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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Dec 02. 2021

왜 아이들이 빵을 먹어야 하나요?

당신들이 가볍게 여긴 우리 아이들의 한 끼

띠링. 키즈노트에 가정통신문이 한 장 떴다.

무슨 일이지?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일순간 분노가 일었다.

가정통신문의 내용은 이러했다.


"교육공무직 총파업으로 인해 파업 당일 아이들의 점심은 빵과 비피더스, 친환경 배로 대체됩니다."



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항상 그들은 우리 아이들의 밥을 볼모로 잡고 파업을 하는 것일까?

그들이 파업을 하는 대상은 자신들과 같은 성인일 텐데, 왜 항상 그 피해는 우리 아이들이 보는 것일까?


그들의 파업자체를 비난하거나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들과 같은 직종이 아니기에 그들이 근무현장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뭐가 그렇게 억울하고 불공평하게 느껴지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 물론 그들과 나는 같은 장소, 다른 자리에서 일하기 때문에 자주 접하고, 빈번하게 소통하며 일부는 직종을 떠나 개인적인 친분을 쌓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들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다.

단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들의 존재가 학교 현장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데에 최소한 교육의 주체인 아이들이 희생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겨우 밥 한 끼 가지고 무슨 엄청 큰일인 마냥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생존권이 달린 일이다!"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겨우 밥 한 끼요? 아이들 급식을 볼모로 잡고 한 파업이 이번이 처음인가요?"



가정통신문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아침을 꼭 먹고 등원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래서 아이에게 말했다.

"오늘 아침밥 꼭 먹어야 해. 점심을 빵이랑 요구르트 준대"

아이는 물었다.

"왜?"

나는 대답했다.

"오늘 급식해주시는 선생님들이 어디를 가야 한대."

그리고 이어지는 아이의 질문.

"어디를 가는데?"

나는 말할 수 없었다. 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 자신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파업을 하러 너희 밥을 주지 않고 어딘가로 모이기 위해 가셨다고. 그저 나는 말했다.

"글쎄, 엄마도 모르겠네."



화가 난다. 과연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아이들에게 떳떳할까?

그들이 말하듯 그들의 생존권은 정말 경각에 달린 걸까?

이건 누구나 인터넷에서 "교육공무직 급여"라고 검색하면 알 수 있다.

수많은 처우개선이 이루어졌음에도 그들은 수많은 처우개선을 원하고,

궁극적으로 그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어디일까?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누군가의 자리를 뺏으려는 것은 아닐까?

누구나가 다 자신에게 주어진 처우에 100% 만족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는 타협하고, 어느 정도는 체념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와 같은 공간에서 보다 좋은 처우를 받고 있다면 그 바탕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당한 관문을 통과했던지, 그만큼의 노력으로 성과를 냈던지.

물론 이도 저도 아닌데 좋은 처우를 받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그들을 롤모델로 하는 게 과연 맞는 길일까?


처우개선만이 아니라 그에 합당한 책임도 같이 외치길.

그리고 더 이상 애먼 우리의 아이들이 피해 보는 일이 없길 바란다.



https://m.dailian.co.kr/news/view/1044075/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16549#home



오늘의 점심. 과연 다음 파업에는 어떤 빵이 나올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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