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우울증
오늘로 39주 3일.
우리아가는 아직 나올 생각이 없나보다. 태동도 위에서 활발한걸 보면.
과연 어떤 아가가 나오려나. 출산의 고통을 생각하면 여전히 두려움이 엄습한다.
한번 잠이 들면 내가 안방에서 거실로 나가도 모르는 남편은 보지못한
자면서 울다가 깬 나날들이 쌓여간다..우울증인가.
게다가 아무래도 밖에 나갈일이 없으니 계속 집에서 티비보다 책보다
맘카페 들락날락하다 혼자 대충 끼니 때우고 누워있다..하다보니 남편없이는
말한마디 안해서 점점 더 우울한 기분이 짙어지는 것 같다.
퇴근한 남편을 붙잡고 이런저런 얘기도 듣고싶고, 소소한 얘기도 막 떠들고 싶은데
리모콘 먼저 잡는 남편을 보면 섭섭하기도 하면서도 하루종일 밖에서 시달리고 들어와서
저녁시간만이라도 좋아하는 프로그램보면서 활짝 웃는 남편을 보면 그 마음이 이해가 가서
뭐라 하지도 못하고. 이래저래 .. 벽에 둘러쌓인 느낌이다.
사실 핑계가 좋아 집에 틀혀박혔을 뿐, 혼자 영화보러 나갈수도 있고
친구나 동기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데 의욕이 없어서 그렇다는걸..,
마주하기까지 참 깊은 우울감을 건너왔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옛날에는 뉴욕한복판도 혼자 당당히 다니던 나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남들이 툭하면 말하듯이 아가가 태어나면 지금 이순간 이런 우울감들이 다
사치였단걸 깨닫게 될까. 아니면.. 맘껏 누리지 못한걸 후회하게 될까.
후.. 내일은 수능이다. 작년 이맘때쯤엔 진짜 바빴었는데..ㅎㅎ
언젠가 우리 아가도 수능을 볼 날이 오겠지?
그때쯤엔 나도 내 커리어에서 관리자가 되어있을테고,
남편과는 중년부부가 되어있을테지. 그때가 되면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이런저런 생각만 많아진다. 집에있으니.
난 여전히 대학에 가고싶은데 취업하라고 하는 부모가 야속하다는 어떤 학생의 말에
공감하지 못하고 그래서 티비를 보다가도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아..
더 우울한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자꾸 미드 수사물 시리즈에 빠지나보다.
물론 범죄의 이유에는 공감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 현실과는 다르게 속시원히 해결을 해주니.
시국이 혼란스럽고 내 머릿속도 혼란스럽고.
오늘도 그런 하루가 .. 이렇게 흘러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