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 May 04. 2021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44

더 블루 체어

지난 주말 지역 현대백화점에 크레빌이라는 영어체험형 수업이 오픈 기념 체험수업을 한다길래

신청을 했다. 그리고 당일, 다온이는 첫 원어민 수업을 듣게 되었다. 주제는 미술영역.


다온이는 신나는 마음으로 앉았다가, 한국어 한마디 안 하는 원어민 선생님들 덕분에

당황하다가 주제가 미술이라 나름 활동을 잘 마쳤다. 그런데 밖에서 지켜보던 나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주제가 미술 영역이라 주로 언급되는 단어가 색깔이었는데 다온이가 다 아는 단어인데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발화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온이에게 물어봤더니 자기도 다 대답했는데

선생님들이 못 들었다고 했다.)


사실 원어민과의 수업이 처음이기에 당연한 모습인데도 엄마인 나는 내가 그동안 너무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했나, 하는 철렁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원어민에 대한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을 깨 주자는 목적을 두고 영어 사교육 세계에 발을 들여놓느냐,

아니면 할 때 되면 다 할 것이고 뜻이 있으면 어느 정도 아이가 나이가 되었을 때 원하는 시기가 있을 테니

지금처럼 책이나 읽어주느냐.


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 영어 사교육에 발을 디디면 과연 내가 다온이에게 어떤 성과를 바라지 않고

묵묵히 지켜만 볼 수 있을 것인가...? 아니. 난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사교육에 발을 못 들이는 것이다.

아이를 다그칠까 봐. 아이를 비난할까 봐. 그래서 늘 제자리이다. 고민의 늪에서 허우적허우적.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갑자기 카페를 가자고 했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따라갔는데 대박.

물론 그날따라 날씨도 좋고 하늘도 맑아서 더 예뻐 보인 것도 있지만, 카페 자체도 탁 트인 전망이 정말

예술이었다.


내 나이 어느덧 서른 중반인데 아직은 철없고 싶다. (그래서 아이들이랑 같이 뛰고 자유분방하게 사진을 찍었다.)


요새 다온이는 사진 찍자고 하면 몸을 비비 꼬느라 여념이 없는데,

아주 다양한 포즈를 하고 싶어 하는데 스스로 한계를 느끼는 게 눈에 보인다.

그래서 포즈를 알려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하튼 다온이 따라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녀의 포즈를 따라 사진 한 장!


라온이는 카페 가는 길에 자다가 중간에 깨서 뒤늦게 흥이 돋았다.

신나게 물놀이! ㅎㅎㅎㅎㅎㅎ


심란했던 마음이 무색하게 카페에서 두 시간이나 뛰어놀아 마음까지 정화했던 날.

이렇게 아이들과의 하루가, 추억이 또 쌓인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4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