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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Sep 06. 2016

나는 서기보(9급)다. 2

합동 소방 훈련


어제는 합동소방훈련이 있었다,

요즘 시국이 시국인만큼(세월호 사건 이후 )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최고에 달해있다.
원래도 소방 및 지진대피훈련은 학교의 전 구성원이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만 이번에는 학부모님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담당자인 나는 그 전날부터 잠도 제대로 이룰수가 없었다..정말 두근두근...

오전에는 예행연습이 있었다,
실제훈련에는 지역소방서의 협조를 받기때문에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시행된 연습이었지만 긴장은

선생님들 및 일반직, 즉 직원들만 한것같았다.
비상벨이 울리고 불이 났다는 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에도(물론 연기이지만) 아이들은 끼리끼리 손잡고

어슬렁어슬렁..

너무 빨리 나온아이들에게는 아직 대피하라는 방송이 안나왔으니 대기하라고 했지만,
아이들의 답변은 나를 당황시키기에 정말 충분했다..
"선생님 방송대로 했다가 다 죽으면 어떡해요~"

헉..정말 놀란 나와 달리 아이들은 저 한문장을 남기고 태평하게 산책하듯 운동장으로 나갔다..
너! 선생님 말을 무시하는거야? 라고 혼내기에도,
니 말이 맞다. 라고 수긍해주기에도, 무언가 잘못된것같은 판단의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어야 했기에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오전이 다 지나가 있었다.
점심을 먹고 오전에 잠시 미뤄뒀던 업무를 처리하는데, 지역소방서에서 전화가 와서 마지막으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교직원분들께 최종 협조를 부탁드리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다시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렸다.

소방차가 운동장으로 들어오자 나는 행정실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동요하는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나레이터를 맡으신 선생님의 진행으로 훈련을 시작되었고 각 반선생님들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비상벨이 울리자마자 또 다시 우르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막을 수가 없었던 나는 불이 난 상황이니 뛰라고 했고 처음엔 소리치는 나를 흘깃 쳐다보기만 했던 아이들도
중앙현관에 연막탄이 터지고 조회대 앞에 철통안에 불이 지펴진것을 보자 슬슬 뛰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는 역시 시각적인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는 것을 뼛속까지 느낄 수 있었다.

소화기 담당선생님이 소화기로 불을 진압하고 또 다른 선생님들이 소화전으로

물을 분사하여 또 한번 불을 진압하고,
부상자역할을 맡은 아이가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고 소방차가 본격적으로

물을 쏘아주는 등 참 다행이도 훈련은 무난하게 이루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과정과정마다 사진을 찍으면서 총 감독을 하면서 맡은 역할까지 해내느라

쉴새없이 뛰어다녔더니 다끝나고 모든 기기 및 소품들을 정리하는데 땀이 콧잔등에 송글송글 맺혔다..

그렇지만 한숨 돌릴 새도 없이 바로 지진대피 훈련이 이루어졌고 나는 또 담당자로 각 교실을 뛰어 다녔다,
교육동영상 시청 후 아이들은 지진이 났다는 전제하에 책상밑으로 모두 숨어야했지만,
단합이라도 한듯이 느릿느릿 거북이로 모두 빙의하였다...후아..

보다못한 선생님들이 (야 지진났잖야 살아야할꺼아니야!)라고 소리치셨고 그제서야 아이들은
책상밑으로 다 들어갔다,
왠지 모르게 내 학창시절도 저랬을꺄..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저 나이에 만사가 귀찮고, 선생님의 말은 한귀에서 한귀로 흘려보냈을까,
솔직히 학생들은 나를 참 어색해했다, 마치 뭐랄까, 저 여자를 행정실에서 보긴했는데 대체 뭐라고.불러야하고.누구인지도 정확히 모르겠다..하는 그런 느낌..

하긴, 어찌보면 선생님들중에서도 (주무관)이라는 직급을 몰라서

선생님이라고 부르거나(이건 그나마 양호하다) ~씨라고 부르기도 한다.
에효..학교안 교행의 위치는 아직 더 성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인격적으로 위치상으로 존중해주시는 선생님들이 더 많다,

어디에서나 그렇듯 원래 모든 물은 몇마리의 미꾸라지들이 흐리는거니까..

여튼 모든 훈련은 그렇게 종료되었고 모두가 나에게 이제 1년 농사 다 지은거라고 했다,
사실 무사히 모든과정이 마무리 되어 후련하기도 했지만, 약간은 찝찝하기도 했다..

얼마전 이루어진 민방위훈련 그리고 어제 이루어진 모든 훈련은 대상이 직원 및 학생들이게 때문에

업무담당은 보통 일반직으로 되어있지만,
행정실입장에서는 교무실도 공동으로 담당해야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사실 민방위훈련때 실제 우리학교에서 충돌이 있어서 나와 일부선생님들이 감정이 상했고,
관리자분들이 중재한결과 이번 훈련이 순조롭게 이루어진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느낀 찝찝함을 아마 선생님들도 느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른이고 공존할수 밖에 없기에 내색하지 않을뿐.

무언가 하나하나 배우고 해낼때마다 .. 내가 점점 어른이되가는 듯 하다. 어른..

요즘 여러가지 공직을 향한 비난과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내가 일하는 것에 지장을 받거나,
공직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접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물론 공직자들중에서도 안이한 이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이 나라를 굴리고 있기때문이다.


[이 글은 작가가 2014년에 쓴글을 재편집해서 올리므로 현재와 시차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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