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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ug 04. 2021

제주의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구나

아이들과 추억쌓기

제주도에 다녀왔다. 우리 다온이 임신했을 때 태교여행으로 다녀왔었고, 다온이 돌 즈음에 다녀온 후 무려 4년 만이다. 그 파란만장했던 3박 4일간의 여정을 풀어보려 한다.



제주도 여행을 처음 계획했을 때 동선을 짜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 있었다. 바로 제주도 지역화페인 "탐나는 전" 충전을 하면 충전금액의 10%를 인센티브로 준다고 하고, 첫 카드 발급은 무료라고 해서 냉큼 신청했다. 제주도 지역화폐라서 그런지 주황 주황 하다.

카드는 받았지만 제주도 여행 후기를 보다 보니 생각보다 탐나는 전을 사용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았다는 후기가 많아서 우선 충전은 보류하기로 했다. 어떤 블로그 주인은 미리 식당이나 관광지에 전화해서 사용 가능한지를 물어본 후 충전해서 썼다고 하는데, 그렇게 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기에 가서 사용할지 안 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결론은 대박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이 우연히 다 탐나는 전 가맹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차게 충전해서 잔액 700원가량 남기고 다 쓰고 왔다. 탐나는 전 강추!



비행기를 처음 타본 라온이와 두 번째 타는 것이지만 기억을 못 해서 처음 타보는 듯한 다온이는 비행기에 타자마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비극의 서막이었다. 나도 너무 오랜만에 타는 비행기라 꽤나 긴장한 상태였는데 두 비글이 옆에서 계속 움직이고 떠들어서 통제하랴, 내 마음 진정시키랴, 제주에 도착하기도 전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고 달려 하늘로 날았다. 오오오오오오오... 처음 느끼는 기압에 놀란 라온이가 안아달라고 하는 바람에 자리에 앉아있어야 한다고 어르고 달래랴, 구름이 눈앞에서 보이니 저거 보라고 흥분한 다온이 목소리 낮추라고 얘기하랴 정말 혼이 쏙 빠지는 기분이었다.


아이들을 제어한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는지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좀 조용히 하라고 했다. 아주머니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내가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는 것도 알았을 텐데 굳이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셔서 나도 속이 상했다. 보란 듯이 아이들에게 더 엄하게 조용하라고 했지만, 6살 3살이 그런다고 말을 들을 나이인가. 아마 아이들 목소리에, 계속 잔소리하는 내 목소리가 더해져 더 시끄러웠을 것이다.


한 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인지 몰랐다. 그래도 아이들이 멀미를 한다거나 울지 않아서 무사히 비행을 마쳤구나, 안도하는 순간 갑자기 쌍욕이 들려왔다. 앞자리에 앉았던 그 아주머니의 남편이었다.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 설마..? 자기도 아이가 있으면서..?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이는 족히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돼 보였는데, 그러면 아이를 키워본 입장에서 아이들이 조금 떠들었다고 쌍욕을 할 일인가..? 황당함과 분노가 같이 치솟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지만, 평화주의자인 남편은 우리 애들이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다며 그냥 지나가자고 했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차라리 나한테 욕을 했으면 참았겠지만 아이들을 향한 쌍욕이라니. 결국 나는 내지르고 말았다.


"지도 아이 키우는 입장이면서 말을 그따위로 하고 싶나!"


그 아저씨의 눈빛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움츠러들 내가 아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는 아줌마다! 똑같이 노려봐주니 결국 그 아저씨의 부인되시는 분이 자기 남편을 토닥여 그냥 가셨다. 우리 아이들이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다.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달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격이 성숙한 어른이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바르게 훈육하는 것이 아닌 욕을 내던진 건 정말 저급한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더군다나 자신의 아이도 옆에 서있는데 그렇게 욕을 하다니.



그때부터 두통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였다. 어금니로 머리를 부여잡고, 양손으로는 다온이 라온이를 붙잡고 서자매김밥으로 향했다. 그런데 두둥. 리모델링으로 인해 휴업이란다. 그래서 주변 식당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약속이라도 한 듯이 주변 식당이 다 휴가를 떠난 것이다. 두통이 더 심해졌다. 다행히 남편의 기지로 "바르다 김 선생"이라는 김밥집을 찾아 들어갔다. 제주도까지 가서 무슨 김밥집이냐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온이가 김밥이 먹고 싶다고 했고, 두통에 허기까지 겹친 나는 컨디션이 최악이었기에 배에 무엇이든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야심 차게 시킨 김밥 세줄. 기본 김밥, 매운 멸추 김밥, 그리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크림치즈 호두 김밥(가운데). 듣지도 보지도 못해봐서 시켜봤는데 이게 웬일. 딱 내 스타일인 게 아닌가!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먹으니까 살 것 같았다. 두통도 사라지는 것 같았는데... 매장에서 나오자마자 이번에는 메슥거림과 두통이 쌍으로 날 덮쳐왔다. 그다음 일정은 목장 카페 드루쿰다에 가서 다온이 승마체험하는 것이었는데 어찌어찌 도착은 했으나 이제 한계에 닥친 난 결국 울먹이며 다온이에게 말했다.


"다온아, 엄마가 지금 머리가 너무 아프고 속이 안 좋아서 다 토할 것 같거든. 우리 숙소로 가자"


다온이가 못내 아쉬워하는 게 눈에 보였지만 어쩔  없었다. 나는 정말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드루쿰다에서 비상약으로  게보린을 먹고 숙소로 향했다. 눈을 감고 한참 있다 보니 갑자기 속이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에 한잠 자고 일어났더니 숙소 도착.  몸의 눈치를 살피며 체크인을 한 후 짐을 대충 풀어놓은  시계를 보니 5시 정도였다. 몸이 괜찮아지니 아이들에게 미안했고, 남편에게도 미안했다. 제주여행 첫날을  컨디션으로 인해  망친 것만 같았다.


그래서 당장 바다로 나가자고 했다. 숙소 앞에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없는 제주에서는 유난히 하늘이 가깝게 느껴졌는데 특히나 해변가에 나가면 맑은 바다에 푸른 하늘까지, 여기가 천국인가 싶었다. 남편이 튜브에 바람을 넣는 동안 아이들을 래시가드로 갈아입혔는데ㅡ진짜 아이들 생에 첫 래시가드가 이렇게 찰떡일 수 있나. 가슴에서 사랑이 퐁퐁 솟아났다.

숙소에서 다온이 구명조끼도 빌리고, 라온이는 남편 지인분이 물려주신 구명조끼와 아쿠아슈즈까지 풀장착하고 바다로 직진! 진짜 신나게 놀았다. 해변이 7시에 폐장이라고 해서 시간이 얼마 없어서 아쉬울 줄 알았건만 한 시간 정도 놀다 보니 라온이가 급격하게 덜덜덜 떨어서 정리하고 들어오니 6시 반. 아주 딱 좋았다. 물론 드루쿰다는 아쉬웠다. 하지만 어쩌면 라온이도 말을 탈 수 있을 때 다시 오라는 신의 계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숙소에서 모래 천지인 아이들을 씻기느라 좀 고생했지만 기분 좋게 씻고 나와 저녁도 냠냠 잘 먹고 휴가인만큼 아이들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티브이도 후하게 보여주고 잠들었다. 첫날은 정말 바다가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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