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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Dec 05. 2016

나는 엄마다. 2

제목처럼 나는 엄마다. 우리 천사같은 딸래미 엄마.


비록 엄마가 된지 일주일 차이지만 어찌됐는 내가 엄마다.


우리 아가만 보면 눈에서 꿀떨어지는 시엄마도, 친정엄마도, 남편도 아닌 내가 바로 엄마다;


우리 아가를 배아파서 낳은 엄마.


나는 모든 것이 아직 서툴다. 산후도우미 아줌마 말대로 나도 엄마가 처음이고


아가도 이 세상이 서툴러서 1학년들끼리 만나 고생을 아주 기빠지게 하고 있다.


아기를 안는 것부터 시작해서 기저귀를 갈아주고 젖을 물리고 분유를 타고


아가빨래를 하고 아가를 얼르고 달래며, 아가에게 나타나는 조그마한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까지


양가 부모님이 보시면 / 특히 시엄마가 보시면 불안해서 당장이라도 아가를 내 품에서 앗아가


본인 품에 안을것 같이 많이 서툴다.  


그래도 나는 엄마다. 내가 엄마다.


아마 이 세상에서 나보다 우리 아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그 어떤 감정이 정상적인 모성애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물론 가시고기 같은 우리남편의 아가를 향한 사랑은 조금 비스무리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외, 감놔라 배놔라 하시는 모든 분들.. 사람을 한없이 감성적으로 만드는 이 밤에,


참 밉다. 야속하고.


뭐 여튼 엄마가 된 이후에 나에게 주어진 첫 과제이자 가장 큰 산은 모유수유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이렇게 산후우울증이 올랑말랑 한 상태까지 이르면서 모유수유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그 시작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여튼 나를 울고 웃게하는 애증의 관계이다.


이제 출산 7일차. 이제 아주 조금씩 자세도 잡혀가고 아가도 젖무는데 익숙해져 가고 있지만


여전히 양은 부족해서 혼합수유중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분유가 영양면에서 보면


더 괜찮을 수도 있는데 난 아가에게 분유를 줄 때마다 죄책감이 느껴진다.


왜 그런걸까? 그저 막연하게 분유는 최대한 안먹이고 싶은 마음이다.


그치만 아직 내가 젖양이 엄청 충분하지도 않고, 아가가 빨기에 내 가슴이 좋은 환경(?)도 아니고


자세도 겨우 잡고 있고 무엇보다도 아가가 젖만 물면 잠이 들어서 충분한 수유가 안되고 있어


하루 두번 분유를 어쩔 수 없이 먹이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건 미리 사놓은 유축기로 꾸준히 유축한 결과 40cc에서 지금은 80cc까지 나온다.


이렇게라도 초유를 먹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리고 젖병사용에도 불구하고 내 젖을 거부하지 않는 우리 아가가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하지만 가끔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유축기를 가슴에 끼고 젖을 짜낼 때면 혹자의 말과 같이 내가 젖소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처량하고 힘들고 우울함이 차올라 눈물로 쏟아진다.


물론 이 모든 감정을 딛고 유축한 결과 아가가 한번 충분히 먹을 양이 나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지만.. 뭐, 그렇다.


나만 보면 젖돌게 미역국이니 두유니 과일이니 물이니 잘 먹으라고 말해주는


시엄마, 친정엄마, 산후도우미님이 나를 진짜 젖짜는 기계취급하는 것 같아


서러움이 울컥 솟아올라 손까지 바들바들 떨리기도 하지만,


지지해주고 다독여 주는 남편덕에 무너지지 않고 나는 엄마로서 우뚝 서있다.


생각을 바꿔 모유가 부족하니 분유먹이고, 젖을 안빠니 유축해서 먹이면 되지. 라고


쉽게 생각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완모했다고 누가 이 힘듦을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어디가서 뽐낼 수 있는


스펙이 되는 것도 아닌데.. 나는 대체 뭘 향해 이 고된여정을 걷고 있는건지.


그래도 나는 엄마니까 일주일째 먹는 미역국 냄새에 속이 울렁거리고


식욕이 떨어져도 꾸역꾸역 먹을것이고 목이 아파오고 속상함에 눈물이 차올라도


끊임없이 직수를 시도 할 것이며 영혼까지 털리는 느낌에 포기하고 싶어도 유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엄마니까, 내가 엄마니까.

 처음 유축 그리고 지금. 내 소원은 양쪽 합쳐 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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