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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Oct 12. 2020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38

증평 루지, 마부농원, 다래목장

이번 연휴. 제대로 돌아다녔다.

왜 그랬지? 그냥 그랬다.


 첫날은 증평에 루지를 타러갔다. 사실 루지라는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남편이 동료분에게 들었다며 가자고 하길레 따라나섰다. 그런데..이상하게 난 가는길부터 내키지가 않았다.

여자의 촉이었을까. 내 불길한 예감이 맞았다. 루지를 타려면 리프트를 타고 높이높이 올라가야하는데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고.소.공.포,증. 하하....


리프트를 타는 순간부터 올라가는 한 10분정도(아닌가? 하여간 내 체감은 10분도 훨씬 넘었다.)되는 시간동안

정말 너무 무서웠다. 하늘을 봐도 무섭고 땅을 보면 진짜 오금이 저리고, 그 와중에 내가 무서워하면 다온이가

덩달아 무서워할까봐 티도 못내고 괜히 이말 저말. 그런데 다온이는 겁이 안나는지 자꾸 내가 손잡이 잡고 있는 손을 툭툭 쳐서 떨어지게 하는데 정말....너무 무서웠다 ㅜㅜㅜㅜㅜㅜ 나중에 다온이가 좀 크면 엄마가 고소공포증이 엄청 심하다고 말해줘야겠다. ( 파리로 여행갔을때 고소공포증때문에 에펠탑도 안올라가려다 지상에 있는

흑인 아저씨들이 더 무서워서 진짜 벌벌 떨면서 올라갔을 정도로 심한 다온애미의 고소공포증...)


우여곡절끝에 무사히 올라가 루지를 타는데 호기롭게 인코스가 아닌 더 스릴있다는 아웃코스로 직행.

그런데 진짜 오산이었다. 너무 구불구불한 경로에 운전하는 법도 제대로 못들어서 결국 충돌사고. ㅜㅜ

안내원의 도움으로 다시 출발했지만 결국 또 중간에 멈춰버림...하...진짜 그 20분정도 되는 시간동안

얼마나 몸에 힘을 주었는지 그 다음날 양 팔에 알이 배겼다. 결론적으로 난 다시는 루지를 타지 않을것이다.


다온이는 재미있었는지 다음에 또 오자고 했다. 라온이가 36개월이 넘으면 다시 와야겠다. 그때는 다온이는 혼자 탈 수도 있을것이고 라온이는 아빠랑 보내야지. (음.. 2년간 다온이가 120cm가 될수 있을까? 날 닮았으면 클 수 있을텐데.... 6학년때 160넘은 다온애미.... 물론 그때 키 다 큼....ㅋㅋㅋ현재 165 ㅋㅋㅋㅋㅋ)


안전모 꼼꼼하게 쓰고 루지타러 가봅시다!

우리 라온이는 너무 어려서 타지는 못하지만 기분이라도 내보기! 루지는 36개월 이상 키 80cm부터 부모 동반으로 탑승이 가능하다. 대전 오월드때처럼 역시나 라온이는 열심히 걸어다니기. 원없이 뛰어다니기.

귀요미들. 좀 컸다고 이제 손도 잡고 걸어다닌다. 다온이가 요새 라온이를 소중한 동생이라며 챙기는데 정말 너무너무 기특하다. 물론 질투할때가 더 많다. 보통 이동할때 나는 다온이 손을 잡고 걷고 아빠가 라온이랑 같이 오는데 아빠랑 라온이랑 같이 가자고 해도 다온이는 늘 앞서가며 나를 재촉한다. 빨리 가자고. 첫째로 태어나 사랑을 나눠줘야만 하는 다온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지만 늘 아빠와만 함께하는 라온이가 너무 짠하기도 하다. 오늘은 라온이 옆에서 자야겠다.


루지 다 타고 밥먹고 양떼목장가기. 양떼목장은 따로 입장료가 없었는데 역시나 먹이 체험이 있었다.

사실 루지타는 곳 옆에 작게 놀이기구들이 있었는데 라온이가 배고파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패스. 그래서 돈 굳은김에 먹이체험이나 실컷하게 해주자 싶어서 8천원이나 썼지만 사실 진짜 돈이 아깝긴했다. 상추같은 채소 몇장 주면서 한 바구니에 2천원이라니....진짜 내새끼들 위해서 쓰는돈이다. 먹이 체험은. 그런데 먹이체험 하면서 느낀건데 라온이가 역시 남자애는 남자애라는것이다. 다온이는 무서워서 나랑 같이 주자고 하는데 라온이는 몇번 아빠랑 같이 주더니 자기가 혼자 턱턱 주는것이 아닌가. 이건 성향차이인가. 성별차이가 아니라. 여튼 놀라웠다.


먹이체험만 하고 갈까. 하다가 양몰이 공연이 있다고 해서 시간표를 보니 거의 한시간정도 기다려야 해서

살짝 고민하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볼건 다 보고 가자해서 들어간 근처 커피숍.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우리는 커피한잔 하고 나오니 얼추 시간이 맞았다. 다온이는 역시 좀 커서 딱 아이스크림 잡고 잘 먹는데 라온이는 역시나 먹는건지 묻히는건지. 거의 라온이가 먹은만큼 손수건도 먹은듯하다. ㅋㅋㅋ그마저도 좀 먹다가 안먹는다고 해서 아빠가 다 먹음. ㅋㅋㅋ다 먹지도 못하면서 매번 누나가 아이스크림 먹을때면 꼭 자기도 자기 얼굴 반만한 아이스크림을 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홍라온군. 그리고 손수건으로 몇번 입 주위를 닦아주니 안닦아주니까 닦아달라고 난리. ㅋㅋㅋㅋㅋ 좀처럼 이 남자의 심리를 모르겠다.

시간맞춰 앙몰이 보려고 서있는데, 내가 다온이를 안아주려고 공연장 울타리에 커피를 올려놨다가 다 쏟아버렸다. ㅜㅜ..... 솔직히 커피가 아까운것보다 양떼목장 관리자에게 혼날까봐 긴장하고 있는데 다행히 아무도 뭐라하지 않았다. 왠지 자주 있는일이라는듯한 분위기. 혼자만 당황해서 눈치보고 있는데 갑자기 다온이가 나에게 오더니 쭈그려 앉아있는 나에게 어깨에 손을 올려주며,(엄마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아빠꺼 나눠마시면 되요.) 라고 말해주는데 정말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다온이에게 고마움을 바로 표현해주지 못했다. 커피에 눈이 팔려서. 물론 정신차리고 다온이에게 고맙다고 했지만 바로 눈마주치고 고맙다고 못해줘서 미안했다. 순간순간이 왜이렇게 후회로 물드는걸까. 조금 더 정신을 차려야겠다.


양몰이는 별로 볼게 없었다. 간 김에 시간맞으면 보더라도 우리처럼 굳이 기다려서 볼 필요는 없을듯하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원없이 놀은 아이들은 차에서 잠이들었다. 돌아오는 길은 내가 운전을 했는데 다행히 퇴근길과 겹치는 코스여서 나름 (?) 수월하게 운전하고 왔다. 물론 항상 옆에서 지켜주던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뒷자석에서 자는 바람에 정말 처음으로 혼자 운전하는 기분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긴장되진 않았다. 그대로 친정까지 고고씽. 친정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내가 운전을 했다. 이제 운전 42일차. 운린이 다온애미 생각보다 잘 하고 다닌다.


양떼목장에서. ㅋㅋㅋㅋ올라간자와 올라가려 애쓰는자. 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의 모습이 너무 예쁘기도 했지만

누나하는건 다 따라하고 싶은 라온이가 자기도 올라간다고 낑낑대는게 너무 귀여워서 셔터를 마구마구 눌러댔다. 결국 그는...

자신과의 타협점을 찾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고 귀요미. 아주 진짜 너무 귀요미. 요새는 라온이가 꼭 말을 할것같이 웅얼웅얼 거려서 한껏 기대중이다. 엄마 아빠 다했다 멍멍 크으으으으 만 하던 라온이가 요새는 내 이름도 말하고 빵빵도 한다. 요녀석이 말이 트이면 얼마나 귀여울까.

마지막으로 우리 다온이가 얼룩말카페에서 나오며 스스로 찍어달라고 해서 찍은사진. 요새 부끄럼이 많아진 다온이는 사진 찍는다하면 눈을 감거나 얼굴을 가리거나 그러는데 웬일로 카페에서 나오는 길에 스스로 찍어달라길레 얼씨구나 하고 찍은사진들. 정말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예쁜 우리딸.


다온이는 늘 그랬듯이 세상에서 엄마가 젤 좋다고 한다. 사실 난 늘 그래와서 엄청나게 가슴벅차거나 그런 느낌을 몰랐는데 요새 드는 생각은 아..내가 한참 왕따당하던 학창시절, 사회 초년시절을 잘 이겨내니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다는 우리 딸래미를 만나 이런 사랑을 다 받는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너무너무 고마운 우리 딸 다온이. 이제 점점 크면서 엄마보다 친구가 더 좋고, 남자친구가 더 좋을 때가 올테니 그때 너무 서운하지 않게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해야겠다. 사랑해 홍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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