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 Feb 06. 2017

나는 엄마다. 24

사랑하는 다온아. 오늘 일기는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해야 겠구나.


오늘은 월요일이고 아빠는 새벽출근이어서 4시에 나가셨는데 아빠가 나가자마자


다온이가 일어나서 모유주고 트림시키고 침대에 눕혀준 뒤 거실로나와


한참을 울었단다. 다온이와 둘이 이 집에 또 다시 남겨지는게 너무 뭐랄까.


무섭고 서러웠다. 다온이가 엄마를 잡아먹는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아까 다온이 외할머니랑 통화하다가도 한참을 울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온이는 혼자 폭풍옹알이를


하며 무려 두시간을 놀다가 ( 중간에 기저귀도 갈고) 잠들어서 두시간을 잤다.


엄마도 울어서 찾아온 두통에 못이겨 누워 자고 일어났더니 7시 반, 다온이가 깨지 않아


바로 유축하니 끝나자마자 다온이가 일어났다. ㅎㅎ 참으로 신기했어.


엄마는 우울증일까?


사실 엄마는 마음이 아팠던 사람이란다. 훗날 다온이는 절대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무슨이유였는지 모르지만 학교를 입학하고 나서 부터는 줄곧 동급생들에게 미움을 받아왔어.


남녀 구분없이. 그래서 엄마에게 학창시절 친구라곤 경주이모가 유일하다.


고3때는 엄마가 학교 특수반에 들어갔었는데 기존의 특수반 아이들이 엄마가 처음 자리배정받은날


엄마자리에 쓰레기를 쌓아놓기도 했고, 간식시간에 자기들끼리 모여먹고 그랬단다.


굳이 특수반이 아니어도 원래 반에도 친구가 없어서 점심먹으러 급식실에를 가지 못해서


매점에서 빵과 우유로 때운날이 수두룩하다.


엄마 학창시절에 굶주림을 해결해주었던 추억의 옥수수빵. 눈물젖은 빵..

그 때 마음의 병이 엄마를 찾아왔단다. 오기로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특수반에서 나오겠다고


담당선생님께 말씀드렸지만 너무 아까운 기회라며 조금만 더 버티라고 하셔서 결국 버티다가


마음이 썪어 문드러지는지도 모르고 공부한다고..참 서글픈 세월이다.


그래서 엄마는 결혼전에도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꼭 사교성이 좋아서 주위에 친구가 많도록


해달라는 바람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었어. 다행히 아빠는 일도 잘하고 사람도 좋아서


결혼식장에 군부대를 불렀냐고 할정도로 친구도 많고 할머니는 사랑이 넘치고 외삼촌도


성격이 좋아서 다온이는 엄마처럼 외로운 학창시절은 안보낼 것 같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도 과생활에는 적응을 못하고 주로 바깥으로 돌아


외부활동을 많이 했었어, 대학때는 아는 사람도 많았는데 살다보니 다 연락이 끊어진다. ㅎㅎ


다온아, 어제는 외할머니와 함께 더킹 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다시 새삼


사람이 제일 무서운 존재라는걸 깨달았다. 그치만 그만큼 사람이 제일 따뜻하기도 하니


정말 진심으로 다온이는 사람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 하고 피하는 삶을 살지 않길 바란다.


또 여담이 길었구나.


그래서 엄마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봐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산후우울증이라면 학창시절처럼 또 마음이 문드러지는지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정말 모든걸 놓아버릴수도 있으니 말야.


엄마가 자주 가는 맘카페에 글을 올렸더니 많은 엄마들이 공감을 해주더라.


누구나 다 겪는 과정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만감이 교차한다.


하지만 딸. 엄마가 그렇다고 해서 딸을 사랑하지 않는건 아니야.


엄마가 마음이 조금 아플 뿐이야. 그래서 다온이와의 시간이 조금 버거울 뿐이야.


이해해줄꺼지?


그나저나 다온아, 손톱으로 얼굴 긁으면 안아프니?


오늘 정말 이쁜얼굴에 큰 상처를 냈다 .. 속상하게.. 서둘러 약을 발라줬지만


내일은 되야 아물겠지. 주말에 오시는 할머니가 보기전에 아물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당분간은 손싸개를 할 수 밖에 없겠다. ㅎㅎ


사랑한다 딸.

족히 5cm는 되겠다 ㅜㅜ 엄마는 속상하다..


네가 긁고 인상쓰는건 뭐니? ㅎㅎ

작가의 이전글 나는 엄마다. 2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