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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Nov 26. 2021

아찔한 회계사고!(2)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jsmbja/509

1편에 이어 쓰는 이야기.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업체에 전화를 했다.


첫 번째 업체: 아이고, 실장님 많이 놀라셨겠다~제가 5분 내로 다시 입금해드릴게요.

두 번째 업체: 아 그러세요? 알겠습니다. 당연히 해드릴 거 해드리는 거니까 안 그러셔도 됩니다.

세 번째 업체: 아, 그러시군요. 다시 입금해드릴게요.

네 번째 업체: 알겠습니다.


무너졌던 세상에 다시 세워지는 기분이었다. 물론 학교(공공기관)라는 특성상 돈을 다시 보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걸 떠나서도 내 심정을 이해해주는 업체, 죄송하다고 계속 말하는 나에게 당연히 해드릴 거 해드리는 거니까 사과 안 하셔도 된다고 담담히 말한 업체들의 태도는 정말 감동스러웠다.


이제 업체들에게서 돈을 다시 다 받았으니 담당 선생님께 부탁할 차례였다.


회계절차상 집행된 돈을 다시 받아 회수처리를 하면 품의(돈을 쓰고자 하는데 써도 되겠냐고 관리자들에게 묻는 의미의 내부결재)부터 담당 선생님이 다시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두건도 사실 그 사람에게 일을 주는 건데 나의 경우 6건이나 되었기에 덜덜 덜덜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선생님에게 말을 건넸다.


아..! 이것도 나의 복이다.


담당 선생님께서 전혀 미안해할 일이 아니라며 자기도 실수 많이 한다며 다음에는 자기가 실수할 거니까 미안해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어찌 진짜 다행이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천. 만. 다. 행.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품의 올려야 할 목록을 정리해서 선생님께 쪽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답장이 왔다.

진짜 감사했다. 그리고 더 감사했던 것은 선생님께서 일부는 학교에서 올리고, 일부는 집에서 올려주셨다는 것이다. 사실 돈을 다시 받은 이후로 나는 괜히 채무자가 된 것처럼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 때마다 마음이 초조했다. 그래서 선생님을 볼 때마다 독촉 아닌 독촉을 했는데 선생님께서 그때마다 자기가 너무 바빠서 최대한 빨리 올리겠다고 해주셨고, 드디어 모든 행사가 끝난 당일 학교에서 올리다가 퇴근시간이 돼서 집에 가서 마저 올리셨다고 하시는데 어찌 안 고마울 수가 있을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밥 한번 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로서 품의도 결재 나고 내가 결재 맡아야 하는 절차를 거쳐 드디어 다시 업체들한테 돈을 송금했다. 정말 손 떨리고 가슴 떨리고 눈물까지 날뻔한 일주일이었다. 얼마나 신경이 쓰였는지 간밤에 악몽을 꾸기도 했다. 그래도 아무도 나에게 욕을 한다거나 비난하는 사람 없이 모두에게 격려를 받으며 일이 수습이 되어서 참 감사했다. 이번 일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값진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 (물론 다시는 이런 실수가 없어야겠지만.)


덧붙여 이 사건 이후 나에게는 트라우마가 생겼는데, 모든 지출을 할 때마다 이것이 학교회계인지 국고보조금인지 한번 더 살피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출 방법도 학교회계와 국고보조금이 서로 다르기에 확인에 더 확인을 한다. 그러고도 불안해서 조금 초조하긴 하지만 이런 증상은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지금 내가 실장일 때 이런 사고(?)가 나서 다행(?)이다.  만약 부장이거나 막내일 때 이런 사고가 났다면 실장님께 보고하고, 교장선생님께 보고하고, (이를 달리 말하면 실장님께 혼나고 교장선생님께 혼나고) 결재도 실장님도 맡아야 하고 교장선생님도 맡아야 하니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싶다. 보통 실장님은 바로 결재를 해주셨겠지만 교장선생님은 자리를 비우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출장과 행사 교육 등등) 호의적이었던 업체들도 하루하루 지체될 때마다 비호의적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돈은 누구에게나 예민하니까.


이번에는 여러 가지 타이밍이 좋았으니 다음부터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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