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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Oct 07. 2020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37

대전오월드

기나긴 연휴의 마지막날.

연휴내내 자가격리중이던 우리 가족은 나의 급발진으로 대전오월드로향했다.

사실 아직 코로나가 잠잠해지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연휴내내 집에서 애들과 잘 참고 있다가

마지막날 아침 내가 빵터진것이다.


"답답해"


그래서 갔다. 대전오월드.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대전오월드를 향하는 길이었는데, 대전오월드를 안가본것도 아닌데

자꾸 에버랜드만 생각이 나고 대전오월드가 생각이 안났다. 다온이가 지금 가는 동물원은 어디냐고 묻는데

머릿속에서 에버랜드의 모습만 빙빙 돌아서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온이가 실망했다거나, 우리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어떤 영향을 미쳤다는건 아니다. 그저 내 스스로.. 왜그랬나 싶다.


한시간 조금 넘게 달려서 도착한 대전 오월드.

확실히 연휴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미리 차안에서 구매한 표로 신속한 입장.


가장먼저 사파리로 향했다. 인파가 별로 없어서 다온이 라온이가 오른쪽 왼쪽을 왔다갔다하며

동물들을 실컷봤다. 우리 귀염둥이 라온이는 사자, 호랑이라고 하면 "으르르르" "크응"같은 소리를 내는데,

나름 자기딴에 야수소리를 따라하는것 같다. 아주 요새 너무 귀엽다.


다온이는 확실히 이제 커서 동물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는데, 새삼 또 아이가 큰것을 느꼈다.

사파리 투어 끝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놀아보자!


그런데....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우리 다온이는 키가 97-8이라서 왠만한 놀이기구는 혼자 타거나 보호자 동반으로 탈 수가 있는데 우리 라온이가 키가 80이 안되어서(그것도 너무 안타깝기 1-2cm정도 차이로) 탈수있는것이 회전목마 포함 두가지밖에 없었다. 결국 누나가 신나게 엄마손을 잡고 이것저것 타는 동안 우리 라온이는 아빠와 방황...물론 라온이에게는 바깥에 나와서 걷는것만으로도 신나는 시간이었겠지만 (요새 못걸어서 안달, 오늘 아침에도 못나가게 한다고 드러누워 대성통곡. 아이고 이녀석아. 이 성격좀 보시게) 나는 괜히 아들이 짠했다.


점심먹고, 놀이기구 또 타고(다행히 다온이가 라온이가 탈수있는 꼬마기차같은 유아 놀이기구도 재미있게 타줘서 가족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유치하다고 싫어할줄 알았더니, 오랜만에 나온 나들이에 모든것이 신이 났던것 같다.) 세시에는 [미녀와 야수]공연도 봤다.


참 운이 좋았던걸까. 이 날이 미녀와 야수 마지막 공연이고 다음주부터는 피터팬 공연을 한다고 했다. 물론 미녀와 야수도 피터팬도 다온이가 다 책으로 이미 접한 내용이라 어떤 공연을 봐도 다온이는 신났겠지만, 한창 분홍색을 좋아하고 공주에 빠져있는 다온이에게 미녀와 야수가 쪼끔 더 신나는 공연이 아니였을까. 그런점에서 봤을때 정말 기가막힌 타이밍이었다.


야수가 여자여서 조금 아쉬웠지만, 나름 흥이 났던 공연. 무엇보다도 주인공인 벨을 연기한 연기자가 흥이 많아 보여 더 신났던것 같다. 한가지 좀 아쉽다면 소리가 너무 커서 우리 아이들처럼 유아가 보기에는 고막에 무리가 간다는 점. 배우들을 가까이 보고 싶긴 한데 무대로 가까이 갈수록 소리는 커지고.. 굳이 오월드 전체가 쩌렁쩌렁하게 울릴만큼 소리를 키울 필요가 있을까 싶다.


공연끝나고 동물원으로 향했다. 대전동물원이 이렇게 잘되있었나? 싶을정도로 괜히 감탄했던 순간. 분명 여기를 와봤을텐데 나는 왜 하나하나가 다 새로웠을까. 참 희안하다. 원래도 암기력 말고 기억력은 잘 안좋은편이긴 하지만 요새는 이상하게 더 그 증상이 심해지는것 같다.


이번 동물원(주랜드)산책이 더 좋았던건 동물들이 많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유리 코앞에서 동물들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경험이지 않았을까 싶다. 나 조차도 의도하지 않게 낙타 콧구멍까지 봤으니. ㅋㅋㅋㅋ우리라온이는 역시나 곰, 사자, 호랑이 우리 앞에서 [그르르르르르를] [끄르르르르르]거리기.ㅋㅋㅋㅋㅋㅋ그러다가도 막상 동물들이 가까이 오면 슬슬 뒷걸음질.

그저 라온이는 몸짓 하나하나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우리 다온이는, ㅋㅋㅋㅋㅋ 주랜드가 거의 끝을 보일때쯤 염소우리가 있었는데 그 옆에 염소 먹이를 파는 자판기가 있었다. (요새는 먹이도 자판기로 산다. ㅎㅎㅎㅎ) 다온이가 먹이 주고 싶다길레 천원주고 자판기 눌렀더니 종이컵 반만하게 뭔지 모를 사료들이 나왔다. 그런데 염소들 사이에도 서열이 있는지 다온이가 먹이 하나 던지니까 염소들중 가장 덩치 큰 염소가 가장 덩치 작은 염소를 뿔로 들이받는게 아닌가. 엄마충격.


너무 얄미워서 다온이에게 이 왕염소는 그만주라고. 저 몸집작은 염소 챙겨주자고 했더니 마음씨 예쁜 우리다온이 그 작은 염소 챙기려고 기웃거리다가....그 대왕염소에게! 종이컵을 빼앗겨버렸다! 이 나쁜 염소놈! 그런데 정작 나는 그 장면을 못보고 갑자기 모든 사료가 바닥에 나뒹구는것만 보고 (다온아 뭐하는거야)라고 했는데, 남편이 하마터면 손 물릴뻔했다면서 큰일날뻔했다고 해서 다온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미안해 다온아 ㅜㅜ

(하지만 다온이도 사료를 빼앗겨서 짜증을 확! 내려다가 아빠말 듣고 진정된건 안 비밀....ㅋㅋㅋㅋ)


그렇게 장장 5시간동안 놀고 집으로 오는길.

정말 차가 출발하자마자 둘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잠이 들었다. 남편에게 조금 미안했다. 같이 고생했는데 남편은 운전하고 나는 옆에서 자고. 그런데 나도 모르게 잠이들었다. 너무 피곤했다..ㅜㅜㅜㅜ


집에 도착해서 두녀석 다 쭉 이어서 자주길 바랬지만 우리 강철체력 라온이는 카시트에서 들어올리자마자 깨서 결국 밥먹고 씻고 다시 취침. 다온이는 쭉 자다가 새벽 1시에 갑자기 물달라고 그래서 물주고 다시 자자고 누웠는데 옆에서 계속 뒹굴뒹굴 내 머리카락 만지작만지작 하는게 느껴졌다. 결국 나도 잠을 자는둥 마는둥...아침 7시도 되기전에 깨우는 바람에 정말 그날 학교에서 너무너무 피곤했다.


여튼 좋은 추억을 아이들에게 하나 더 심어준것 같아 좋았다. 요새 계속 드는 생각은 다온이가 라온이만할때는 미세먼지가 심해서 그렇게 집에만 있거나 먼지를 피해서 실내동물원을 전국으로 다녔는데, 지금은 미세먼지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이 돌아 아무데도 갈수가 없다니..앞으로 더 어떤 끔찍한 일이 생길런지. 도대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어떤모습일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꿋꿋하게 버텨야겠지. 아이들을 위해. 나를 위해.


아! 경품돌리기에서 다온이가 좋아하는 시크릿쥬쥬 색칠북도 받았다!

2등이랑 4등 중간에 걸렸는데 아저씨가 한번 더 기회 안줌 ㅜㅜ 살짝 서운했지만

우리아들 붕붕이 장난감 챙겨줬으니 ㅋㅋㅋㅋㅋㅋㅋ 마음풀기로!ㅋㅋ

점심먹고나서 마스크 썼다. 벗었다! ㅋㅋ
밥먹으면서 찰칵!
미녀와 야수 팀과 찰칵! 바짝굳은 다온이 ㅋㅋ
호랑이가 좋은 홍남매
친칠라랑 눈싸움 ㅋㅋㅋㅋㅋ왈라루와 키재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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