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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an 10. 2017

나는 엄마다. 13

아가야, 다온아.

오늘 하루도 엄마랑 지지고 볶으면서 잘 보냈네,

아니 무사히 보냈다고 해야할까.


엄마는 요새 부쩍 힘에 부쳐.

눕혀놓으면 길어야 5분정도밖에 혼자놀지 못하는 너를

계속 안고 있어야하니 발목 손목 팔 다리 안아픈데가 없고

너는 점점 무거워지니 (벌써 5키로) 온몸에 식은땀이 나기도해.


게다가 유축도 해야하는데

네가 자지 않으면 어쩔수 없이 가슴통증을 참아야하는데

그럴 때면 널 안고 있기조차 너무 힘이들어.

왜냐면 넌 한참 움직이고 싶어서 인지 몰라도 바둥바둥 대다가

엄마 가슴이라도 치면 정말 악소리를 내고 싶을만큼 아프거든.


물론 진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벌써 진통은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젖이차서 아픈건

매번 때를 놓칠때마다 찾아오는 아픔이라 더 고통스러운것 같아.


젖병 삶을만큼의 시간만이라도

혼자놀거나 자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오늘은 다온이가 토끼잠을 자줘서

엄마가 미역국 두 그릇이랑 아이스크림 하나

우유한잔을 마셨어. 엄마는 요즘 밥이 먹기 싫단다.


사실 미역국도 정말 질리고 질리지만

젖도는데 좋고 엄마 회복에도 좋다고해서

일부러라도 챙기고 있어. 엄마몸이 별로 안좋거든.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이 자궁수축속도가 느리고

피도 고여있다고,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달뒤에

다시보자고 하셨어. 속상했단다.

조리다운 조리를 못한게 몸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서.


오늘은 아침부터 눈물이 났어.

왜그랬는지는 몰라. 갑자기 우울해지더니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 다온이도 느꼈는지

잠이 들어줘서 아침도 못먹고 얼릉 유축해야겠다는

생각에 유축기를 집어들었는데.. 서럽고 서러워서 울면서 유축했단다.


지금도 사실은 울고 싶어.

왜 이렇게 힘든걸까. 잠도 제대로 못자고

먹지도 못하고 씻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다온이와

아무도 없는 이 집에서 의사소통도 없이 있는다는게

정말 .. 힘들어. 다온이 마사지도 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말도 걸어주지만 .. 한없이 답답해지는 이마음을 다온이는 모르겠지.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책을 꺼냈는데 펼쳐보지도 못했단다.

젖병도 칭얼대는 너를 그냥 두고 간신히 삶고

악을 쓰며 우는 너를 두고 냉장시킨 모유를 중탕해서

얼릉 주고.. 저번에는 악을 쓰며 우는 네가 안쓰러워서

서두르다가 모유를 통채로 네 몸에 엎어버렸단다.


미지근하게 데워서 네가 다치거나 놀라진 않았는데

엄마가 너무 놀래서 서둘러 분유를 타서 너를 주고

가제수건으로 몸을 닦아준 뒤 옷을 갈아입히고 눕히고 나니

어찌나 서럽고 속상하고 슬프던지.


모유가 아까워서 였을까.

네가 먹지 못한것이 속상해서 였을까.

그 와중에도 유축해야하는 스스로가 한없이 안쓰러워서였을까.

눈물이 철철났단다.. 그 때도 울면서 유축을 했지.


직수하는 엄마들은 아가가 잘못물어 유두에 상처가나서

울며 수유하거나 팔목이 너무 아파서 울며 수유한다는데

엄마는 .. 참 다르다. 그치?

사실 엄마는 생각보다 통증에 강해.

자랑아닌 자랑이지만 무통주사도 엄마는 놔달라는 말을 안했었단다.

의사가 와서 맞으라고 해서 맞았지.


의사선생님이 분만전 마지막 진료때

엄마에게 아마 무통주사 놔달라고 사정하게 될꺼라고 했는데

엄마는 이미 안그럴것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차라리 직수하면서 유두가 아프거나 손목이 아프면

꾹 참아낼 수 있을텐데..


끝내 직수를 포기한 내 업보겠지.

다온이가 나중에 알아줄까?

엄마가 이렇게 해서라도 모유를 주고싶어..

애썼다는 것을..


내일이 오는게 반갑지 않구나.

목금은 아빠 회식이라는데 막막하네.

어떻게 하루하루를 견뎌야할지 모르겠네.


사랑하는 다온아.

그래도 엄마는 다온이를 가장 사랑하고.

사랑해.

다온이 크리스마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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