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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ug 13. 2021

제주야, 다음에 꼭 보자

언제 다시 제주에 갈까

드디어 집에 돌아가는 날. 아침에 여유롭게 눈을 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언제 제주에 다시 올지도 모르는데 어차피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 깬 김에 바다라도 한번 더 다녀올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든다. 하지만 우리는 나중에 머지않아 곧 제주에 다시 갈 거니까. 그때는 마스크 벗고 갈 거니까. 마음을 곱게 접어본다.



비행기 타러 가기 전에 제주 동문시장에 들렀다. 먹을 것도 사고 밥도 먹고 천천히 구경도 하고 싶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아침에 너무 여유를 부렸기 때문이다. ㅎㅎㅎㅎㅎㅎ그렇게 부리고 싶었던 여유를 정말 마지막 날에 부리게 되다니..


그래서 성급하게 시장에 도착해서 식당을 찾았지만, 역시나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건 생선밖에 없었다. 마지막 후회를 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왔어야 회도 먹고 여러 가지를 먹을 수 있었을 텐데 확실히 너무 일찍 왔구나. 그렇다고 후회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고민 끝에 들어간 곳은 성게비빔밥과 성게 미역국을 하는 곳. 남편은 이미 라온이 안고 다니느라 지쳐서 거의 안 먹고 나 혼자 성게비빔밥 완밥! 진짜 거의 완밥. 성게 맛이 약간 낯설긴 했지만 너무너무 배고파서 그냥 완밥. 사실 잘 안 먹는 나인데(현재 시간 2시, 커피 두 잔째) 제주도에서는 삼시 세 끼를 너무 잘 챙겨서 살찐 거 아닌가 고민했었다. 결론은 1kg가 감량했다. (지금까지 유지중 헤헷)


아이들은 성게 미역국으로 둘이서 공깃밥 하나를 완밥했는데, 라온이는 아빠가 몰래몰래 넣어준 성게도 그냥 잘 먹어주었고(내 생각에 라온이가 진짜 그냥 먹어준 거다. 평소에 밥에 뭘 숨겨서 주면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아이인데 그날 그냥 먹었다는 건 엄청 배고팠다거나 성게가 못 먹을 음식으로는 느껴지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아니면 아빠가 지친 걸 느꼈나?ㅎㅎㅎ) 우리 딸은 성게 보자마자 누가 내 딸 아니랄까 봐 기겁하고 안 먹었다.


그렇게 제주에서 마지막 밥을 먹고 출발.



우리 라온이가 남자애는 남자애라는 걸 느꼈다.

자기 몸집만 한 캐리어를 굳이 자기가 꼭 끌고 가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줘버렸더니 진짜 끌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나랑 같이 끌자고 해서 같이 끄는데 너무 발 속도가 안 맞아서 내가 끌겠다고 했다가 자리에 주저앉아 우는 바람에 그때 이후론 그냥 줘버렸다. 그런데 부작용이 있었으니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너무 느리게 라온이가 가는 바람에 뒤에 사람들이 구시렁구시렁 하면서 양옆으로 비켜나갔다. 다행히 라온이가 너무 귀여워서(?) 사람들이 욕은 안 하고 웃고 지나갔다는 정말 간 떨리게 웃긴 에피소드. 그리고 우리 뒤로는 거의 아무도 없었다는.. 공항계에 모세도 아니고 참나....ㅎㅎ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 타고 무사히 집까지 도착. 공항에서 다자녀 주차 할인도 야무지게 받아서 주차료 정산도 깔끔히 하고 집에 도착. (일부 공항에서 두 자녀 이상의 가정에는 사전 차량등록에 한하여 50%로 주차 할인을 해준다.) 집에 와서 보니 이런 사진이 있었다. 비행기 운행 시간이 라온이 낮잠시간이랑 딱 겹쳤는데, 자리에 앉아있어야 한다고 하니까 울고 불고 하는 소리에 승무원이 왔길래 사정 설명했더니 그러면 안아주시라길래 냉큼 안았다. 그새 다온이가 핸드폰을 들고 찍은 것 같다.

다온이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이런 것도 다 추억이 될 테니까. 다사다난한 제주도 여행이 이렇게 끝났다. 다음에 제주도는 언제 또 가게 될까? 언젠가 꼭 다시 마스크 벗고 제주도에 당당하게 갈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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