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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Feb 08. 2017

나는 엄마다. 26

나는 엄마다. 그리고 나는 공무원이다.


엄마로만 두달 넘게 살다보니 내가 공무원이었단 걸 잊고 있었는데


오늘 한 쪽지를 받고 새삼 깨달았다. 나는 이 나라 교육행정공무원 8급이다.


나중에 다온이가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아니 최소한 부끄럽지 않도록 절대 내려놓지 못할 내 직업.


한동안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내 글이 두고두고 회자된다니 새삼 뿌듯하다.

요즘 체력이 바닥이 나는지 3일연속 코피가 나고 있다.


하루에 자는시간 빼고 9시간 공부할때도 한번도 안났던 코피가 요즘은 물만난듯이 툭하면 줄줄 흐른다.


힘들다. 남편의 회식이 많아져서 이제 진정한 독박육아로 들어선 요즘.


진짜 미쳐버릴것만 같다. 오늘은 참다못해 남편에게 쏘아붙였지만..돌아서서 후회.


그래서 집에 아무것도 없는데 딱 김치랑 두부 있길레 급하게 김치찌개 끓이고


헛개나무 즙도 주문하고 간영양제도 직구대행으로 주문했다,


요즘은 맘카페에서 만난 한 애기 엄마랑 대화를 하며 외로움을 달래는데 ( 74일 된 아가엄마다.)


남편회식이 많고 코피가 난다하니 사진찍어서 남편에게 보내라고 해서 사진찍었는데,


참 우습다. 사진보낸다고 뭐가 달라질까만은 힘든건 티내야한다고 하는 말에 정말 극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남편 보라고 가제수건 화장실 잘보이는데다가 펼쳐놓은건 3일째 만취상태로 들어온 남편을 향한 소심한 복수.

일주일에 절반이 지나가고 있는 이 순간.


오늘 하루도 엄청 힘들었지만 막상 회상해보니 다온이가 꺄르르 꺄르르 웃어서 행복하기도 했었다.


안고서 홍다온 홍다온 하면서 돌고래 소리 내줬더니 진짜 꺄르르꺄르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럽고 귀여웠는지. 순간적으로 우리집에 cctv가 있었으면 할 정도였다.


여유 손이 없는 나 대신 기록해줄 수 있도록. ㅎㅎ


웃는걸 보니 정말 다 큰것같은 느낌. 유축한답시고 다온이가 칭얼거릴때 안아주지 못할때도 있고


잠투정하는데 받아주지도 못해서 혼자 짜증내다 잠드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픈데..


정말 누굴위한 유축이던가. 하..


더 많이 안아주고 싶지만 이제 점점 팔도 너무너무 아프고 어지러운건 일상이고


점점 식욕은 없어지고 .. 몸무게가 정체인건 함정. 밥이 먹기싫어서 한끼정도는 빵먹고


그래서 그런가.  근데 유축때문에 그런지 밥한공기 국에 말아 뚝딱해도 요즘은 뒤돌아서면 배고프다..ㅜㅜ


여튼 에효. 오늘도 우리집 만취한 슈퍼맨은 대자로 뻗어버리셨으니..


새벽에 다온이 보초스려면 자야겠다. 내일 헛개나무즙이 바로오면 좋겠다.


이 때 부터 알았어야 했는데, 술먹고 있었다는걸. 맨정신에는 애정표현도 잘 못하는 사람인데. 에효.

마지막으로 저 신입공무원이 감동받았다는 시로 글을 마무리한다.


[모든 사회생활 시작을 앞두고 있는 초년생들에게.]


나도 그 때는
마치 세상이 내 것인양
모든게 술술 풀릴것만 같이
기쁨이 넘치고 행복에 겨웠었어.

지금의 너처럼.

나도 그 때는
아무것도 알 지 못했지
모든것이 다시 시작일 뿐이고
나는 그 출발선에 간신히 도착한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에 불과하다는 걸.

앞으로의 너처럼.

나도 그 때는
돌아봄이 없는 사람들의 무심함과
마치 어둠에 갇힌듯 막막하기만 했던
주어진 일들과,
말 한마디가 불씨가 되는
모든 상황들에 참 많이도 아팠었지.
아마 한두번쯤은 참 처량하게
울음도 소리내지 못하고
그저 삼켰던것 같아.

그럴지도 모르는 너처럼.

지금의 나는
점점 말을 아끼고
열심히 기운을 내 웃음을 장전하고
약간의 뻔뻔함을 무기삼아
그냥 그렇게 그럭저럭 버티고 있어.
가끔은 발끝에서부터 차근차근 내 자신이
부서져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한숨으로 간신히 눈물을
참아내기도 하지만.

다들 그렇게 사는것 같더라.
나라고 별수 없더라고.
그걸 인정하기가 참 많이 힘들지만
오늘도 열심히 삼켜보려 노력하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의 너의 첫 디딤을 축하하며
앞으로 행복하길 바라지만
그보다 더 진심을 다해
앞으로 주어진 나날들에
네가 너무 많이 아프지 않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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