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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an 16. 2021

소통이 어렵습니다.

나는 소통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써놓으면 말을 잘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질수도 있는데, 사실 말을 잘 못하는건 아니고(물론 사람이 많은곳이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할때는 - 예를들면 학교운영위원회 진행같은..- 너무 긴장을 해서 목소리가 떨리기는 한다.) 온라인 소통을 잘 못한다는 의미이다.



응? 온라인 소통을 잘 못한다고?



사실 이 글을 읽기 시작한 분이라면 조금 황당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브런치에 글을 쓰는 자체가 사실 어찌보면 온라인 소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맘카페 활동도 하고 카톡도 하고 카카오 스토리도 하고 필요시에는 밴드도 하고 하여간 수많은 온라인 활동들을 하는데 온라인 소통을 잘 못한다니 이 무슨 어이 없는 소리인가 싶을것이다.


그런데 나는 진짜 .. 온라인 소통을 못하는 사람이다. 이런일이 있었다. 내가 꽤나 오랜시간동안 소속되어있던 오프라인 모임이 밴드를 만들었고 나 역시 자연스럽게 밴드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정도 흐른 후에 우리 첫째 다온이가 돌이 되어 밴드에 그 사실을 알렸고 많은 축하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그순간 나는 당황스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표현으로 축하를 해주었는데, 나는 그 댓글 하나하나에 어떻게 대댓글을 달아야할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냥 형식적으로 아는 사이이거나 대면대면한 사이라면 "감사해요~~^^"정도로 일괄 대댓글을 달면 되었겠지만 그럴수도 없는 꽤나 친밀했던 모임이었기에 섣불리 대댓글을 달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실제로 만나면 그렇게 살가운 사람이 아닌데 댓글을 살갑게 쓰려니 온몸이 근질근질한 느낌마저 들어서 대댓글 쓰기를 포기했다. 물론 결론적으로는 모임의 일원의 권고로 대댓글을 힘겹게 달긴했지만, 대댓글을 다는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그 난감했던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축하해주신 분들의 댓글이 안반가웠다는건 아니다. 너무 반가웠고 너무 고마웠다.)


이런일도 있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과 주로 사내 메신저로 소통을 하는데, 선생님들이나 관리자분들이 나에게 쪽지를 보내면 사실 그것이 단순히 업무처리를 위한 정보를 주는 내용일지라도 "네~알겠습니다."와 같은 답변을 하는게 맞지만, 나는 그것이 참 어렵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어렵다기보다 그런 답변이 습관화가 안되있어서 그냥 읽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경우에는 내가 너무 바쁘기도 하고 정신도 없어서 일일히 답변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만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무슨 쪽지를 보내면 상대방은 단 한글자 "네"라도 거의 답장을 보내왔던 것 같아서 괜히 누군가 어떤 용건으로 나를 찾아오면 혼자 민망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예를 들어 어떤 선생님이 어떤 업무처리를 위해 쪽지를 보냈는데 내가 읽고 답장을 안한다음에 업무처리를 해버리면 그쪽에서는 그 업무가 처리가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몰라 확인하려고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있는데, 그럴때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뜬 그 선생님을 번거롭게 만든것같아 미안한 기분도 든다. 그런데도.. 아직까지도 답변하는것이 잘 안된다.



나는 왜이렇게 온라인 소통이 어려울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온라인 쌍방 소통이 왜이렇게 어려울까? 나는 수많은 글을 쓴다. 브런치에도 쓰고, 내가 소속되어있는 교육청 산하 공무원 문학모임에서도 글을 쓰고, 지역 신문에도 글을 쓴다. 그래서 나는 말로하는 소통보다도 글로하는 소통을 꽤나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착각이었다. 나는 글로하는 소통, 온라인 소통을 일방적으로만 하고 있었던것이다. 결국 글을 쓴다는것은 내가 혼자 나의 어떤 생각을 풀어내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 어떤 토론이나 피드백이 있지 않는한 글을 쓰는 나와 글을 읽는 독자는 각자의 일방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것이기에 쌍방 소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모임에서든 사람을 대면하면서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쌍방 소통을 하고 살았지만, 그것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는 순간 나는 나 혼자 일방적인 소통에 갇혀있었다.



그래서 나는 요새 온라인 쌍방 소통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우선 나의 가장 현실적인 사내 메신저에서 누구든지 나에게 어떤 소통을 건네면 정말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답변을 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내가 쓴 글에 누군가 댓글을 달면 조금 오글오글 거리더라도 마음을 담아 대댓글을 정성껏 쓰고자 노력한다. 그것은 브런치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내 브런치에 댓글이 달리는 경우는 드물어서, 브런치에는 댓글이 달리면 정성껏 대댓글을 달아왔다. 내 기억에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소통은 참 어렵다. 어떤 훌륭한 글을 읽고 나면 나의 이 느낌을, 감탄을 작가에게 댓글로 전하고 싶은데 마음은 굴뚝같으면서도 그게 잘 안된다. 내가 내 글을 쓸때는 어떻게든 써내려가는데 누군가와 글로 직접적인 소통을 하고자하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단어와 조사가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섞여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렵게 어렵게 댓글을 써도 진짜 내 마음의 반도 표현이 안된다. 참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상생활에서도 그 흔한 안부인사나 의례껏 건네는 인사도 잘 하지를 못한다. 머리에서는 내가 필요한 말을 하기전에 "밥은 먹었어요?" "병원은 잘 다녀왔어요?" "요새 몸은 어때요?"등등 많은 문장들이 떠오르는데 결국 실제 꺼내는 말은  필요한 말이다. 업무얘기나 질문 같은 딱딱한말. 그래서 나는 전화도 할말이 딱 정해진 전화가 아니면 잘 선호하지 않는다. 진짜 친한 사이가 아니면 말이다. 이건 성격탓일까. 살아온 환경탓일까.



이 글을 왜 쓰기 시작했을까. 결국은 내가 내 변호를 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나는 종종 차가운 사람으로, 무심한 사람으로, 냉정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는데 대부분이 다 내가 쌍방 소통을 잘 못하기 때문이었다. 쪽지를 보내도 답장도 안하는 사람. 댓글을 달아도 아무런 답이 없는 사람. 그 흔한 인사도 안하고 바로 업무얘기부터 꺼내는 사람.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한것 같다. 그리고 노력하고 있다고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 얼굴을 보고 소통해보면 웃음도 많고, 푼수끼도 있고, 애교도 있다고 하고(나는 부인하지만 주변에서 가끔 그런말을 듣는다.) 무엇보다도 말도 많은 사람이라고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얼굴보고는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수고하셨단 말도, 의례적인 말도, 안부인사도 한다고...민망스러워서 허공보고 말하는 경우가 많긴하지만. 그래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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