회 그리고 미안함.


시판 이유식을 정말 꿀떡꿀떡, 친정엄마가 만들어다준 이유식을 꿀꺽꿀꺽,

그리고 지금 변변치 못하게 해주는 엄마의 반찬, 정성 가득 들어간 양가 할머니들의 반찬을 편식없이

잘 먹는 이 천사같은 아이에게 말이다.

미안해 아들.

정말 많이 큰 우리아들. 오늘 다온이 어린이집 친구들 만나러 가기 전에 아이들 신발을 사러 마트에 갔다.

사실 마트에서 애들 신발을 산적이 없었다. 저번에 한번 브런치에서 언급한것처럼 핫딜방 애용자인 나는

오프라인에서 아이들 용품 사는게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냥 갔다.


가서 다온이 예쁜구두 두켤레, 라온이 첫 운동화를 샀다.

운동화 인증



사실 가격에 놀란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샀다. 승진했다고 엄청 살림살이가 좋아진것도 아닌데 요새는 그냥 그런생각이 든다.

그냥 좀 쓰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남들은 집이 미어터지게 장난감도 사고 옷도 사고

금방 크는 애들 옷도 신발도 다 메이커로 입히는데, 나는 그렇게는 못해도 정말 필요한거

먹고싶은거는 그냥 사고 먹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은 불안하기도 하다.


조금 더 저축하면 나중에 아이들 미래를 위해 더 투자 할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제는 궁상을 조금.. 버리려한다. 나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조금은 조금은.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나의 천사들. 사랑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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