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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pr 30. 2022

생명은 언제나 신비로운 것

새싹이 났어요!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서 가끔 커피를 산다.

얼마 전 퇴근하고 집에 오니 문 앞에 택배박스가 두 박스 놓여있었다.

별다른 기대 없이 풀어보는데 커피박스 안에서 뜻밖의 물건이 나왔다.

그건 바로 작은 화분이었다. 그리고 화분은 자신이 품을 배양토와 씨앗도 가지고 있었다.

(한 화분당 씨앗이 세 개가 있어야 하지만, 검수가 불량이었는지 한 화분에는 배양토만 있었다.)


당황한 나와는 다르게 우리 딸은 화분을 아주 반가워했다.

당장 심어보겠다고 하여 그 뜻에 따르기로 했다.


덩어리 져 있는 배양토를 부시고 물로 축축하게 해 준 후 씨앗을 넣고 다시 흙으로 덮어주기.

(그런데 설명서를 제대로 안 읽어본 나 때문에 그나마도 씨앗이 세 개밖에 없는데 그중에 두 개는

너무 깊이 심어버렸다. 미안해 딸내미.)


사실 나는 자연과 친하지 않아서 집에서 식물을 키운다는 건 상상도 못 해봤지만

이렇게 작은 화분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과감히 키우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저 화분이 커피 찌꺼기로 만들어져서 땅에 묻으면 한 달 이내에 분해된다고 쓰여있어서

더 거부감이 덜했다.


딸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키워보는 녹색 생명에 흥분한 듯했다.

게다가 더 감명받은 건 어디서 배웠는지 씨앗을 심자마자 화분을 잡고

축복을 하는 것이다. 식물도 사랑의 말을 들어야 더 잘 큰다면서.

아이의 예쁜 마음에 절로 웃음이 났다. 딸은 이 날 이후로 정말 열심히 화분에 물을 주었다.


그렇게 사랑과 정성으로 물을 준지 5일째, 드디어 싹이 났다!

세상에, 진짜 싹이 나다니! 사실 진심이었던 우리 딸과는 달리 나는 싹이 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싹을 마주하고 나니 너무 신비로웠다. 이건 진짜 우리 다온이가 틔운 싹이었다.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자신이 틔운 첫 싹을 보며.

씨앗 세 개를 다 싹틔웠다면 정말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라도 얼굴을 내밀어 준 것에 대해 무한한 감사함을 느낀다.

이 하나의 틔움이 딸에게는 아주 큰 동기부여가 되어 물을 더 열심히 주고 있다. 하하. 귀여운 녀석.


그. 런. 데.

일이 생겼다.

마치 나한테 이제 자연이랑 좀 친해지라고 신이 계시라도 하듯이 화분이 또 생긴 것이다.

네 개를 선물 받았는데 다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화단 가꾸기에 진심인 친정엄마에게

두 개를 드리고 집에 두 개를 놓았다. 마음 같아서는 하나만 두고 싶었지만 (사랑으로 키울 우리 다온 이것만)

누나가 하는 건 다 해야 하는 아들 덕분에 무려 두 개나 남긴 것이다.


그래서 어쩌다 집에 화분이 네 개다. 네 개.

환영해 화분친구들

저 풍성한 모습의 꽃은 "패뉴니아"라는 꽃이다. 이미 너무 몸집이 커서 조만간 분갈이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나, 내 생에 분갈이를 다 생각하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일이다.

친환경 화분(커피 화분) 하나가 내일까지 싹을 틔우지 못하면 딸과 상의해서 다른 씨앗을 사서

키워볼까 생각도 해본다.


생명은 늘 새롭다. 그리고 신비롭다. 기적적이다.

싹이 커질 때마다 패튜니아가 꽃을 피울 때마다 기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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