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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Feb 20. 2017

나는 엄마다. 30

본의아니게 시어머니를 쳐내고(?) 원래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친정엄마로 인해


육아독립이 된 지금. 힘이든다. 졸리다. 지친다.


남편은 축구다 동기다 어쩐다 저쩐다 주말에도 불러주는 사람이 많지만


난 불러주는 이도 없거니와 있다하더라도 세시간을 채 밖에 못있으니 결국 주말에 눈물이 터졌다.


한때는 아무것도 안하고 자고 먹고 유축하는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아가가 울면 우는 소리 들을필요 없이 맘 편히 유축하면 되니까.


진짜로 자고일어나서 먹고 유축하고 하면서 주말이 다 가니까 앞으로 다가올


또 한주의 독박육아도 암담하고 남편의 회식셔틀도 답답하고 젖소가 된것 같기도 하고.


참. 그렇다. 그랬다. 그래서 소리도 못내고 울었다. 혹여 다온이가 들을까.


그래도 요즘은 다온이가 옹알이도 잘하고 눈도 맞추고 잘 웃어서


그나마 아가를 보면 기분이 풀리지만 반복되는 행복이랄까.


점점 만성이 되가는듯 하다. 아가가 웃어주면 행복하지만 그 끝은 뭔지모를 슬픔이고


아가가 옹알이하면 웃기고 기특하다가도 갑자기 암담함이 엄습하고..


사진 - 잘 웃는 다온이, 지치고 초췌한 나.


우리엄마 말씀대로 나는 출퇴근할때도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는데


그게 행복인지 몰랐다. 누구말마따나 출근하면 퇴근이 있으니까.


이건 뭐 아가가 잘때까지 퇴근은 꿈도 못꾸고 겨우 아가 재우고 나면 회식으로 만취상태가 된


남편 꼬라지(이건 진짜 꼬라지다)보기 싫어서 먼저 잠들었다가도 지독한 술냄새와 엄청 큰 코골이 소리에


잠을 깨고 깬김에 유축하면 몸은 기진맥진한데 끝내고 누우면 잠은 안오고.


가슴이 깔대기 안으로 찢겨 빨려들어갈것만 같은 악몽에 시달린다.


게다가 아가가 내 인기척에 깰까봐 안방에 혼자재우고 나는 거실에 자고 남편은


작은방에서 자니.. 정말 세상에 혼자인듯한 마음이 든다. 사람의 온기가 그립다고나 할까.


다온이의 몸은 참 따뜻하지만 교감할 수 없기에 나는 그저 한숨만 쉰다.


다온이를 낳은것을 후회하지 않고, 요즘은 이상하게 모성애가 솟아오르지만


별개로 나라는 사람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 성취감과 만족감은 바닥에서 더 추락할 곳이 없다.


그 옛날에는 친정엄마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워 몸서리를 칠때도 간혹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그리워질 지경이다.


남들은 그런남편 없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그 바쁜 아침에 설거지에 나 먹을 밥까지 앉혀놓고가는


남편을 보며 한없이 고마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고립되어 집안에 아가와 같이 갇힌 생활을 하다보니


가장 많이 의지하는 사람이 남편이고 그래서 기대고 싶은데 남편은 회식으로 만취되어


들어와서 내가 뭐라하면 항상 먹고살기 힘들다고, 자기도 힘들다고 하니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남편도 사람이니 힘들겠지. 정말 한겨울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


뿌리깊은 나무같은 사람이길 바라지만 사람이기에 나무인 척 하여도 그 속이 썪어들어갈것을


알기에 또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장난으로 던진 말이지만 정말 로또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가장먼저 남편을 학교로 나오게하고 승진따위 상사따위 다 필요없이 웰빙공무원으로 살 수 있도록.


그리고 제주도로 발령내달라고 해서 한 몇년 살고 싶다.


어색해진 시어머니도 멀리 한없이 희생적이지 않은 친정엄마도 멀리.


(대학친구 친정엄마는 첫째 둘째 낳고나서 매일매일 반나절씩 도와주셨다는 얘기를 들으니


일주일에 한번정도 와서 반나절정도 음식해주고 애기 봐주는 엄마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러는 나는 어떤딸이냐고? 글쎄. 그냥 딸이다.)


엄마가 그렇게 열성적인 문학회 모임도 내가 응모하는데 같이 갔다가 입상한건데


그런거 생각하면 뻔히 사위가 회식때문에 일주일에 2-3회 많게는 주말까지도 술마시고


오는걸 알면 주중에라도 좀 와주지. 그런거 생각하면 물론 가까워서 그렇겠지만


내가 쳐내기(?)전까지 -쳐냈다는 표현이 좀 그렇지만 의도와 다르게 연락안한지 2주가 되가니 애엄마인 친구가 저렇게 표현하더라, 그런데 뭔가 100%부정할 수 없는게 함정,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하고 신중하게 아들에게

말씀하셨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그동안 너무 나에게 잘해주셔서 사람을 너무 높게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결과가 내가 돈밝히는 며느리가 된거겠지. 앞으로 그 어떤것도 어머님이 주시는건 받되 나에게는 쓰지 않을 것을 나 혼자 다짐했다. 다온이나 그렇게 애지중지하시는 남편한테나 쓸것이다. 뭐 여튼, 삼천포가 길었다-


일주일에 몇번씩은 오셔서 집안일도 도와주시고 애기도 봐주시고 음식도 해주신 시엄마가


되레 행동만큼은 친정엄마 같았다. 이제는 그마저도 없지만.


오늘은 또 회식을 주도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쳐 드실까 술을. 우리남편은 몇시에나 들어올까.


12시에만 들어와도 양반이겠다.


답답하고 갑갑한 행복하고도 서글픈 오늘 하루도 이렇게 흘러간다.

내 눈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우리딸.


어쩜 이리 엄마랑 안닮았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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