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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ug 05. 2021

뽀로로야 타요야 같이 놀자!

뽀로로 앤 타요테마파크

*오늘 2시 드디어 탈 많고 말도 많은 백신을 맞았다. 화이자 1차 접종 완료. 병원에서 집에 가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서 과감히 노트북을 켰다. 이렇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극도로 부족한 엄마 껌딱지 비글 두 명의 엄마이기에 이 시간이 너무 귀중하다. 두통과 열만 없었으면 정말 좋겠다.


제주도에서 두 번째 날. 느긋하게 자고 일어나고 싶었으나 역시나 우리 아이들은 7시부터 눈을 번쩍 뜨더니 뒹굴뒹굴했다. 그래서 나는 아침부터 피곤했다. 정말 8시까지만 자기를 그렇게 기도했건만, 본가에 있든 휴가지에 있든 우리 아이들은 어쩜 이렇게 아침잠이 없을까. 결국 나의 짜증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다온아! 엄마 아빠 코 고는 소리에 한숨도 못 잤어. 8시까지만 자면 안 될까? 엄마 진짜 너무 피곤하고 머리도 무겁고.. 악!"


내가 화를 내면 다온이는 그저 멍하니 쳐다보고 라온이는 애교를 시전 한다. 결국 라온이 애교에 녹아버린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고 대충 세수만 하고 집을 나섰다. 눈곱만 떼고 도착한 식당은 삼양 식당. 제주시에 사는 남편 지인분이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이 동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현지 맛집이라고 하길래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결과는? 대박! 우리 가족은 성인 두 명에 미취학 아동 두 명이기에 식당에 가면 항상 세트메뉴 한 개나 메인 메뉴 두 개만 시키는데 어느 식당에 가나 사실 눈치가 보이긴 한다. 특히나 어린이 메뉴가 있는 식당에 가면 더더욱 눈치가 보인다. (눈치를 안 주셔도 눈치가 보인다.)


그런데 삼양 식당 아저씨 사장님은 우리가 고등어랑, 몸국만 시켰는데도 아무 눈치도 안 주셨고 되레 아이들을 귀여워해 주셨다. 감사했다.


생각보다 엄청 크고 살이 통통한 고등어에 놀라고, 전혀 비리지 않은 몸국에 두 번 놀랐다. 나는 유독 미각이 발달한 사람인데 유통기한 조금이라도 지났거나, 더운 여름에 잠깐이라도 냉장고가 아닌 곳에 방치된 음식이라거나, 김치의 경우 막 쉬기 시작했다거나 하는 것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려서 우리 엄마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그래서 애초에 몸국은 시도조차 안 하려고 했다. 비릴 수도 있다는 후기를 보는 순간. 그런데 남편이 하나도 안 비리고 돼지국밥 같은 맛이라고 한번 먹어보라고 했으나 그 말을 듣고 더더욱 시도하지 않길 잘했다고 마음을 굳혔다. 돼지국밥을 안 좋아하기에.. 굳이 제주도에 와서까지 아무리 현지식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 한들 스트레스받아가며 현지식을 먹을 필요가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참 고등어를 먹다 보니 간간함이 입에 너무 짙게 베였고 자꾸 몸국에 눈이 갔다. 결국 한입 시도. 오잉? 하나도 안 비리다. 우왕. 맛있네. 원래 고기는 안 좋아하기 때문에 고기는 빼고 국물만 먹었는데 괜찮았다. 엄청나게 맛있다고는 솔직히 말 못 하겠지만 비린맛에 엄청 예민한 내가 먹을만하면 정말 괜찮은 거다. 웬만한 사람은 다 먹을 수 있는 맛이다. 그래서 막판에는 몸국 국물을 엄청 떠먹었다. 가격은 고등어 정식(?) + 몸국 해서 2만 원. 탐나는 전 사용!(현지 맛집이라고 해서 갔지만 이미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한지 우리가 갈 때쯤에는 네 개의 테이블이 꽉 찼다. 식사시간에는 꽤나 붐빌듯한 느낌. 아침 일찍 가기를 잘했다.)



자, 이제 배를 든든하게 채웠으니 아이들이 그토록 바랬던, 엄청나게 기대했던 그곳으로 가자! 뽀로로 앤 타요 테마파크! 뽀로로 앤 타요 테마파크 입장료는 사실 엄청 비싸다. 내 기억으로 종일권은 어른 3만 원, 소인 4만 원. 즉 우리 가족이 정가를 내고 들어갔다면 입장료만 14만 원.


아무리 휴가지만 이건 너무 비싸. 그래서 내가 새벽에 깨서 폭풍 검색한 결과 11번가에서 쇼킹딜 상품을 구매해서 입장. 넷이 해서 83790원. (나는 11번가 vip라서 조금 더 할인을 받았고, 소셜 여기저기서 가격 비교해보면 합리적인 가격에 입장할 수 있다.)


그렇게 입장한 테마파크는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야외에는 뽀로로 마을을 축소해서 재현해 놓은 듯했다. 뽀로로와 크롱, 포비, 루피, 에디, 로디, 해리 등등의 집이 있었고 그중에 안을 구경하게끔 만들어진 건 메인 캐릭터인 뽀로로와 크롱 집이었다. 어른인 내가 봐도 영상으로 본모습과 흡사해서 신기했으니 아이들은 오죽했을까. 신기해서 두리번두리번. 그런데 왜 화장실에는 흔한 변기도 없고 욕조만 덩그러니 있었을까? (다온이가 지적한 사항이다. 참 디테일한 성향의 그녀.)


이렇게 집 구경을 다하고 나면 놀이기구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바이킹과 관람차가 있었는데 바이킹은 둘 다 키가 미달이라 탑승할 수 없었고, 관람차는 키와 상관없이 보호자가 동반하면 둘 다 탈 수 있었으나 우리 겁쟁이 라온이는 기어코 안 탄다고 거부를 해서 다온이랑 둘이 탔다. 분명 아이들이 타는 것이고 바깥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높이 올라가는 것 같지 않았는데 막상 타고나니.. 조금 무서웠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타요 버스도 재현되어있고, 타요에 나오는 꼬마버스들의 차고지도 있고 정말 신기한 것들이 많아서 바깥에서 많이 많이 뛰어놀게 하고 싶었으나 갑자기 추적추적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내리는 비를 보며 진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여행 계획을 짜면서 날씨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날, 이곳에 온 것은 신의 한 수였지만 그다음 날도 비가 예정되어 있어 순간 멘붕이 왔다. 하지만 멘붕은 멘붕이고 일단 놀자.



테마파크 실내는 말 그대로 아이들의 천국이었다. 뽀로로를 테마로 한 어마어마한 키즈카페와, 타요를 테마로 한 어마어마한 키즈카페가 보였고 엄청나게 많은 놀이기구들이 보였다. 우리 딸은 키가 100cm가 넘어서 모든 놀이기구를 탈 수 있었지만 아직 90cm도 안 되는 세 살 우리 라온이는 탈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10시 반쯤 도착해서 5시 30분에 퇴장한 것 같다. 하루 종일 놀고도 퇴장할 때 아쉬워한 다온이. 아마 더 놀라고 했으면 한 시간은 거뜬히 더 놀았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나 우리 라온이 때문에 조금 미안했던 시간. 나중에 라온이도 키 100cm 넘으면 (코로나도 종식되길) 꼭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 있었던 만큼 점심도 테마파크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해결했는데 후기대로 가격이 비싸지 않았다. 어린이 세트메뉴 1개와 짜장면, 햄 볶음밥을 시켰는데 27000원. (양도 괜찮도 맛도 뭐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정말 너무나도 아쉬웠던 건 어른들이 먹을 만한 매운 음식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흔하디 흔한 떡볶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카페테리아 앞에 있던 솜사탕 판매 가게. 어린이 밥 세트메뉴가 7000원인데, 솜사탕에 눈코입 스티커 붙인 것이 7000원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했으니 됐다...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깝다. 아깝다. 아깝다. 아깝다. 아깝다.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이 뽀로로와 타요를 좋아할지 모르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여행을 한다면 강추하고 싶은 테마파크. 혹은 예상치 못하게 제주에 비가 내릴 때 방문하면 딱 좋을 테마파크. 직원분들이 다들 너무 친절해서 더 좋았던 테마파크. 3-4살은 좀 이르지만 5살부터는 정말 신나게 날아다닐만한 테마파크.


다음에 방문했을 때는 제발 코로나가 종식되어 방역지침에 따른 인원 제한 때문에 길어진 대기시간도 없어졌으면 좋겠고, 맘 편히 물도 마시며 놀았으면 좋겠다.



두 번째 날 저녁은 흑돼지를 먹기로 했는데, 제주에 사시는 남편의 다른 지인분이 또 현지 맛집을 추천해주셨다. 그곳은 바로 "곽지가"


여긴 진짜 현지 맛집인지 관광객이 거의 없고 정말 동네 주민분들이 많았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맛도 있었던 이곳. 그런데 정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너무 더웠다는 것이다. 분명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는데 정말 하나도 시원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의 홍 씨 세명은 정말 땀을 주룩주룩 흘리고 있었고 평소 땀을 잘 흘리지 않는 나도 몸이 끈적끈적해지고 나서야 식당을 나설 수 있었다.


합리적인 가격과 맛을 위해서 더위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강추! 하겠지만 나같이 쾌적한 환경이 중요하다는 분에게는 추천하고도 욕먹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맛은 있었다. 맛없는 건 바로 뱉는 우리 다온이가 생갈비는 뱉었는데 흑돼지는 맛있다고 땀을 그렇게 흘리면서도 배가 볼록해질 때까지 먹었으니 말이다.


엄청 잘 먹는 우리 아들 딸, 하지만 더위에 지친 다온이는 먹으면서도 계속 칭얼댔다

이렇게 제주의 두 번째 날이 흘러갔다. 휴가를 갔다고 해서 마냥 행복한 건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은 감출 수 없는 비글미와 호기심으로 나에게 혼나기도 많이 혼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안전이 1순위였던 우리는 늘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예민하기도 엄청 예민했다. 하지만 아이들 눈높이에서 최대한 놀아주려고 했고, 지금도 다온이가 테마파크를 얘기할 만큼 우리의 노력이 헛되진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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