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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Dec 05. 2020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39

브런치에 글을 쓴걸 보니 ..

한동안 내가 너무 나라는 존재에 집중을 한 게 아닌가 싶다.


공무원으로서의 나.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나.


현실에서는 육아에도 나름 엄청 쏟아붓는 엄마인데.

왜 한동안 기록할 마음이 안 들었는지.

왜 하필 이 순간. 다온이가 코 막힌다고 짜증 내는 걸 받아주다

결국 남편에게 한바탕 짜증내고, 이 새벽에 깼으니 내일은 엄청 피곤하겠다 하는 걱정이

또 한숨을 불러온 이 순간에 갑자기 육아일기를 쓰고 싶어 졌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나 자신이다.


2020.11.28. 다온이의 네 번째 생일이었다. 사실 그동안은 5살이라고, 내년에 벌써 여섯 살이라고 생각하니 다온이가 너무 훌쩍 커버린 것만 같아서 마음이 이상했는데, 늘 다온이 생일이 돌아올 때면 이제 겨우 세 돌이구나. 올해 겨우 네 돌이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생일을 앞두고 다온이에게는 또 다른 좋은 일이 있었다. 바로 집 앞 단설유치원 6살 반에 입학 확정이 된 것이다. 5살에는 그렇게도 경쟁이 치열해 떨어졌던 곳이 6살에는 정원 미달이 되었다고 하여 그 이유가 약간은 불안하고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지만, 어쨌든 거리상으로나 차후 초등학교 입학을 생각했을 때 정말 잘된 일이다. 게다가 어린이집 친구들 대다수도 그곳에 다니니 새로운 유치원에 대한 낯섦도 조금은 덜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느새 세 살이 코앞으로 다가온 우리 라온이는 일주일 전부터 찾아온 불청객 중이염으로 일주일째 할머니들과

아빠와 함께 가정보육 중이다. 사실 나도 가정보육 대열에 참여해야 했지만, 이번 주 수-금이 종합감사기간이었기에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중이염. 정말 지긋지긋하고도 미운 그 이름. 다온이 어렸을 때도 수시로 찾아와 고열로 모두를 잠들지 못하게 하고 온갖 걱정에 신경이 곤두서게 만들더니, 코로나 때문에 의무화된 마스크 덕에 라온이는 그냥 넘어가나 했더니 이게 웬걸. 역시 가을에서 겨울 넘어가는 환절기는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다행히 라온이는 잘 먹어서 그런지, 타고난 면역체계가 아직은 살아있어서 그런지, 주말 이틀 동안만 열이 반짝 오르더니 금방 잡혀서 걱정은 한시름 놓았다. 그럼에도 아직 중이염이 남아있어 아이는 힘이 들겠지만 다행히 컨디션 좋게 밥도 잘 먹고 잘 놀고 짜증도 잘 내고 징징거리기도 잘해서 곧 괜찮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요새 우리 집의 최대 화두는 (네가 하는 건 나도 해야 한다.)이다. 주로 라온이의 삶의 모토인 듯한데, 누나가 하는 건 자기도 다 해야 한다 주의이다. 누나가 하는 건 다 해야 하고, 먹는 건 그게 뭔지 몰라도 다 먹어봐야 하고, 보는 것도 캐릭터에 대해 하나도 몰라도 일단 소파에 앉아서 티비보고 책도 하나도 못 알아들어도 일단 앉아서 자기도 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웬만하면 둘 다 같이 하게 해 줘서(둘째라서 그런지 그냥 다온이가 먹는 건 다 나눠먹게 한다. ㅜㅜ 다행히 다온이가 잘 나눠주는 편...) 크게 다툼 일어날 것은 없는데 문제는 어떤 것이 하나만 있을 때이다. 집에 하나뿐인 미끄럼틀, 스프링카, 킥보드 등등..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 심리는 다 똑같은지 다른 거 하고 있다가도 누구 하나 스프링카를 타고 있으면 꼭 그게 타고 싶어 지나 보다. 투닥투닥 정말 왜 그러는 거니 ㅜㅜ


그래서 그런지 다온이는 요새 (내꺼를 사수하자) 모드이다. 자기가 하던 거 라온이가 뺏으려 하면 절대 안 뺏긴다. 그리고 남편이나 나나 첫째라서 양보해야 한다는 교육관은 애초에 없어서 우리 집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먼저 잡은 사람이 임자이기 때문에 다행히 다온이의 권리가 많이 존중되고 있는 편이다. 물론 라온이에게도 이건 좋은 쪽으로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라온이가 스프링카를 먼저 타고 있었으면 다온이는 라온이가 다 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다온이가 킥보드를 먼저 잡았으면 라온이가 아무리 울고 떼써도 그걸 달래는 건 엄마 아빠의 몫이고, 다온이는 계속 탈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다. 물론 아직 어린 라온이는 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클수록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이 시기. 아이들은 점점 더 사랑스럽게 커가지만 그만큼 부모로서의 고민도 커져만 간다. 다온이는 새로운 유치원에 잘 적응할까. 라온이는 언제 말이 트일까. 다온이에게 어떤 교육적 지원이 필요할까. 라온이에게 엄마사랑이 부족한 건 아닐까. 그래도 새삼 올 한 해를 큰 사고 없이, 크게 아프지 않고 자라준 아이들이 참 기특하고 고맙다. 사랑해 우리 다온이 라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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