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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an 25. 2017

나는 엄마다. 18

아가를 낳고 듣는 말중에 가장 어이없는 말이


아무리 아가 키우는게 힘들어도 아가 웃는거 보면, 커가는거 보면 마냥 행복하냐는 것이다.


아기 웃는거 보면 당연히 행복하고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건 찰나이다.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하고, 그나마 남편이 와서 좋아하는 것좀 먹으려고 해도


아가가 물지도 않는 젖으로 유축하면서 기어코 모유 먹이겠다고 용쓰느라 참고 참고 또 참다가


어쩌다 먹으면서도 죄책감이 들고, 씻지도 못하도 티비를 제대로 볼수가 있나 책을 읽을 수가 있나


24시간중에 행복한건 정말 한시간이나 될까?


인사업무를 보며 많은 선생들의 육아휴직절차를 밟아주며 마냥 부러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사람들을 내가 내 손으로 지옥행 열차에 탑승 시키는 줄도 모르고.


휴직하기전 근무지에서 연구부장이 출산휴가만 신청했다고 했을때 이해하지 못했다.


여자가 가장 욕을 안먹으면서 휴직할 수 있는 기회를 왜 잡지않을까 하고.


하지만 그녀는 알았던거다. 둘째니까. 자기가 휴직을 하면 또 다시 첫째때 지옥이 반복된다는 것을.


요즘 나는 어떠냐고?


아가가 자기만을 바란다. 그러면서도 한편 아가도 한 인격체이고 사람인데 어찌 잠만 잘 수 있을까.


해서 안자는 시간에는 좀 놀아주려고 해도 계속 찡찡 대는걸 보면 속으로 왜 안자냐고 원망하고


막상 아가가 자면 괜히 또 미안하고 그렇다.


아가는 좀 컸다고 혼자노는 시간이 늘어나서 넘쳐나는 집안일 (이건 할말이 많다)을


다 하고난 뒤 시간이 남으면 나도 맘카페에 들락거리고 카톡도 하면서 노는데


그러다가 아가를 보면 왠지 외로워보이고 내가 나쁜 엄마가 된것 같아서 또 미안하고 한편 화가난다.


그런마음 갖지 말라고? 당신이 한번 아가 데리고 있어보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드는지 안드는지. 들면 이해할테고 안들면 애정이 부족한거겠지.


나는 살면서 내가 혼자있는걸 정말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절대.


대면해서 편한 사람은 별로 없지만 메신저를 통한 대화가 내 삶에 이다지도 기쁨인지


나는 미처 몰랐다. 이런 나인데 아가가 태어난 이후로는 대면하는 사람이 말못하고


울기만 하는 아가랑 많이 도와주지만 내 맘은 1도 모를 남편, 잘해주시지만 말로 상처주시는


영원히 편해지지 않을 시어머니이니 정말 창살없는 감옥에 갇혀 면회받는 기분이다.


남자 입장에서 아무리 도와준다는 명목이라도 장모님이나 장인어른이 수시로 들락거리면 편할까?


그리고 집에있으니 아기만 케어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눈에 보이는 빨래며


설겆이며 젖병도 삶아야하고 이놈의 집구석은 왜이렇게 건조한지 가습기 물도 항상 채우고


그래도 습도가 안올라가니 수건을 네개나 적셔 걸어놔야하고 ..


이미 손은 갈라져 까지기 시작했고 눈엔 다래끼가 나고 머리털도 빠지기 시작하고.


제대로 씻지를 못하니 늘 머리는 떡칠되어있고 내성발톱은 굳은살이 된지 오래.


남편들어오면 씻고 쉬고 하라고?


남편이 들어오면 내 마음이 어떤지 알까? 일단 안심. 아가를 케어해주니까.


근데 한편 짜증. 반사작용으로 내가 또 설겆이에 젖병 씻고 하다보면 힘들어서 씻기도 귀찮고.


그러면 또 못씻고, 하루종일 먹은게 한끼이니 배고파서 막 먹다보면 폭식. 먹으면 졸려서 자고


새벽유축덕분에 깨면 미처 소화 안된 음식들덕분에 속이쓰리고 아프고 살만찌고..


어제는 문득 남편이랑 연애하던 시절에 사진을 봤는데 화장도 잘 못하고 패션센스는 없어도


눈에 생기가 가득하고 행복해보였다. 그런 나는 어디로 갔을까?


몸이 힘드니 남편이고 뭐시고 다 귀찮다. 짜증나고 밉고 그렇다.


남편은 무슨죄냐고? 죄 없지. 부처가 되지 못한 내 잘못이지. 화가난다.


우리 엄마시대에는 남편들이 도와주지도 않고 단칸방에서 애들 다 키우며 그렇게 살았는데


너는 남편이 엄청 잘 하고(도와준다는 표현만 들어도 화가 치솟는다.) 이렇게 좋은 집에서


애 키우면서 왜 엄살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참나.


세상이 바뀌었다.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 얘기는 왜 끄내는 걸까.


그때는 그럴 수 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산거고 지금은 얼마든지 돈만 있으면


유모도 쓰고 굳이 모유 안주고 분유 좋은거 먹여서 키울 수도 있고 남편이 휴직할수도 있는 시대인데


기성세대라는 사람들이 그래도 애는 엄마가 키워야한다고 하고 자연분만 못하면 못했다고 지랄.


모유 못먹이면 못먹인다고 지랄. 모유가 좋은거 왜 모르겠냐. 엄마가 제일 잘 알지만


애가 젖을 안물거나( 나같은경우 ) 정말 젖양이 적거나 너무 피곤해서 모유수유를 못할 수도 있지.


모유먹고 컸다고 다 머리좋고 건강하면 왜 당신들중엔 꼴통들도 많고 병치례도 아주 많은지 묻고싶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모유를 왜 포기못하고 있냐고?


애한테 미안하니까. 괜히 남들 다 주는거 나만 못주는거 같아서.


그리고 남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솔직히 남이야 내가 말 안하거나 거짓말 하면 땡치지만


친정이나 시댁이나 말은 안해도 내가 모유 끊어버린 후에 애가 아프면 내탓안하리라는 보장 있나?


속으로 애가 소젖으로 커서 그렇다고 할수도 있지.


난 괜히 죄인이 된 듯 하겠지. 이런 마음을 안가질만큼 뻔뻔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한 나니까.


오늘도 날이 밝았네. 저번에도 말했지만 전혀 기쁘지 않다. 하루가 시작된다는게.


오늘은 또 얼마나 다이나믹할까.


새벽유축할때면 늘 울컥하는 이 마음을 누가 알까. 서러운 마음.


가끔 유두는 감각이 없어진 듯 마취한듯한 느낌이 들기조차 한다. 참나. 내가 뭐하고 있는건지.


모유를 주고싶은 마음과 유축의 힘듦의 결과물은 뭐냐고?


아가가 분유는 다 먹고 모유는 남기기라도 하면 화가난다는 거다. 진짜 맘 같아서는


수액처럼 아가몸에 내가 남은 모유를 다 넣어주고 싶을정도다.


그런데 왜 굳이 모유를 포기 못하냐고?


아가한테 좋다니까. 주고싶으니까. 진짜 이게 지랄맞은 모성애인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피곤해서 애기 젖병물리다가 졸고 그러다가 젖병떨어트리고 아가는 자지러지면


또 화가 치솟다가 서러움에 눈물이 난다. 어떤 엄마들은 진짜 아가라도 때리고 싶고


소리지르고 싶고 내던지고 싶다고 말한다. 그 엄마들은 생각이 없어서 욕먹을줄 몰라서 그런 글을


올리는 걸까? 아기낳은거 후회한다는 말 까지도 한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댓글들이 다 위로하고 이해한다는 거다. 다들 겪었으니까. 나도 이해한다.


저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요즘 나는 치졸한 복수(?)를 아가에게 한다.


배고프면 자지러지는 아가가 내가 젖병들고 와서 울지마~하면 내 목소리를 듣고


잠시 뚝 그치다가 바로 안주면 그렇게 서럽게 우는데 안고서 소파에 앉아서 아가를 쳐다보고 있다.


아가는 안아주면 잠시 또 그치는데 안주는걸 알고 울려고 일발장전하면 그때 주는거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말 못하는 아가를 상대로. 진짜 속에서 욕이 치받친다.


아주 가끔은 남편과 미친듯 싸우고 가출해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



고양이가 좀 있으면 어때? 실제 같이 키우는 사람도 다반수인데.


참나. 이런 생각도 하고 있다니. 아..정말 거지같다. 진짜 차라리 미쳐버리면 나을까.


아가는 예쁘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나의 출산휴가는 슬픔과 분노 서글픔으로 얼룩져있다.


가끔 행복이라는 걸레로 닦기도 하지만 과일물 들은 옷처럼 빠지지 않는다.



다온아, 너는 아름답지만 엄마마음은 아름답지만은 않은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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