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뮈소
우리 학교에는 다독가 선생님이 두 분 계신다. 다행히 두 분 다 내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라 종종 그분들이 들고 다니는 책에 관심을 보였는데, 오늘 리뷰할 책은 그 두 분 중에 내가 더 좋아하는 분이 재밌다며 강력 추천한 책이다.
번외로, 나는 요새 책을 많이 읽었다. 비록 야심 차게 도전한 한중록은 1/3 정도 읽고 다시 펴보지 못했지만(언젠가 다시 펴보리라.) 수필가 김민정 님의 "다시 봄" 장한이 작가님의 "착각은 자유지만 혼자 즐기세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11 문자 살인사건" 허지웅 작가님의 "살고 싶다는 농담" 은희경 작가님의 "빛의 과거"를 다 읽었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녹나무의 파수꾼"을 읽고 있는 중이며, 오늘 드디어 기욤 뮈소의 "인생은 소설이다"를 다 읽었다.
사실 다 하나같이 리뷰를 남기고 싶은 명작이었지만 어느 순간 굳이 리뷰를 남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소심하게나마 일본 불매를 유지하고 있는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두 권째 다시 읽기 시작했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웠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앞에서 말한 두 분의 선생님 중 한 분이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아주 좋아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근처 공공기관에서 네 권이나 빌려다 주셔서 그 핑계로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이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가독성이다. 어쩜 이렇게 잘 읽힐까.
사실 피로감이 넘치는 지금 사회에서 진지하고 작품성 있는 책들보다는 흥미롭고 가독성 있는 책이 나는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아는 원론 말고, 굳이 머리 아프게 생각해야 하는 책 말고, 정말 재미있고 반전이나 신박한 생각이 가득한 책이랄까. 그런 면에서 그의 책은 참 경쟁력 있다. 사실 살인의 이유나, 전개과정, 소재 같은 것은 내가 그의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런지 요새는 그냥 그냥 그런데 읽다 보면 어느새 100페이지가 넘어가 있고, 그것에 탄력 받아 조금 더 읽으면 완독이 되니 뿌듯함이 느껴지니 참. 다시 빠져들어 허우적거릴 것만 같아 걱정이 한가득이다.
다시 리뷰를 쓰기 시작한 건 오늘 리뷰할 이 책이 엄청나게 재미나거나, 감명 깊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문득 리뷰를 굳이 쓸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건 아니니까 써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아쉬웠던 건 전개 방식을 책 표지에서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어떤 원고를 책으로 출판하고자 결정했을 때, 이 책이 다른 책과는 이런 점에서 다르다는 것을 강조해야 독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고 그것이 판매와 직결되기 때문에 앞표지에다가 명시했겠지만, 실제 독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그래서 더 아쉬웠다. 차라리 아무 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다면 진짜로 소설의 주인공이 자신의 처지를 알아차리고 작가에게 말을 걸었을 때 "어!? 뭐지!?"하고 엄청 놀랐을 텐데,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아, 이제 시작이구나"하고 별다른 기대 없이 읽어 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아쉬웠던 건 책 후반부에서 나오는 "캐리"의 진짜 행방이 엄청나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좀 허무했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그녀의 행방에 대해서 언급하진 않겠지만,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게다가 배경이 프랑스라서 그런지 도로명이라던가, 인물의 이름도 낯설어서 읽으면서도 계속 과속방지턱에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어떤 소설이든 나와 국적이 다른 작가의 책을 읽을 때는 늘 느껴지는 감정이기에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함을 알고 있다.
오늘 이 책을 다 읽게 된 계기는 어제 잠시 백화점에 나갔다가 서점에 이 책이 전시되어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때, 다온이와 같이 있었는데 다온이에게 엄마가 너의 책만 읽어주는 게 아니라 엄마 책도 읽는다는 것을 괜히 말해주고 싶은 욕심에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다온아, 엄마가 요새 읽고 있는 책이 저 책이야"
"와 잘되었네"
(응? 뭐가? 가끔 그녀와는 대화가 되는 듯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엄마가 일하는 학교에 책을 엄청 많이 읽는 선생님이 있는데 그 선생님이 재밌다고 추천해주셨어"
"아, 그렇구나."
나의 목표는 실패했다. 다온이에게는 엄마가 책을 읽는지 안 읽는지보다 그저 자신의 책을 엄마가 읽어주는 게 중요한 듯 느껴졌다. 한 간에는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줘야 자녀가 책을 좋아하게 된다는데, 우리 딸은 내가 책 읽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봤을까? 나는 주로 아이들이 자고 있는 아침 새벽시간이나, 아이들을 재운 후 책을 읽으니까. 물론 내가 읽고 있는 책들이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소파나 침대, 식탁에 나뒹굴고 있기 때문에 눈치 빠른 다온이가 엄마도 책을 읽는구나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굳이 독서를 안 좋아하는 부모는 억지로 아이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아이의 책을 열심히 읽어주는데 집중만 해도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른 책 말고 아이 책 조차도 진저리를 치는 사람이라면, 아이가 책 좋아하길 바라는 건 욕심일 것이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작가 "기욤 뮈소"의 "인생의 소설이다"는 기존에 그가 써왔던 소설과는 아주 다르다. 일단 로맨스 소설이 아니니까. 개인적으로는 그의 책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구해줘" "당신 없는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와 같은 로맨스 소설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으면 꽤나 흥미롭고 꽤나 재미있는 책.
그리고 부모라면 많은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는 책.
"인생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