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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Feb 07. 2017

나는 엄마다. 25

유축기

문득 자고있는 아가를 보다 이런생각이 들었다.


애착형성이란 아가가 엄마를 향한것만이 아니라 엄마도 아가를 향하는 것이 아닐까.


모성애라는것이 아가가 딱 태어나자마자 샘솟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실상 헬육아를 경험한


엄마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것이다.


결국 애착형성이라는건 다 큰 성인인 엄마와 이제 사람모양 갖추어가는 아가사이에


쌍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건 아가가 사람을 알아보고 하는 순간부터


점차 강해질거라는걸 벌써 느끼고 있다.


음. 이런 얘기를 쓰려던게 아닌데.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유축기다.

상호가 나오는게 좀 걸리지만 어차피 아는사람은 다 알테니까.


왼쪽이 유축기 본체고 오른쪽이 소모품. 깔대기랑 압력기 그리고 젖병이다.


오늘이 아가가 72일차니까 내가 100일에 단유를 한다고 치면 이제 28일남았다.


72일동안 나와 하루에 최소 세번에서 다섯번까지 늘 함께했던 이녀석들.


문득 단유하면 이 녀석들을 처분해야하는데, 막상 팔려고 하면 너무 아쉽고 슬플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정말 유축을 가지고 죽네사네 하다보니 시간이 흘러 그 옛날 아이팟이랑 정들었던 것처럼


유축기랑 정이 들었나보다.


하긴, 그 누구보다 오롯이 낮이나 밤이나 새벽이나 내 곁을 지켜준(?) 녀석이니까.


그리고 우리 다온이에게 모유를 그나마도 먹일수 있게 해준 1등 공신이니까.


그나저나 요즘은 유축이 너무 힘들다.


가슴이 반항이라도 하듯이 자꾸 뭉쳐서 유축기는 유축기대로 돌리고


손으로 짜는건 또 따로하니 결국 시간은 또 한시간씩 하게 되었고,


양도 많으면 140, 못하면 90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이제 정말 끝낼때가 되었을까?


그러고보니 어제는 ..아니 엊그제 일요일에는 친정엄마랑 같이 (더킹) 을 보러 갔는데


영화끝나고 나니 가슴이 아주 불타는 돌덩이가 되어있었다.


급한대로 수유실을 찾았으나 롯@시네마에는 수유실이 없었고


집에까지 가기에는 너무 아팠기에 스텝을 붙잡고 어디 없냐고 물은 결과


그들의 탈의실에서 20분간 유축할수 있었다. 참..스스로가 황당하기도 하고


너무 고맙기도 했다. 나중에 가서 그 스텝을 보면 커피라도 한잔 사줘야겠다.


아는 동생은 애기 데리고 나갔다가 화장실에서 수유도 했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나는 양호한가? 에효.


지지고 볶고 시간은 흐를텐데 나와 유축기의 동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기약이 없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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