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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Dec 01. 2021

여섯 살, 네 번의 생일파티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47

2021.11.28.

다온이의 다섯 번째 생일이었다. 이제야 만 5살이 된 것이다. 이전과 같이 친정식구들과 한번, 우리 가족끼리 한번, 시댁 식구들과 한번 해서 세 번의 생일파티가 예정되어있었는데 어느 날 다온이가 이런 말을 꺼냈다.


"엄마, 나도 친구들 초대해서 생일 파티하고 싶어."

"어?"


심히 당황스러웠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는 건 상관이 없는데 과연 친구들이 응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이기도 하고 그동안 친구들 집에 가족단위로 놀러 간 적은 있어도 생일파티와 같은 공식행사를 위해 모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다온이가 친구들 초대해봐"라고 말하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녀는 진심이었다.

그날 이후로 누구누구 누구누구(내가 다 아는 아이들)를 초대했다면서 어떤 선물을 가지고 올지도 생각했다는 것이 아닌가. 두둥. 생일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녀의 계획은 구체화되어갔고 나의 멘붕은 심해져만 갔다. 그래서 최후의 통첩을 날리게 되는데..


"다온아, 친구들이 오는 건 상관없는데 다들 혼자 올 수 없잖아. 이모들이랑 같이 와야 하는데, 이모들도 온대? 엄마한테 친구들이 물어봤대?"

"어?"


당황한 그녀. 내일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에게 엄마한테 물어보라고 전한단다. 당연히 반응이 없을 것이므로 이것으로 일단락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날 하원 하는 그녀는 아주 해맑게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누구누구 누구누구는 엄마가 가도 된다고 했대"

"뭐..?"



발등에 불 떨어진 다온 엄마. 잔머리를 굴리게 된다. 사실 그 주의 토요일에 생일파티는 아니지만 아는 엄마 둘이랑 만나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그것을 생일파티로 둔갑하기로 한 것. 기존에 만나기로 한 엄마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평소 친분이 있던 다른 엄마들에게 연락을 했다. 두근두근두근. 옷!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다들 흔쾌히 온다고 하였고 그렇게 그녀의 첫 번째 생일파티가 열렸다. 2021.11.20.


행복한 다온이. 사실 집에 누군가를 초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다온이가 행복하다면, 나는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집에 와서 같이 생일 축하 노래만 불러주고 박수만 쳐줘도 너무 고마운데 언니들(다온이 친구들의 엄마들)이 생일 선물과 편지도 준비해줘서 진짜 한층 더 감동적인 첫 번째 파티였다.



그리고 두 번째 생일파티. 2021.11.27. 시댁과의 생일파티를 하였다. 가족 간의 화합을 중시하는 어머님 덕분에 결혼한 이래로 어떤 가족이든 그 구성원의 생일이 되면 항상 시댁 식구들과 생일 축하를 하고 밥을 먹는다. 사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일이나 이제 6년째 그러다보나 무덤덤해졌다고나 할까, 그러려니 한다. 가족이라고 해봤자 어머님과 동서네 식구들이랑 우리 가족이기 때문에 인원도 얼마 안 되는데, 이번에 라온이가 한바탕 고생한 파라 바이러스가 동서네 아기도 피해 가지 않아서 동서네 아기와 동서는 못 오고 서방님과 어머님만 오셔서 조촐히(?) 파티를 했다.


다들 정신이 없었는지 사진 한 장 못 남기고 영상만 남겼는데, 그 마저도 남편이 주인공 뒤에서 찍는 바람에 다온이 얼굴을 하나도 안 나왔다. 하하.(으이구 남편아) 하지만 서방님의 생일 선물이 다온이가 그동안 그토록 갖고 싶었던 색칠공부책이라 다온이 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또 한 번의 생일파티였다.


누나가 갖는건 자기도 다 가져야 하는 아들래미 덕분에, 급하게 어머님이 서점가서 한권 더 사온건 안비밀! 으이구 아들아

세 번째 생일파티는 다온이 생일 당일이었다. 2021.11.28. 전날 아침 다온이의 단짝 친구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편이 출근해서 독박인데 혹시 놀러 오거나 놀러 가면 안 되냐고. 그래서 놀러 오라고 했다. 다온이 아빠도 그날 초과근무를 할 예정이라 다라온이랑 집에서 지지고 볶아야 하는데 친구 한 명이라도 있으면 자기들끼리 잘 놀고, 나는 다온이 친구 엄마와 어른의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모인 세 가족. 모였으니 생일파티를 안 할 수가 있나. 게다가 오늘은 진짜 생일인데.


그래서 내가 사전에 엄마들 중 한 명에게 오예스 한곡을 부탁했다. 케이크로 하는 게 가장 좋기는 하지만 경험상 케이크는 순간에만 좋고 아무도 안 먹어서 냉장고에 있다가 곰팡이 친구와 함께 버려지기 일쑤이니(이미 케이크 하나가 냉장고에 있기도 했다.) 오예스로 탑을 쌓아서 하면 생일 축하 노래하고 하나씩만 먹어도 다 없어질 테니 말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오예스 케이크!

집이기에 가능한 엘사 잠옷과 오예스는 샀지만 초가 없어서 급하게 대용으로 온 엘사 피규어. 엘사 파티~!

내 예상대로 아이들은 생일 축하 노래를 다 부르고 오예스를 하나씩 다 먹었다. 12개 중에 3개만 남아서 다다음날 나와 다라온이가 다 해치웠다는 아주 깔끔한 결말!



네 번째 생일파티는 그 후에 나의 친정가족과 함께 이루어졌다. 친정엄마표 미역국과 등갈비로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오예스로 다시 한번 생일파티. 이 날, 다온이는 너무너무 행복해했는데 그 이유는 외삼촌이 요새 다온이가 제일 좋아하는 "티니핑" 원피스를 사 왔기 때문이다. 엄마는 너무 비싸서 안 사주는 드레스를 외삼촌이 떡하니 사 왔으니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장장 2주에 걸친 다온이의 모든 생일파티가 끝났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네 번이나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 시간들 동안 우리 딸이 행복했기에 난 만족한다. 그리고 누나 덕분에 덩달아 생일이 아닌데도 생일 축하 노래를 받은 우리 아들도 행복했으니. 다온이 생일선물뿐만 아니라 라온이 선물까지 준비해준 동생에게 고맙고, 바쁜 가운데도 멀리서 조카 생일이라고 달려와서 저녁 한 끼 먹고 생일 파티하고 바로 올라가느라 힘들었을 동생에게 한편 미안한 마음이다. 고맙고 미안해 동생. 



나의 한 해는 늘 그렇듯 다온이 생일이 지나고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마무리가 된다. 사실 벌써 다온이 생일이 지난 지 3일이 되어 올 한 해가 끝난듯한 느낌이 들지만 아직 나에게는,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크리스마스라는 선물이 남아있으니 더 힘을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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