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 Nov 16. 2021

아이들은 언제까지 아플까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46

인생이 평탄하게만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 일은 술술 풀리고, 아이들은 말을 잘 듣고, 아프지 않고, 남편과의 사이도 매우 좋고 양가 가족과의 사이도 막역하며 나의 몸도 안 아프고 그렇게.. 행운의 여신이 내 옆에만 붙어있는 것처럼. 누군가 그랬다. 꿈은 원대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인 게 우리네 인생이라고. 굳이 시궁창까지 갖다 붙이긴 싫지만 그래도 한 지하 1층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왔다 갔다 하는 기분이랄까.



어려서부터 우리 아이들은(지금도 어리지만) 남들 겪는 병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 겪어야 하는 사명을 가진 것처럼 다 거쳐갔다. 다온이는 이제 6살, 조금 커서 덜하지만 우리 30개월의 라온이는 누나의 전처를 그대로 밟고 밟아 이번에는 "파라 바이러스"를 거치고 있다.


물론 파라 바이러스 검사를 해보지는 않아서 확실히 병명이 이렇다, 하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단골 소아과에서 증상이 똑같다며 의심이 간다고 한 것이다. 파라 바이러스의 주 증상은 바로 고열. 저번 주 토요일 오전부터 갑자기 38도의 고열이 시작된 라온이는 이번 주 내내 어린이집 등원을 하지 못했다. 고열 이틀째, 40도를 찍고 나서야 38도, 37도로 내려가더니 4일째 아침 열이 완전히 잡혔으나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듯이 기침과 가래가 시작되었다.


일반 콜록콜록이 아닌 쿨럭쿨럭에 본인의 기침을 이기지 못해 나오는 헛구역질까지. 게다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지 그동안 누나보다도 밥을 잘 먹는 모습으로 이 엄마에게 기쁨을 주던 라온이가 밥 거부가 시작되었다. 밥뿐만이 아니다. 빵, 떡, 그렇게도 잘 먹던 과일까지 모든 것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먹는 것은 우유와 요구르트뿐. 우유와 요구르트를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먹으니 더 밥맛이 없겠다.. 싶으면서도 이것마저 안 주면 드러누워 대성통곡을 하니 이 어미 입장에서는 혹여나 열이 다시 오를까, 저러다 실신해버릴까, 걱정되어 다시 쥐어주고, 또 밥 안 먹는다고 혼내고 울고 한숨 쉬고.. 정말 대환장파티였다.



다행히 열은 떨어져 다음 주부터는 어린이집 등원을 시켜볼까 했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다온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조금 컸다고 38도가 넘는 고열은 아니지만 37.7-8을 맴도는 어정쩡한 고열. 미열. 어쨌든간 등원을 못 시키는 온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저번 주 이틀의 휴가와, 두 번의 조퇴를 썼다.... 학교에 얼굴을 들 수가 없네.)


아! 신이시여!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


주중에는 남편이 새벽에 일정 시간 간격으로 아이들 열을 체크하고 해열제 먹이고, 나는 가끔 일어나서 해열제 먹일 시간이 안되면 아이를 씻기고 해서 제대로 못 잤다. 주말에는 두 아이가 내 옆에서 진짜 쿨럭쿨럭 기침을 해대니 잠을 잔 건지 안 잔 건지 헤롱헤롱 한 상태로 오늘 아침을 맞았다. 세상에나. 아침에 어질어질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에 갔는데 주르륵. 코피가 쏟아졌다. 그때 느꼈다.


아.. 나 진짜 힘들다. 아이들은 과연 언제까지 아플까?


사실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에는 감기에 걸려도, 열이 나도 해열제를 동반해서 기관에 보낼 수 있었다. 물론 감기도 병이라고 왜 등원하냐고 남몰래 비난했을 사람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맞벌이인 경우에는 감기까지 복무를 달아가며 아이를 가정보육할 수 없는 입장이었기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보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 마지막 선택지까지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이가 조금만 기침을 해도, 열이 37도만 넘어도 받아주는 곳이 하나도 없다. 물론 당연한 현상이다. 역대급 전염병이 돌고 있으니.


그런데 그러면 모든 맞벌이 부모는 어떡해야 할까? 아이가 어리면 아파서, 학교에 가면 학업을 봐줘야 해서 많은 워킹맘들이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선다는데 벌써부터 위기에 봉착한듯한 느낌이다.


결국 다온이는 조금 높은 미열로 인해 오늘 등원하지 못했다. 친정엄마에게 다온이를 맡기고 나서는 길, 일주일 만에 어린이집에 등원하려니 온몸으로 거부하는 라온이를 어린이집에 거의 밀어 넣듯이 보내고 출근하는 길.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나마 아이들이 아파서 복무를 내야 한다고 하면 어서 들어가 보라고 말씀하시는 관리자분들과 말이라도 지나치지 않고 꼭 위로해주는, 걱정해주는 교직원들 덕분에 오늘 하루도 나 자신으로서 살아냈다. 그래. 남들이 말하듯이 둘째 라온이가 첫째 다온이만큼 크면 조금은 덜하겠지. 그래 그렇겠지.



어떤 사람들은 심신이 지칠 때면 글로 풀어내고, 글로 소통하며 위안을 얻는다고 하지만 나는 사실 마음이 너무 번잡하면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다. 머릿속이 엉켜서 맥락이 뒤죽박죽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어라 책을 읽었다. 홍석준 작가님의 "아빠 육아 업데이트"를 다 읽었고, 내가 애정 하는 "진샤"작가님이 선물해주신 "한강"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다 읽었고 "산만 언니"가 쓰신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를 거의 다 읽었다. 아마 당분간도 미친 듯이 책을 읽지 않을까 싶다.


이 시기가 지나고 이 훌륭하고도 가슴 아픈 책들을 소개할 날이 머지않아 오길 바란다.

 



 

고열로 시달린 우리 아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4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