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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ug 08. 2021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 물론 집에 가는 날은 다음날이었지만 마지막 날이라고 한 이유는 온전히 제주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전편에서도 썼듯이 이날은 제주에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했었다. 아쿠아리움을 가야 하나, 헬로키티, 스누피, 피겨 뮤지엄인가..... 이곳저곳을 늦게까지 검색하다가 결정하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 다행히 비가 안 왔다. 날은 흐렸지만 비가 오지 않고 있었다. 다시 날씨를 확인하니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한다.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다! 얼른 나가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해변으로 나갔다. 아침의 제주바다는 너무너무 시원했다. 내 기준에 시원했고 아이들에게는 차갑게 느껴져서 해변 한가운데서 아이들에게 준비운동도 시키고 물도 적시는 등 만만의 준비를 하고 튜브를 챙겨 들어갔다.


보고 또 봐도, 다시 보고 오래 봐도 역시나 맑은 제주의 바다. 자연의 힘이 느껴졌다. 언젠가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구에게는 코로나19와 같은 존재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순간 우리가 이 맑은 바다조차도 잃을 날이 오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앗아가고 점점 나에게 불안감만 심어주는 것 같다.



제주의 도착하던 날 신나게 물놀이를 했지만 급하게 나가는 바람에 나와 남편 둘 다 핸드폰을 챙기지 못해 물가에서의 사진을 한 장도 남기지 못했었다. 사실 바다에서 사진 찍을 생각 조차 안 했기에 핸드폰 방수팩도 챙기지 못해 불안했지만 수많은 여행이 나에게 남겨준 교훈 "남는 건 사진뿐"이 떠올라 과감히 핸드폰을 들고나갔다. 그렇게 아이들 눈치(혹시 사진 찍는 거 알고 달려들까 봐), 물 눈치(빠트리면 안 돼)를 열심히 보며 찍은 사진들. 역시 진짜로 남는 건 사진뿐이다.



바다가 선사해준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씻고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사실 제주에는 수많은 실내 관광지가 있고, 그중에는 우리 숙소와 가까운 곳도 얼마든지 있었지만 엄청나게 먼 거 리에도 불구하고 아쿠아리움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비록 길에서 보낸 세 시간가량의 시간이 조금 아깝긴 했지만 아쿠아리움에서의 시간이 나는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신나게 물놀이는 했는데 밥을 안 먹은 우리는 아쿠아리움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식당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도중에 내가 신나게 검색한 결과 뿔소라 크림짬뽕을 파는 중식집에 정말 정말 가고 싶었지만 그곳에 가면 우리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짜장면이나 탕수육 밖에 없었기에 포기했다. 사실 짜장면이나 탕수육을 먹어도 아이들이 잘만 먹어주면 상관이 없었지만, 차마 양심상 그 전날 뽀로로&타요 테마파크에서도 짜장면을 먹였는데 또 짜장면을 먹이기가 좀 그래서 식당거리에 도착해서 급하게 식당을 바꿨다.


그리하여 들어간 곳은 등경돌.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여기도 탐나는 전 가맹점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통 갈치구이와 해물뚝배기를 시켰다. (가격은 7만 원, 사실 나는 가격 대비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아이들 먹이기에 가장 좋았다면서 만족스러워했다.)


다온이가 좋아해서 그동안 수많은 갈치구이를 먹어왔지만 이렇게 갈치를 온전한(?) 모습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생선이 너무 이빨이 사납게 생겨서 "무슨 생선이 이렇게 험학하게 생겼나"하고 혼잣말을 했는데 남편이 "갈치는 육식을 하잖아"라고 해서 진짜 깜짝 놀랐다. 더불어 살짝 민망하기도 했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살면서 갈치의 온전한 모습을 본 것도 처음인 데다가 육식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육식을 하는 생선이라니... 통으로 구워져서 더 얼굴이 험학해진건진 모르겠지만 앞으로 갈치를 볼 때마다 저 장면이 떠오를 것만 같아 기분이 유쾌하진 않았다.


그래도 갈치구이는 평타. 해물뚝배기는 맛은 있었는데 가격에 비해 너무 허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워낙 물가 비싼 제주도에서 7만 원에 뭘 더 바라겠냐만은, 홍합들도 다 너무 말라비틀어져있었고.. 그나마 국물이 시원해서 넘어갔지.. 굳이 다음에 제주도를 오면 이 식당에 다시 올까. 싶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밥을 잘 먹어서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우리는 휴가 중이니까. 이왕이면 좋게 좋게. 어차피 쓴 돈이니까. 좋게 좋게.



배를 든든하게 채웠으니 이제 진짜 본격적으로 놀아볼까. 이번 여행으로 알게 된 것이 또 있었으니 그것은 아쿠아리움 입장권이 여러 종류라는 것이다. 아쿠아리움만 볼 수 있는 입장권, 공연과 그때 그때 열리는 전시회까지 다 볼 수 있는 풀 패키지권, 그리고 오후 네시 이후에 들어갈 수 있는 pm4시권. 우리는 이미 네시를 넘겼기에 네시권을 끊어서 입장했다. 사실 마지막까지 아주 치열하게 고민하긴 했다. 비록 네시가 넘었지만 아쿠아리움 개장시간은 7시니까 풀패지권을 끊어서 현재 진행 중인 미니언즈 전시회는 그렇다 쳐도 오션아레나 공연을 보여주는 게 나을까, 아니면 공연은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다시 제주에 왔을 때 보고 지금 당장은 물고기들을 보여주는데 집중할까. 그런데 갑자기 화순이가 떠올랐다. (화순이는 제주도 마@파크에서 돌고래 조련사 체험에 이용되는 돌고래 이름이다.)


https://brunch.co.kr/@jsmbja/456

그래서 오션아레나 공연 관람을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물론 오션아레나 공연은 동물공연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나와서 하는 공연이라 약간 맥락이 다를 수 있으나 마음이 안 편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 수 있으니 차라리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 편히 아쿠아리움을 구경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아이들은 좋아했다. 그리고 이 날 처음으로 대여한 유모차가 빛을 발했다. (미취학 아동을 동반하여 방문할 경우 필수! 강추!) 그동안은 해변에서 놀고 테마파크 가고 그래서 유모차 쓸 일이 없어서 속으로 "아.. 돈 버렸네"하고 후회하고 있었는데 아쿠아리움에서 제대로 그 쓸모를 다했다. (물론 사진을 찍을 때는 다 내려서 찍었다.)


참 이상한 심리다. 우리 라온이의 심리. 관심도 없다가 누나가 움직인다 싶으면 냉큼 그 뒤를 따라가 누나가 하는 건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럼 그 행동을 좀 이해해주면 좋을 텐데 우리 다온이도 아직 어린 아이라 그런지 꼭 동생을 약 올리거나 심술을 부린다. 저 거북이 사진도 언뜻 보면 사이좋은 남매가 사이좋게 앉아서 찍은 것 같지만 사실은 라온이가 혼자 찍겠다는 것을 다온이가 굳이 뒤에 몰래 앉는 바람에 탄생한 사진이다. (라온이가 몰랐으니 망정이지 알았으면 소리를 지르거나 누나를 때리거나..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이 사진도 마찬가지. 언뜻 보면 두 남매가 사이좋게 노를 잡은 것 같지만 현실은 서로 혼자만 잡겠다고 싸우는 중이다. 더 이상 말리기도 싫은 나는 그냥 뒤에서 포즈 잡기. 이 비글들의 전쟁은 언제나 끝이 날까.

유모차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왠지 영화 "장화홍련"의 포스터가 떠오른다. ㅎㅎ개인적으로 제주도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었다. "인생 샷"건지기. 사실 애들 데리고 가면서 인생 샷이 웬 말이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엄마이기 전에 나도 여자니까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화사한 옷 입고 정말 괜찮은 사진 한 장 찍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 해변에서는 내 사진 찍어줄 수 있는 유일한 남편은 아이들과 놀아주는데 집중하느라 사진에는 관심도 없었고, 테마파크에서는 놀아주느라 둘 다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날! 큰맘 먹고 노란 원피스를 입고 갔다. 하이힐도 신었다면 조금은 더 이쁘게 나왔을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이 태어난 후 하이힐을 신을 엄두가 안 나서 다 정리하는 바람에 챙겨 올 하이힐이 없었다. 요새 젊은 엄마들은 (20대나.. 30대 초반) 애 데리고 다니면서도 높은 굽 구두도 잘 신던데, 나는 정말 생각만 해도 발목에 통증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서 그나마 건진 사진이 저 사진들이다. 남편이 센스를 발휘해 밑에서 찍어주거나 아니면 요새는 밑에서 찍은 거 티 안 나게 손을 최대한 아래로 내려서 손목을 꺾어 찍는다는데, 그런 걸 좀 알았으면 내가 아닌 듯해도 내가 맞는 그런 멋지고 예쁘고 늘씬한 사진이 나왔겠지만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저 정도 나온 게 어딘가 싶다. 옷이라도 차려입고 갔기에 망정이지.



동양 최대의 아쿠아리움답게 참 규모가 컸는데 유모차를 끌고 쌩쌩 달려서 그런지 관림은 1시간 정도 걸렸다. 메인수조에 도착해서 시간을 확인한 후 약간의 후회가 들었다. 오션아레나를 보여줄걸 그랬나. 하지만 괜찮다. 언젠가 코로나도 잠잠해지고 우리는 다시 제주에 갈 테니까. 조금 더 커서 진득하게 엉덩이 붙이고 40분 50분짜리 공연을 볼 수 있을 때 보면 더 좋겠지. 하고 자기 위로를 했다.


관림을 마치고 음료수 하나씩 사주고 우리도 커피 하나씩 사들고(여기서 탐나는 전 잔액을 다 털었다. GS편의점이라 못쓸 줄 알았더니 사용 가능해서 너무너무 반가웠고 탐나는 전 잔액이 남으면 환불 신청하고 어쩌고저쩌고 해야 하는데 그런 일련의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너무 기뻤다.) 가렸는데 야외가 보였다. 그래서 나가니 산책로가 딱!


산책까지 야무지게 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라온이는 잠들어서 그대로 쭉 잤고, 다온이는 아쿠아리움 가는 길에 잠을 자서 그런지 숙소에 돌아와서까지 눈이 말똥말똥했다. 점심을 3시쯤 먹어서 배가 고프지도 안 고프지도 않은 애매한 상태. 전날 사놓은 소시지 하나씩을 먹고, 나는 또다시 시작된 두통에 숙소에서 얻은 비상약(타이레놀)을 하나 먹고 잠이 들었다.


왕복 세 시간을 운전하느라 고생한 남편에게 고마웠고, 아쿠아리움 가기 전에 대판 싸웠는데 훌훌 털고 아쿠아리움에서 멋진 아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준 남편에게 또 고마웠다. 표현은 제대로 못했지만. 다사다난한 제주 여행이 끝을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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