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 Aug 11. 2021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나이지리아 소설

정말 흥미로운 제목이다. 눈을 확 끄는 제목. 요즘같이 자극적인 것이 넘치는 세상에 딱 어울리는 제목.



작가 이름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이지리아라는 생소한 나라의 작가 작품이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나의 국적과 다른 국적의 작가가 쓴 작품을 읽을 때면 늘 등장인물의 이름과 지역명, 도로명 같은 것이 너무 어려워 계속해서 과속방지턱을 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첫 장을 읽기 전부터 긴장을 했다.


그런데 작가가 가독성을 위해 이름을 줄인 것인지, 아니면 원래 나이지리아는 우리나라처럼 이름이 짧은 것인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짧고 간단해서 읽기가 참으로 수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챕터들마다 이야기가 길지 않아서 정말 부담 없이 읽고 넘기고 읽고 넘기고를 할 수 있었다. 덕분이 몇 시간 만에 후루룩 완독 했다.



책 표지에 나오다 시피 이 책은 장난처럼 살인을 하는 동생과 죄책감을 안고서도 동생을 지키기 위해 살인 현장 뒷수습을 해주는 언니의 이야기이다. 누가 봐도 홀릴 정도의 미모를 가진 동생과 그렇지 못한 언니. 그 언니가 사랑한 사람과 동생과의 관계. 책을 한참 읽다 보면 우리가 생각하듯이 모두가 다 파국으로 치닫거나, 아니면 다행히 전부 다 파국은 피해 가거나, 아니면 동생이 뉘우치거나, 언니가 양심에 가책을 이기지 못하고 자기 손으로 동생을 바른길로 이끌거나 하는 여러 가지 결말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이 흥미로웠던 건 그 모든 예상을 비껴간다는 것. 그렇다고 엄청난 결과가 있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그냥 수긍하게 되는 결말이다. 그게 이 책의 매력이라면 매력일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인 언니가 가지고 있는 가족애는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비정상적이라 비난받기 마땅하다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왜냐면 가족이니까. 책에 나오다 시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어 하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신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 머릿속에 박혀있으니까요. 게다가 세상에 죄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산부인과 병동에 가보세요! 미소 띤 부모와 신생아들이요? 살인자와 희생자들이죠. 그들 모두. '가장 애정 어린 부모와 친척들이 만면에 미소를 띠고 살인을 저지른다. 우리의 진정한 자아를 스스로 파괴하게 만드는 것, 교묘한 살인이다'"


194페이지 무흐타르의 말 중.



책을 다 읽고 생각했다. 이 여자는 누구일까? 동생일까 언니일까. 동생이든 언니이든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정상적이지 않은 세상에 사실 누군들 난 정상이라고 아무 거리낌 없이 외칠 수 있으랴마는, 굳이 이들이 소설 속 인물이란 걸 고려하지 않아도 이들은 정상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리 버러지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어도 그 사람의 목숨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하물며 한 여자의 얼굴에 홀렸다는 이유로 혹은 더 나아가 그 어떤 것을 원했다는 이유로 동생이 그 사람을 단죄할 권한은 없으니까.


전격 영화화라고 쓰여있던데 재미는 있겠지만 진짜 영화로 나온다면 걱정이 된다. 지금도 너무나도 생명을 경시하는 범죄가 충분히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 더 도화선이 되진 않을까?


흥미로운 제목에 홀려 흥미롭게 읽었지만 뭔지 모를 찝찝함이 남는 책.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은 소설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