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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pr 25. 2022

환경지킴이 엄마 노릇 하기

엄마가 바쁜 이유(1)

어제 출근길 문득 왜 이렇게 육아가 힘든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은 보기만 해도 이쁘고 사랑스러운데 그런 아이들과 있는 것은 왜 이렇게 피곤한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내린 결론은 아이들로 인해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주한 불편한 진실은 해야 할 것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막상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첫째 아이 기준, 가끔 둘째 아이도 등장)



*첫째, 환경지킴이 엄마 노릇 하기.

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아이들에게 환경 보호 교육을 매우 열심히 한다.

교육과 더불어 환경에 관련된 숙제(?)도 많이 내는데, 사실 아이가 혼자 하기에는 다 어려운 것이다.

그럼 여기서 필요한 것은 무엇? 바로 부모의 협조이다.

하지만 이건 의무가 아닌 선택이기에 굳이 강박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지만

나는 평소에도 환경에 관심이 많고 엄청 열심히는 아니지만 일상 속에서도 나름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기에, 아주 적극적으로(가끔은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노력하고 있다.


그럼 과연 무엇을 하느냐?


1) 지구의 날, 지구를 위해 소등하기

-전 세계적으로 실천하는 대표적인 환경보호 활동이다. 집에 있든 친구 집에 있든 양해를 구하고 단 10분이라도 소등을 하고자 노력한다.


2) 비닐 벗기기

-사실 무라벨 음료를 애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료는 캐릭터가 비닐에 잔뜩 그려진 것이기에 차선책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은 내가 주로 벗겼는데, 이제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먹은 건 지구를 위해 너희들이 벗겨서 분리배출하라고 교육하고 있다.


3) 우유팩 펼치기

-우유팩 얘기는 브런치에도 몇 번 써서 지겨울 만 하지만 지금 하고자 하는 얘기는 그 실천에 아이를 참여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이가 우유를 마시면 씻어서 말리는 것은 나와 남편이 한다. 하지만 우유팩이 다 마르면 접착면을 따라 찢어 펼치는 건 아이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4) 이면지 사용하기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딸아이는 여전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은 새 종이에 그리지만 내가 자각을 할 때면 이면지에 그릴 수 있도록 권유하고 있다.


5) 비누 사용하기

-요새는 아이들 전용 클렌징 폼이나 샴푸, 바디워시 등등 수많은 화장품들이 있다. 그런데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다 플라스틱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집에서 쓰는 건 올인원 바디워시 하나뿐이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얼굴에 선크림도 발라주고, 유아용 화장품도 쓰다 보니 클렌징 폼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결심을 했다. 비누를 쓰기로. 세숫비누. 그래서 지금의 아이는 비누를 쓰는 것에 아주 익숙하다. 게다가 이벤트로 당첨된 비누 만들기 키트가 있어 자신의 손으로 직접 비누를 몇 번 만들어서 선물도 하고 집에서도 쓰다 보니 이제 스스로 핸드워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누로 손을 씻는다. (누나 하는 건 다 따라 해야 하는 둘째도 어쩌다 보니 비누로 손을 씻는다. 지금 있는 핸드워시를 다 쓰면 우리 집에 다시는 핸드워시를 살 일이 없을 것 같다.)


6) 가제수건 사용하기

-우리 집은 물티슈를 쓰지 않는다. 사실 아이들 어렸을 때는 물티슈를 박스채로 사서 썼었는데 어느 순간 너무 쓰레기가 많아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티슈 대신 가제수건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무엇을 흘리거나, 얼굴이에 묻히거나 하면 가제수건에 물을 조금 묻혀서 닦아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귀찮아하던 아이들도 내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가제수건에 물묻혀와,라고 시키니 이제는 자기들이 알아서 가제수건에 물을 묻혀 쓴다. (부작용이 있다면 다른 집에서도 가제수건을 찾는다는 것, 그리고 물티슈를 건네받으면 당황한다는 것, 그리고 유난스럽다는 시선을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받는다는 것.)


이 실천이 좋은 건 사실 많은 집에서 아이들이 크면 가제수건을 다 버리는데(가제수건의 경우 쓰다 보면 지저분해서 누구를 주기에도, 물려주기에도 좀 그렇다.) 우리 집은 가제수건 그대로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다. 헤져서 찢어질 때까지 쓸 예정이다. 물티슈 대용으로.



사실 다 귀찮다. 어쩌다 물티슈를 쓸 일이 생기면 세상 편할 수가 없고, 비닐 벗기다가 자꾸 중간에 끊기면 그냥 분리배출통에 던져버리고 싶고, 이면지는 무슨 그냥 아무 종이나 쓰리고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꾹 참는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게다가 아이의 유치원에서는 아이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한 행동들을 인증해서 키즈노트 앱에 올리면 아이에게 에코 도장을 찍어주고 월말에 소소한 상품을 주기에 더더더더 실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더 피곤한 이유가 있다. 바로 아이가 인증숏 찍어서 도장받고, 선물 받는 것에만 집중하면 안 되기에 생각날 때마다 비닐 벗겨라, 우유팩 찢어라, 이면지 사용하는 것이 어떠냐라고 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조만간 이 피곤함은 좀 줄어들 예정이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습관이 쉽게 들어서 앞에 말한 것처럼 가제수건도 잘 쓰고, 비누도 잘으니, 비닐이나 우유팩도 곧 습관이 들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빠질 수 없는 인증숏!

그런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내가 이렇게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면, 어느 순간 사안이 급박해 내가 물티슈라도 한 장 쓰거나 깜박하고 비닐 못 벗기는 등 어떤 실수를 했을 때 이것이 가끔 무기가 되어 나에게 날아오곤 한다.


"너 물티슈 안 쓰는 거 아니야?"

"아~넌 종이컵 안 쓰고 텀블러 쓰지?"

"하다 하다 이제 빨대도 실리콘 빨 때 쓰는 거야? 설거지 안 힘들어?"

"옷을 이렇게 많이 샀어? 옷 만드는데 물이 3000리터나 든다는데" 등등등 아주 셀 수조차 없다.


내가 남들보다 유난스럽게 환경을 지킬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유난스러운 것도 아니다. 아직 집에 쌓아둔 퐁퐁이 많아서 설거지 바로 바꾸지도 못했고, 샴푸도 많아서 샴푸바로 바꾸지도 못했다. 온 집안이 플라스틱 천지고 둘째는 기저귀도 못 떼서 일회용 기저귀가 항상 엄청나게 배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노력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내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면서까지, 누릴 수 있는 것을 포기하면서 까지는 하지 않는다. 물론 가끔 쇼핑몰에 아이들 옷이나 신발을 엄청 저렴하게 팔면 정말 열 벌을 사도 몇만 원 하지 않으면 이미 손가락은 결제창에 가있지만 누르지 않는다. 의류폐기물에 대한 기사를 보고 나서부터는 도저히 가볍게 구매할 수가 없다. 아쉽다. 얼마나 아쉽냐면 지나가는 아이가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걸 보면 짜증이 치솟을 정도로 아쉽다. 하지만, 마음을 꾹 누른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충분한 옷이 있고 옷은 작아지면 구매하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 옷이 작아지면 그렇게도 내가 행복한가 보다 푸하하하)


여튼간에 어떻게든 해보려는 사람에게 비꼬거나 제발 공격하지 말자.

격려나 칭찬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제발. 제발.

그리고 브런치에서 어떤 작가님이 어떻게든 실천하는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신 이후로는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유가 어떻게든 실천하는게 중요하다. 안하는 것보다.


#환경지킴이 #아이와함께 #실천 #유치원 #쉽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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