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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un 03. 2021

아이들과 루지를 타러 가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주말. 아이들과 뭘 할까 하다 증평으로 향했다.

나의 믿을 수 없는 기억력이 루지를 탈 수 있는 키가 "85cm"이상이라고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내 기억은 절반은 맞았고 절반은 틀렸다.


*증평 루지를 부모 동반으로 탈 수 있는 기준은 키 85cm 이상 36개월 이상입니다.


우리 라온이는 키는 해당되었지만 개월 수가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에도 다온이만 엄마와 한번 아빠와 한번 루지를 탈 수 있었다.(미안해 아들)



벨포레에 도착하니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오와! 드디어 아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동산이 정식 개장을 한 것이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달려간 우리 아이들. 그러나 현실은... 다온이 세상이었다.


운행되고 있는 놀이기구 중에 사실 바이킹 말고는 우리 라온이도 충분히 탈 수 있었는데, 누굴 닮아 이다지도 겁이 많은지 라온이는 처음엔 탄다고 했다가 결국에는 타지 않는다고 하여 놀이기구 5회 이용권은 다 우리 다온이 차지가 되었다. 이제 좀 컸다고 웬만한 놀이기구는 혼자 타는 우리 다온이. (사실 혼자 타라고 엄마가 넘치게 용기를 심어준 것도 한몫. 내가 타기 싫기도 했지만 벨포레에서는 무조건 1인 1회 이용권이어서 괜히 내가 타서 1회권이 소진되는 것도 너무 아까웠다.)


그리하여 그녀는 생전 처음 혼자 회전목마에 오르게 된다.

상기된 그녀의 얼굴. 발은 받침대에 달랑 말랑. 사실 발이 온전히 닿지 않아 운행하시는 직원분이 살짝 고민하셨는데 빠르게 돌아가는 놀이기구가 아니니까 다온이에게 손잡이 절대 놓으면 안 된다고 몇 번 주지하신 후 탑승을 허가하셨다. 긴장한 상태에서도 말 중에서 가장 분홍분홍 하고 꽃이 화려하게 장식된 말을 고른 그녀. 입장에서 한번 타고 퇴장할 때도 한번 더 탔다. 이제 회전목마는 정말 섭렵한 듯하다. (기특 기특)


다음은 꼬마기차. 평소에 탈것 종류를 엄청 애정 하는 라온이가 탄다고 뛰어가길래 옳다구나! 하고 둘이 같이 태우려고 했지만 진짜 입장할 순간이 오니 또 아빠 품속으로 쏙 들어가 버린 라온이. (어이구. 이 녀석아.)그래서 또 우리 다온이 혼자 탔다. 그런데 꼬마기차는 진짜 혼자 탔다. 대기자가 하나도 없었던 것. 마치 기차 조종사처럼 맨 앞자리에서 꼬마기차를 누린 우리 다온이.

저 옆에 라온이가 탔으면 좋았을 텐데, 저번에 에버랜드에서 꼬마자동차 억지로 태웠다가 우는 바람에 운행중단 사태까지 일어난 전례가 있었기에 무리하게 탑승시키지 않았다. 칙칙폭폭. 다온이 기차가 나가신다.


꼬마기차를 타고나니 눈에 들어온 바이킹. 그런데 딱 봐도 성인용 바이킹이었다. 혹시나 해서 탑승 기준을 살펴보니 키 110cm 이상. 다은이는 현재 100-101cm 정도. 당연히 탑승이 안 되는 키였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내가 아빠를 시켜 혹시 부모 동반으로도 탑승이 안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담당 직원이 말하길 "아이가 중간에 무섭다고 울지 않으면 태워줄 수 있어요." 오호! 사실 놀이기구를 좋아하는 내가 타고 싶기도 했고, 다온이도 타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기에 정말 한줄기 빛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다온이의 표정을 보니 타고는 싶지만 무서울까 봐 겁도 나는 복잡 미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물었다.


"다온아 조금 높게 올라가긴 하는데, 가장 앞자리에 앉으면 좀 괜찮지 않을까?"

"...."

"다온이가 무서울 것 같으면 안타도 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어서 결정해야 해."

"탈래"


그렇게 해서 탑승! 가장 앞줄에 앉았다. 나 혼자 탔으면 가장 뒤에 탔을 텐데. 그런데 너무 오랜만에 놀이 기구를 탄 탓일까. 맨 앞줄에 탔는데도 그 높이가 너무 여실히 느껴져서 되려 내가 무서움을 느꼈다. 다온이는?

직원분이 만세~하고 외칠 때마다 어찌나 만세를 잘 외치던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직원분이 감탄해서 엄지 척을 들어주자 한껏 어깨에 뽕들어간 다온이는 연신 만세를 외쳤다. 만세~! 손 번쩍~! 다 타고 내려오자 다시 타고 싶다는 다온이를 설득해 이제 진짜 본 게임에 들어갔다. . . . .



사실 나는 루지를 타고 싶지 않았다. 루지 타러 케이블카(?) 타고 한참을 높이 올라가야 하는 것도 무서웠고(놀이기구는 좋아하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란 사람..) 저번에 처음 탔을 때 운전을 제대로 못해서 두 번이나 박고, 결국 직원분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완주를 했어서 이번에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다온이의 등을 떠밀어 아빠랑 먼저 타게 했다.


아빠랑 타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 다온이. 그래도 씩씩하게 잘 타고 왔다. 다온이가 아빠와 루지를 즐기는 동안 놀이기구도 안 타고 열심히 뛰어다니기만 한 라온이는 엄마랑 또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 모습이 조금 안쓰러워서 라온이가 만 세 살이 넘으면 다시 루지를 타러 오고 싶긴 한데, 그때는 이 겁 많은 녀석이 좀 대담해지려나.. 하는 의문도 든다. (누굴 닮아 이렇게 겁쟁이니? 엄마는 아니라고 해주련?ㅎ)


진짜 루지는 못 타지만 전시용 탈것으로 한참 놀기. 한참 놀다가 뛰어다니고 놀다가 뛰어다니고 놀다가 뛰어다니고. 진짜 한~참 그렇게 라온이 따라다니다 보니 아빠와 다온이가 왔다. 아빠랑 한번 더 타고 오라고 말했지만 엄마와 타겠다는 의지가 굳건한 우리 다온이 덕분에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루지 타러 출발. 역시나 케이블카 탈 때부터 고비가 찾아온다. 점점점 더 높이 올라가는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온이는 좋다고 엉덩이를 씰룩거리질 않나, 손으로 안전바를 치질 않나, 그럴 때마다 어미 가슴이 철렁철렁하는 것도 모르고.ㅜㅜ

공중에서 셀카찍기

가까스로 도착해서 루지 탑승. 루지에는 인코스와 아웃코스가 있는데, 무난한 아웃코스로 가려고 했으나 스릴을 원하는 다온 이덕분에 인코스로 탑승. 마음을 가다듬고 흥분하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유후~! 차분하게 타니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충돌도 하나도 안 하고 끝까지 잘 탔다. 재밌네! 나중에는 나랑 다온이랑 타고, 라온이랑 아빠랑 타서 시합하고, 서로 자리 바꿔서 타서 시합하면서 타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때도 나는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는 내내 무서울 것이다.

루지탑승!

한바탕 레저를 즐겼으니 이제 동물 먹이 체험하러 가자! 다행히 우리 라온이가 양 먹이 주는 것은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처음 벨포레 왔을 때도 이상하게 양 먹이 주는 건 무서워하지 않았다. 도대체 이 아이의 무서움 기준은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놀이터에 가도 라온이는 놀이기구보다는 돌멩이, 나뭇가지, 나뭇잎 등에 더 관심이 많고 킥보드를 타거나 유모차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자신이 애정 하는 것들을 한 곳에 모아두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 그래서 녀석이 지나간 자리를 보면 나뭇가지가 가지런히 모여있거나 가지각색의 돌멩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더 어렸을 때에는 파란색 물건만 미끄럼틀 위에 모아두곤 했었는데, 남편 말대로 이 아이가 도대체 어떤 아이로 자랄지 점점 궁금증이 커져가는 요즘이다.

파란색의 향연.

또 하루가 이렇게 추억으로 쌓였다. 차곡차곡. 아직은 조심스러운 시간들이지만 이제 백신도 맞고 있으니 내년에는 정말 마스크 벗을 날이 올는지 기대가 싹튼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코로나로 인해 그냥 보내버린 두 해를 생각해서라도 아이들과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곳을 가고 더 많은 것을 느끼도록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다음에 다시 벨포레를 찾을 때에는 라온이가 씩씩하게 루지에 탑승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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