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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Sep 07. 2016

나는 서기보(9급)다. 3

세상이 바라보는 공무원

"나는 공무원이다."라는 영화를 몇년전에 DVD로 본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는 지금과는 다른진로를 꿈꾸며 스펙을 쌓으려 아둥바둥하고 있던 여대생이었기 떄문에,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관심대상이 아니었고,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다.
 
아마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주인공은 공무원으로서 출근을 하고, 정시에 칼퇴근을 하고,
집에서 티비를 보는 무미건조하지만 한없이 평화로운 삶을 산다. 그러다가 한 인디(?)밴드와 만나면서,
그는 난생처음으로 음악이라는것을 받아들이게 되고, 무대에 서는 등 기분좋은 평화로웠던 삶의 신선한 균열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공무원으로서 약간은 원칙에 벗어난 행동들로 인해 승진에도 차질이 생기는 등 시행착오도 있지만,
영화속 주인공은 자신이 경험한 삶의 균열에 꽤나 만족하는듯한 여운을 남기며 영화는 끝이 난다.
 
5월의 끝자락, 임용된지 232일. 내 삶의 저 영화의 전반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도 시작했고[운동한지 4주차, 살도 안빠지고-아무래도 하루종일 앉아서 일하다보니..-, 근육도 안생기고, 체력도 딱히 좋아지지 않는것같아서 점점 의욕이 사그러들고 있던 차에 오늘 엄마의 말씀이 다시 의욕을 북돋아 주었다. "너 이제 줄넘기 천번씩 해도 다리 안아프지?" - 아..그랬다..! 초반에는 종아리가 아파서 한동안 고생했는데 이제 천번을 해도 더워진 날씨덕분에 땀은 날지언정 다리가 아파서 고생은 하지 않는다.

음..체력이 증진되고 있나보다..!]


문화생활도 즐기고있지만[영화도보고, 연극도 보고, 여행도 다니고..] 뭔가 부족한 생각이 들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혼자 할까, 싶기도 했지만 왠지 열정적인 분위기속에서 하고픈 마음에

모교[대학교]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터디를 모집했고,
생각보다 호응이 좋아 총 7명이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었다.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데, 아무래도 내가 모집자이고 가장 연장자이다보니[] 먼저 하게 되었고,
나이와 이름 그리고 직업을 말하는데, 직업을 말하는 순간 다른 멤버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일단 "오!"하는 감탄사는 모두에게서 나왔기 때문에 베이스로 깔고..]
 
유형 1 : 공부를 잘하셨나봐요.
유형 2 : 어디에서 근무하세요?
유형 3 : 왜 공부하시는 거에요?

[이 질문은 우리 스터디의 목표중 하나가 영어회화시험에서 고득점을 맞는것이기 때문이다.]
 
새삼스럽게 공부할 당시 참 좋아했던 한국사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공무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산층이며, 어딜가도 꿀리지 않는 직업이다."라는..
그렇지만 글쎄, 한켠 마음이 씁쓸해지는건 왜일까.

공부를 잘하셨나봐요. -> 중학교 3학년때부터 피나는 노력으로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상위권에 있었던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공무원시험은 학교성적과 상관이 없다. 누가 더 얼마나 효율적이고 성실하게 했는가.

이게 더 중요하다.  
 
왜 공부하시는 거에요? -> 취업이 급급한 대학생들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 공무원에 대한 편견이 만들어낸 질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은 실적을 내야하는 부담도 없고, 정년이 보장되어있으니 해고될 위험도 없고, 만사가 태평해서 전혀 자기발전을 안할것이라는 생각을 일부 사람들이 하고 있는 듯하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공직사회에 들어와보면 [공무원 문예대전] [공무원 스피치 대회] 등등 여러 대회가 열리고 있고, 입상을 하면 장관상을 비롯한 기관장 상을 받을 수 있어 나를 비롯한 많은 공무원들이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내 주위에도, 대학원에도 다니고, 운동도 하고, 따로 공부도 하는 등 많은 공무원들이 자기계발을 위해 힘쓰고 있다.  물론 신규시절에는 업무를 익히느라, 혹은 공직분위기를 익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느라

시간적여유가 없고, 적은 월급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모든건 상황에 맞게 유동성을

발휘해야 하는것이니까 .. 감수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신규이기 때문에.. 운동은 헬스장보다는 줄넘기를

하고 있고, 영화는 조조를 이용하며, 공부도 학원이 아닌 스터디를....]
 
이 밖에도 내 주위에 어른들이 바라보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유형 1 : 뭐니뭐니 해도 공무원이 최고여. 잘됐네.
유형 2 : 이제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 살수 있겠네.
유형 3 : 최고신부감이구만.[나이가 있다보니..이런얘기도 나온다.]
 
이건 마치 내 친구가 대기업이나 금융쪽으로 취직했다고 하면 내가 [이햐, 너 돈 많이 벌겠다.]라고 내가 주로

얘기하는것과 맥락이 비슷한것 같다.
 
뭐니뭐니 해도 공무원이 최고여. -> 그렇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자기가 소속해있는 기관장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아마 대한민국에서 근로자에게 주어진 모든 복지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누릴수

있는 직업이 아닌가 싶다. 물론 대기업에 비해 이 나라에서 나의 복지를 위해 투자하는 금액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지만, 모든걸 다 누릴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상쇄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 살 수 있겠네. -> 그렇다, 풍족하게는 못살아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산층으로서 나름 여유롭게 살 수 있을것같다.[어느정도 직급이 된다는 전제하에...]
 
최고신부감이구만. ->아직 나도 결혼을 안해봐서 몸소 체감되지는 않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결혼하면 특별휴가 5일이 주어지고, 임신하면 출산휴가, 육아휴직이 보장되고[육아휴직 1년간은 육아휴직 수당 및 맞춤형 복지까지 다 제공이 되며 근무년수에도 포함이 된다. 최대 3년까지 가능하지만 2년째부터는 수입이 전혀 없으므로 거의

1년만 하는 추세이다.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한..], 평소에도 일이 많은 특정기간을 제외하고는 6시전에는

퇴근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자에게는 특히나 더 좋은 직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쓰다보니 내가 왠지 공무원 대변인 같은 느낌도 들지만..,
그리고 내가 이렇게 글을 쓴다고해서 사람들의 공무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놓을 수 없다는 생각에 끄적여봤다.
 
어제는 밤 11시가 넘어서 대학교 후배로부터 사회복지직에 최종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감격스러웠다.
그 후배는 3년을 공부한것으로 알고 있다.

꽤나 오랜시간을 공부했지만 그만큼 합격의 기쁨이 더 클 것이다.


[이 글은 작가가 2014년에 쓴 글을 재편집해서 작성했으므로 지금과 시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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