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 Oct 07. 2016

나는 서기보(9급)다. 5

[부제 : 감사야 안녕?]
 
오늘은 대망의, 내 첫 부임지, 이 학교의 첫 종합감사가 이루어지는 첫 날이다. 두둥.
 
그동안 준비한다고 얼마나 다들 바등바등 거렸는지. 뭐..그에 비하면 난 좀 한가했던것 같다.
사무분장을 보면 내 업무가 가장 많지만, 내 업무는 매일매일 있는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회계관련해서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나름 감사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덜 했던것 같다. 경력이 짧기도 하고..>_<
 
경력이 짧다는 말을 쓸까 말까 하다가 쓴 이유는,
다들 공직에 들어오면 느끼겠지만 내가 한 업무는 9개월치밖에 안되는데,
종합감사를 하게 되면 내 업무에 관한 최근 3년치를 다 살펴보고 감사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이 경우, 전임자가 잘 해놓고 가면 하나하나 다 들여다보는 일이 수월해지지만,
그러지 않을경우 온갖 캐비닛을 다 헤집고, 컴퓨터 파일을 다 헤집고, 전화하고, 소급해서 만들면서..
야근을 밥먹듯이 해야 한다.
 
나같은 경우는 전자의 경우로 운이 좋았다, 나의 전임자께서 나의 전전임자가 나홀로 실장과도 같은 상황속에서,
모든일을 처리하느라, 일을 하긴했는데 정리를 하나도 안해놓은 상황을 일사천리로 다 정리해놓고 가셔서,
한 일, 이주정도 서류를 들여다보면서 서식에 맞춰 작성하니 수감자료로 인해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정리하면서 전임자의 실수도 발견하고, 내 실수도 발견하고, 수습한다고 수습했지만 수습못한것도 있어서,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너무 긴장이 된다, 사실은.. 매의 눈으로 이것저것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할까..
 
어쨌거나 수감자료만큼이나 학교에서 신경쓴것이 감사를 받는 감사장이다.
감사하러 오시는 분들 인당 치약, 칫솔을 비롯해서 수건, 펜접시, 포스트잇, 견출지, 계산기, 껌, 휴지, 결재판,

메모지 등등을 준비하고, 감사장에는 복사기, 프린터, 파쇄기, 전화기, 소파, 탁자, 냉장고에 다과가

차려져있는 곳까지..
 
나도 나중에 부장자리에가고, 실장자리에 가면, 지금 감사장보다 더 유난을 떨지는 모르겠으나,
글쎄, 이건 무슨 감사장이 아니라 감사하러 오시는 분들 며칠 숙박하고 가라고 한 방을 장만해주는 느낌이었다,
행거에 옷걸이까지 있으니..게다가 공교롭게도 감사장으로 선택된 회의실은 바닥이 장판으로 되어있고,
난방이 필요하다면 바닥난방이 가동 가능한 곳이니..허허허.
 
여튼 감사가 시작되고,
교육법전을 감사장에 갖다놓으려고 갔다가 감사하러 오신 주사님께서 "이리 앉아봐요"..
이건 마치, 필기합격하고 면접을 보러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난 절대 기죽지 않을꺼라고, 이게 뭐 별거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급..무서웠다..정말..ㅠ ㅠ
 
"몇급이에요? 이름이 뭐죠? 업무는요? 신규에요?"
 
"9급이에요, 땡땡땡이구요, 인사 학운위 시설 재산 물품 여비 지출....., 네 신규..10월 10일발령이에요.."
 
"신규가 여기 발령받았어요? 공부 잘했나봐. 발령 잘 받았네, 예산현황서가 있나요?"
 
"모르겠어요 예산쪽으로는.."
 
"이제 1년 다 되가는데 이렇게 감사준비하면서 본인 업무 아니더라도 뭐가 있는지 살펴봐야되요. 나중에 본인이 부장되고 실장될껀데..당장 다음 발령지에서 그럴수도 있는데"
 
"네.."
 
"이 시기에 감사 받아보는것도 좋아요. 잘못한걸 지적한다기보다 많이 가르쳐줄테니까 많이 배우도록해요."
 
"네 알겠습니다"
 
무섭다, 정말 무섭다..
이제 시작인데, 어쩌나 정말. 큰일이다..
 
그러고보니 어떤 분이 자기가 직렬을 바꾸고 싶은데 교행쪽은 감사가 자주있는지,

어떤지에 대해 물어본적이 있다. 쪽지로.
나는 발령받자마자 점검폭탄을 맞았기 때문에,(내 업무 대부분 점검을 다 받았다) 사실대로 말씀 드렸는데..
다시 공부 하고 계신지 모르겠다,
 
나는 신규고, 종합감사이기때문에, 사실 많이 겁이 나고 걱정이 되지만,
모든 직렬에 감사는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이 글이 직렬을 선택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안 미쳤으면 좋겠다.
 
나의 첫 발령지에서의 첫 종합감사때의 이 기분을 잊지 않기 위해,
틈날때마다 일기를 쓸 예정이다.
 

하..한차례 직속상사에게 폭풍이 몰아쳤고, 그 다음은 내 차례인가..정말 긴장된다.

2014. 감사장의 모습. 세월이 빠르긴 하네.

[이 글은 작가의 2014년 글을 재 편집해서 올리므로 현재와 차이가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서기보(9급)다.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