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 Jan 13. 2017

나는 엄마다. 14

다온아. 엄마는 결국 직수를 하고자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로 했어.


다온이도 같이 갈꺼야. 이미 50일째 젖병을 물어서 다온이도 젖을 물려면


적응기간이 필요하겠지? 그리고 적응을 위해서 많이 울겠지.


엄마도 눈물이 많아서 아마 다온이보다 더 울지도 몰라.


하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비싼돈 들여 가는거니까 맘 독하게 먹으려고.


우리 같이 꼭 성공하자.


엄마는 다온이를 보면 외할머니가 많이 생각난단다.


외할머니는 엄마랑 아빠랑 결혼하기 한달전쯤 많이 아파하시다 돌아가셨어.


외할머니는 치매가 있으셔서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참 힘들어하다 돌아가셨단다..


마지막에는 말도 제대로 못하시고 거동도 못하셔서 다온이처럼 누워생활하시면서 똥오줌을


기저귀에 하곤 하셨지..


사람의 일생이 어쩜 시작과 끝이 이렇게 비슷한지..


쓰기시작한건 오전 9시인데 현재 밤 10시, 결국 참고 참던 눈물이 터져서


엄마 혼자 청승맞게 울다가 다시 쓰기 시작한다.


엄마는 혹시나 하고 다온이에게 젖을 물려봤는데 처음에는


다온이가 잠결에 물다가 자지러지고 두번째는 왼쪽만 물고 좀 먹더니 안나오니까


자지러지고 세번째는 한 세번 물다가 또 자지러지고..


엄마가 다온이 키우면서 정말 안울리려고 종종거려서 운적이 별로 없는데


오늘 정말 숨넘어가게 우네.. 목청이 그리 큰지 정말 몰랐어.


신생아때는 눈물이 안보이더니 이제 눈물이 공중으로 솟는 신기한 현상도.. ㅎㅎ


결국 다온이는 젖병에 담긴 엄마 모유를 100씩이나 다 먹고 잠에 빠져들었단다.


엄마가 우주이고 우는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너를 데리고 엄마가 뭘 하는건지.


내일 마사지도 취소 하고 싶다.


그래도 마사지라도 받아 유선이 다 뚫려서 유축시간이라도 줄어들면


낮잠 없는 다온이가 토끼잠 잘때 재빨리 유축하고 스트레스 덜 받을텐데..


그나저나 다온이 오늘 변을 안눴네,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가.


방구는 오늘도 붕붕 잘 뀌었는데..


요새 분유 바꾸려고 섞어 먹이는데 분유가 안맞는걸까?


내일까지 지켜봐야겠다..


엄마는 우울증이 오려는것 같아. 자는 시간 말고는 늘 도망가고 싶고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싶고 책한권을 다 찢어버리고도 싶고 미친듯이 잠만 자고 싶고


아빠랑 피터지게 싸우고도 싶어. 그 어떤것도 실행하지 못했지만..


아빠는 회식이라고 어제 오늘 .. 어제는 12시에 들어오더니 오늘도 그러려나봐.


안들어오네. 또 술이 만취해서 새벽내내 깨우지 않으면 다온이가 소리를 내도


듣지를 못하겠지.


가끔 정말 미워지는 아빠대신 다온이 친 할머니가 오늘 오셔서 엄마를 자게해주시고


다온이 목욕도 시켜주시고 콩나물국도 끓여주셨어.


나중에 할머니한테 잘해. 외할머니도 그렇고..


하..답답하고 속상한 오늘도 이렇게 흘러간다.


예쁘고 사랑스런 다온이. 오늘 엄마가 진짜 미안해.

다온아 엄마가 너의 디딤돌이 되어줄게. 건강하게 자라줘.
작가의 이전글 나는 엄마다. 1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