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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Dec 27. 2021

매일 러브레터를 받는 삶

6살 다온이

오늘 아이들을 재우려 아이들 사이에 누웠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이렇게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존재가 있다니.

참 행복하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내 삶의 기쁨 이건만 요새 첫째 다온이는 나에게 매일매일 러브레터를 가져온다.

그 전에도 많은 사랑의 편지를 전해주었지만 한글을 잘 알지 못해 사랑한다는 말이 전부였다면 요새는 거의 모든 글자를 읽게 되어서 그런지 확연히 달라졌다. 내용도 풍부해지고 길이도 한껏 길어진 것이다.


(엄마 언제나 저를 돌봐주는 엄마 , 엄마가 이렇게 잘 돌봐주는 엄마에게 주는 선물, 엄마 덕분에 제가 이렇게 잘 컸잖아요. 6살 다온이가)


(엄마 내 사랑 엄마 매일매일 일하느라 힘들었죠 푹 쉬세요 6살 다온이가)


(엄마 일하느라 힘들었죠 푹 쉬세요 다온이가 사랑하는 엄마에게)


글자에 특화된 뇌를 가져서인지, 다온이와 보낸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간혹 다온이와 한글 공부를 해서 그런지 나는 주위에서 신기해할 정도로 다온이가 쓴 글을 기가 막히게 읽을 수 있다. 어쩌면 다른 이유를 다 불문하고 그저 엄마이기에 뜨인 눈 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는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눈뜨자마자 아이들을 부르니 다온이가 쏜살같이 달려와 편지를 주었다.

세상에! 눈뜨자마자 받는 러브레터라니!

행복이 나를 휘감는 기분이었다.


(엄마가 매일 저희를 아껴줘서 엄마 어렸을 때 모습을 그려봤어요. 엄마에게. 다온이가. 6살 다온)


다온이의 그림도 점점 디테일해져 간다. 손은 항상 동그라미였는데 이제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나뉘었다. 다리는 항상 종이 끝까지 그려 발은 미지의 세계였는데 어느 순간 만화에서 나오는 뾰족구두를 그리기 시작했으며, 눈도 점점 더 순정만화같이 반짝거린다.


여기서 가장 놀라운 점은 이 그림이 내가 어렸을 때 모습이라는 것이다. 푸하하. 이게 진정 사랑의 콩깍지던가. 하하하.


(엄마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 엄마 언제나 건강하세요. 엄마 언제나 절 아껴주는 엄마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엄마에게)


다온이의 편지를 본 친정엄마는 나중에 다온이 글솜씨가 기대된다고 하셨고, 나 역시 다온이가 작품성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이 주가 되든 부가되든 글쓰기란 다온이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아주 좋은 동반자가 될 테니까.


내일 여유가 생긴다면 다온이에게 손편지 한 장을 써봐야겠다.

주먹밥만들어먹는걸 좋아하는 다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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