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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Feb 03. 2017

나는 엄마다. 22

사랑하는 다온아,


오늘은 낮잠을 자고 있구나. 요즘 다온이는 밤 9시부터 자기시작해서 6시간을 푹 자고


3-4시에 깨서 맘마먹고 또 자서 5-7사이에 일어나서 맘마먹고 두시간 가까이 논단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불과 1-2주전만해도 아빠는 다온이 밤수하느라 거의 반 좀비상태였는데


요즘은 부쩍 컨디션이 유지되는듯 싶다. 효녀 다온이.


1월의 마지막날. 엄마의 출산휴가 마지막 날 특별한 일을 했단다.


바로 다온이 생에 첫 통장을 만들었어.


우리나라는 아가가 태어나면 출산 장려금과 양육수당을 주는데 첫째아이는 (충북기준)


30만원과 매달 20만원씩 들어온단다. 사실 저출산이 심각해서 나라 존속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나라 치고 정말 짜게 주는것이지만 그래도 나오는건 나오는것이니 ..


엄마가 이번달부터는 월급이 아닌 휴직수당만 나와서 넉넉하지는 않겠지만


과감히 10만원씩 다온이 통장에 넣어주기로 했단다. 물론.. 양육수당 끊기면 유지할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지금같아서는 다온이 20살때까지 10만원씩 넣어서 등록금이나 혹여나 대학을 안간다면


다온이가 꿈을 펼치는데 밑거름으로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야.


얼마가 될까? 수학에 유난히 약한 엄마는 또 계산이 안된다.


좀 쌩뚱맞은 이야기이지만 엄마는 항상 인생 고비고비마다 무언가 하나를 포기하고 그 고비를 넘어왔는데


제일 처음 포기한게 수능때 수학이었단다. 수학을 과감히 포기하고 영어랑 사회를 1등급맞아서


대학에 입학했지. 아빠는 엄마가 수학 수능문제지에서 앞에 네문제(가장 쉬운문제들..)만 풀고


거의 찍었다고 하니까 막 웃었단다.


아빠는 수학을 잘하시거든. 영어도 어느정도 잘 했더라고. 엄마는 수능 수리영역 5등급이었는데..


다행히 엄마가 가고싶은 대학은 그 당시에 수학을 10%밖에 안봐서 (문과기준) 영어와 사회과목


가산점받아 당당히 합격했었단다. 합격소식 들은 고2때 엄마가 하도 수업시간에 졸아서


아주 대놓고 숙박비 내라고 하면서 영어문제집 모서리로 엄마 정수리를 찍어버리곤 했던


(지금같으면 징계받을 일이지만 그때 체벌은 당연시 되었단다) 담임선생님이 (수능 잘봤나보다?)라고


했던것도 생각나는구나. 왠만하면 축하한다고도 했을텐데 면전에 대놓고 상담할때


엄마를 싫다고 했으니 참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아직 현직에 계시던데


엄마도 교육행정공무원이니 퇴직전에 한번 같이 근무해보고 싶다. 안되는건 안된다고 딱딱 잘라버리게.  ㅋㅋ


두번째로 포기한건 바로 한자란다. 엄마는 공무원시험공부를 비교적 짧게 한 케이스인데


국어공부를 하는데 도저히 시간이 안나서 진짜 과감히 버렸단다.


그 결과 6개월만에 짜잔 붙었지! ㅎㅎㅎ 지금 있는 지방교육행정공무원 뿐만 아니라


서울시 사회복지 공무원도 붙었는데 면접이 있는날 엄마는 또 과감히 포기하고


아빠랑 소개팅을 했단다. ㅋㅋㅋ 2013. 11. 16. 날짜도 안까먹어. ㅋㅋㅋ


그래서 우리다온이가 태어난거겠지? ㅎㅎㅎ


여담이 너무 길어졌네. 여튼 음..다온이 스무살때까지 넣으면 .. 2400만원정도 되겠구나.


엄청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마 다온이가 만져보는 첫 목돈이 아닐까 싶다.


통장이 너무 귀엽다. 정말 뿌듯하다 엄마는.

그리고 요즘 다온이는 혀를 길게 내민다.


얼마전에는 그냥 낼름낼름 하는 정도 였는데 요즘은 아주 메롱을 하듯이 길게 내밀고 집어넣고 한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데 혼자 다온이를 돌보면서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다.


(찍었다, 글쓰는 중간에 다온이 수유하면서 순간포착!)


그래도 이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열심히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저번에 말한것처럼 앨범도 만들고 있다. 나중에 꼭 다온이가 좋아해주면 좋겠다.


앨범만들면서 다온이가 태아 였을때 동영상을 오랜만에 봤는데 새삼스러웠어.


엄마 뱃속에서 그렇게 폭풍태동을 하던 다온이가 이렇게 태어나서 벌써 68일이라니.


뱃속에서도 그렇게 딸꾹질을 하더니(그땐 몰랐는데 지금을 알것같다. 정기적으로 툭툭친게


발길질이 아니라 딸꾹질이었다는걸) 지금도 밥먹고도 딸꾹질 가만히 모빌 보다가도 딸꾹질.


다온이가 딸꾹질 하때마다 아빠는 엄마 닮아서 그런다고 놀린다.


근데 사실이야. 엄마도 놀라면 딸꾹질 가만있다가도 딸꾹질 하거든. 아빠말대로


나중에 다온이가 커서 엄마랑 딸꾹질 이중창을 하면 ㅋㅋㅋㅋ참 웃기겠다.


저번에 외할머니댁에서 아빠랑 외할머니가 코골이 이중창했을때 진짜 코미디였는데.


낮잠은 늘 토끼잠 자는 다온이. 아마 잠없는건 아빠 닮았을거야.


엄마는 공무원 공부할때도 9시간씩은 꼭 잤었거든. 먹는건 포기해도 자는건 포기못하는 엄마거든.


다온이는 모빌을 참좋아한다. 그래서 지금도 토끼잠 자고 일어나 모빌을 열심히 보고있어.


딸꾹질 하면서도 옛날같으면 짜증이란 짜증은 다 내면서 울었을텐데 짜증도 안내고


모빌 열심히 보며 폭풍옹알이에 딸꾹질도 스스로 멈췄어. 아이 예뻐라.


사실 국민모빌이라고 하는 저 모빌이 세상에나 몇만원해서 고민했는데 다온이가 너무 잘봐서


지금은 완전 효자템이 되었어. 덕분에 엄마가 젖병삶고 집안일 할 틈이 생겼거든.

지금도 모빌을 보고있어. 모빌볼때 다온이는 엄마한테 관심도 없다.


아직 사람인식을 못한다고는 하지만 가끔 섭섭할때도 있단다.


다온이가 엄마한테 반응할때는 배고파서 울다가 엄마가 젖병들고 (다온아) 그러면 아주 잠깐이지만


엄마를 휙쳐다보고 빨리 안주면 또 울어버린다.


ㅋㅋㅋㅋㅋㅋ우는것도 귀여운 내새끼~*

다온아. 다온이 백일까지 이제 한달하고 이틀남았네.


엄마가 백일까지만 모유먹인다고 선언은 해놨는데 날짜가 하루하루 지날때마다


뭔가 초조하고 진득한 미련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뒤덮은 기분에 우울감이 찾아온다.


어제는 브런치에 있는 수많은 글들 중에 읽고싶은 글들을 선택해 읽던중 엄마랑 동갑인 어떤 엄마의


글을 읽다가 모유수유에대한 글을 읽다가 울어버렸다.


속상해서..엄마의 실패로 항상 다온이에게 찬밥을 데워주는것 같아 남모르게 미안했던게


그렇게 터져나왔다. 다온이가 점점 혼자노는 시간이 늘어나고 한다면 계속 유축을 하고싶은


마음이 솔직하게 더 크다. 물론 이제 만성적으로 뭉치는 오른쪽 가슴덕에 유축기 돌리고


손으로 짜느라 힘은 들지만.. 그래도.. 엄마가 왜 이렇게 모유에 대한 집착을 못놓는지 모르겠다.


어제 아빠한테도 얘기 했지만 엄마가 단유하고 술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시간제한없이 나가 놀기도 하고 다온이 잘때 유축하는게 아니라 같이 자고 매운것도 먹고 하면


그 순간은 행복하겠지만 후회가 더 깊을 것 같아.. 정말 우울하단다.


결단력이 없는 엄마탓이겠지.


우리 예쁜다온이. 비록 젖병이지만 모유든 분유든 먹고나면 참 잘웃는 우리 천사.



엄마가 사랑한다. 정말 많이많이.


요즘 부쩍 생각나는 다온이와의 첫대면. 참 시간이 잘간다. 아쉽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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